이런 저런 생각들…

  • #83617
    josh 71.***.172.134 4496

    제가 얼마전에 JOBS란에 한국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고 글을 썼었습니다.
    많은 선배님들께서 말리시더군요, 지금도 답글을 가끔 달아주시는데도 여전히 말리시는 이야기가 주입니다. 제가 아직 나이가 어린 축(30초반)에 속하기 때문에 여기 계신 많은 분들께서 선배님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얼마전에 장모님께서 방문하러 오셨더랬습니다. 한달정도 계시다가 오늘 떠나셨습니다. 언제나처럼 부모님들께서 오시면 올때는 좋지만, 떠나실때는 마음이 많이 아립니다. 오늘 공항에 다 같이 나가서 장모님께서 게이트로 들어가시면서 참으셨던 눈물을 보이셨고, 또 제 와이프도 흐느끼고 양볼에 눈물이 흐르더군요. 두 사람 우는 모습을 보니, 특히 와이프의 눈물을 보니 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반나절이 지난 지금까지도요. 우는 것을 모른체, 아버아버 하면서 제게 안겨있는 제 아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참 슬퍼짐을 더 느꼈습니다.

    한동안 엔지니어로서 미국에서의 삶이 참 편하고 경제적으로 많은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엔지니어의 삶을 생각할때, 감사할 때가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면 거짓말이구요. 6년째 미국회사생활을 하고 있지만, 참 미국회사에서 일하는 게 좋습니다. 보통 9시반에서 10시사이에 출근해서 6시면 회사서 나옵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수 없는 일이겠지요, 대부분의 직장에서요. 사실 저 내세울거 별로 없습니다. 그저 제 나름대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게, 또 저보다는 남을 생각하면서 살려는 게 목표인 청년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장모님 오시기전부터, 이런 편안함이 어쩌면 제 개인적인 이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인데, 제 커리어의 편안함과 만족을 위해서 와이프의 삶과 제 아이의 삶을 희생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요.

    가족과 떨어져서 미국에서 홀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 곳에 오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친정엄마를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나.. 부모님들께서 손자 손녀 얼굴을 보시러 놀러 오시기가 쉽나..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것이 홀로 미국땅에서 사는동안 얼마나 와이프에게 힘든 일인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 아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친척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이번 기회를 통해서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저 바라는 것은 제가 이번기회에 제 자신을 반성하고, 와이프가 행복해지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한국에 들어가려는 이유도 그게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와이프가 행복하지 않은 미국 생활은, 의미가 없다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 가려해도 모든 상황들이 다 제가 원하는대로 풀리라는 법도 없고, 가기전에 직장도 구해서 가야 하는데, 가서도 쉽지 않겠지만, 그저 와이프가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길을 만들어야 하는게 남편인 제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냥 이런저런 제 이야기 넋두리를 적어보았습니다. JOB란에 다시 쓸 수도 있었지만, 그냥 커플들 게시판이 더 맞을것 같아 여기다 올립니다.

    와이프가 조금전에 자기 시작했는데, 오늘따라 저를 믿고 결혼해준 아내가 많이 고맙고 안타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미안하네요

    • bread 75.***.154.140

      네, 글에서 남편분의 사랑이 느껴지네요. 저는 그런 위대한 사랑을 감히 상상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어리심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깊으네요.

      결정을 하거나 하시기 전에, 와이프와 상의는 해 보셨죠? 서로의 의견속에서 서로가 행복한것을 발견한다면, 미국이나 한국이나 큰 문제없이 행복한 인생을 사시리라 생각합니다.

    • done that 66.***.161.110

      이렇게 자상한 마음을 사모님께 표현하세요. 전 가끔 가다가는 느끼하더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오늘은 어땠어?하고 물어주는 게, 아무말없이 다 해주는 것보다 좋을 때가 있읍니다.

