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연락이 끊긴 어릴때부터 무지 친하게 지내던 남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넉살좋고 끼많던 양모군, 외모도 반듯한데다 워낙 말도 청산유수라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좋았습니다만 이 양모군의 각종 에피소드중 하나가 유달리 생각나는군요…
대학로에서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혼자 집에 귀가하던 날이었습니다.
좌석버스 뒷자리에 몸을 맡기고 정신없이 졸던 양모군, 내려야할 정류장에 거의 다 도착할즈음…양모군과 제가 살던 아파트(아..양모군 집이 저희집 앞동이었습니다..ㅋㅋ)는 정확하게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인 사거리 코너에 위치해 있었으니 간혹 신호가 걸리곤하면 버스기사님께 잘 말씀드리면 사거리 횡단보도에 하차해 비교적 편안하게 집에 올수있었으나 그날 버스기사님의 기분에 따라 신호에 걸렸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문을 열어주시지 않는 분들도 계셨기에 그동네 사는 사람들에겐 버스기사님의 표정과 몸짓을 잘 살핀후 정류장 사이에 내려달라고 하는 부탁을 해야하는 사정이 있었지요.
아무튼, 그날 술도 마셨겠다…마침 사거리 신호등 끝차선에 버스가 딱 정지한 상태라 뚜벅뚜벅 좌석버스 복도를 걸어가던 양모군…
풍채와는 다르게 나름 여리고 소심한 면도 있었던 양모군이기에 긴장을 하며 머리속으로 “아저씨…저 여기 내려주십시오”를 서너번 되뇌이며 기사님 앞으로 다가갔습니다.그리고는, “