      공항에서 이별은 누구나 겪는 일이겠죠. 저희 부모님이 오셨다 가실 적에, 형제들이 왔다 갈적에, 나도 우리 식구들도 한번씩은 울고 가죠. 하지만 서로 왕래가 잦아지면서 (일년에 한번씩은 양쪽에서 왔다가 갑니다.) 한국식구들도 우리가 어떻게 사는 지 보고 하면서, 우는 건 없어지더군요. 부모님 연세가 있으시니, 이제 가면 또 볼수있을 까하는 걱정은 있지만, 그보다는 서로 헤어지는 게 편해지더군요. 혹시 처음의 경험으로 큰 결정을 하시는 거면, 더 생각해 보시지요?

    • 꿀꿀 129.***.69.129

      josh 님 말씀이 구구절절이 와닿네요,,저도 님과 거의 비슷합니다,, 엔지니어 인거도,,미국 회사생활이 회사만 튼튼하다면 너무나도편하고,,전 특히 골프에 미쳐 살기 때문에,,이리 좋은 조건이 어디 있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울와이프도 한국에계신 부모님 친척들 못봐서 엄청 힘들어하긴 하지만,,생활 자체는 많이 적응잘하고 사는편이에요,, 요즘은 셋째 가져서 더 정신없지요,, 전 저 자신을 위해 미국에 눌러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게 마련인데,, 결국 단점은 어느정도 포기 하고 살수밖에 없자나욘,, 힘내시고요,어떤결정을 하던 그것이 잘못된것이 아닌것만은 분명할겁니다,,

    • 시부모 199.***.13.103

      한국에 가면 친정이 있지만 시댁도 있죠. 대부분의 여자들 미국사는 주 이유가 시댁이 멀어서라는데 와이프에게 물어 보셨나요?

    • 건들면 도망간다 71.***.214.94

      이제 자식을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그들의 교육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온화한 심성을 가진 학생이라도 요즈음의 한국교육은 그들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창의성은 그 빛을 발할수 없게 만드는 현실입니다.
      젊은이들은 힘들게 일하여 엄청난 세금을 착취당하는 미국생활이지만 미래의 나의
      여유와 부담없이 공부할 수있는 자식들을 생각한다면 그래도 이땅에 머무는 것이 조금 낫지 않을까요. 한국직장의 생명 또한 얼마나 짧게 끝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어중간한 나이에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몸부림을 쳐다한다는 사실도 참 힘겨운 줄다리기입니다.

    • mat 64.***.139.2

      서로 아쉬워 하면서 헤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것이지요.

    • designer 207.***.93.66

      원글님에 전적으로 같은 생각입니다…
      미국생활은 한 7년째이고 2년안에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위에 말씀하신분처럼 한국에 돌아가면 직장생활 피곤하고 직장생활의 생명도 짧지만…
      조금만 다르게 보면 우리네 부모님의 삶도, 우리의 삶도 너무나 짧습니다…
      나이가 들어가시는 부모님보면서…
      이러다 나중에 제 가슴에 영원히 지우지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떨어져있어서 더 애틋하고 그립운것도 사실이지만…

      글쎄요…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뭐 꼭 들어맞는 케이스는 아니지만요…
      가족두고 탈북하여 남한에서 나름 걱정없이 사는 새터민이 항상 즐겁기만 할까요…

      평생 그렇게 강한 모습만 보이시던 제 모친도 제가 일이 생겨서 이번가을엔 손주 보여드리기 어렵다는 말씀에 섭섭해하시는 맘을 감추시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삶에 무엇이 중요한가 생각해봅니다…

    • none 67.***.249.116

      저기… 남의 삶에 감 내놔라 하는 거 싫어하지만 그래도…

      혹 아내분이 한국에 자주 다니셨나요?
      처음 한국들어가서는 (5년전) 한국이 좋다고 했던 제 아내도
      이번에 한국다녀오더니 도저히 한국에서 못살겠다고
      여기(미국)서 자리 꽉 붙들라고 하던데..

      결정을 완전히 내리신게 아니라면
      아내분더러 아이 데리고 한두달 한국다녀오라고
      해보시는 건 어떨지 싶네요.

    • eb3 nsc 76.***.103.56

      자주 볼때는 모르지만, 가끔 뵙거나, 또 거리가 멀어서 자주 뵐수 없다는것과, 부모님의 연세는 자꾸 늘어가고… 속 상함 이해합니다..
      서로 다독거려주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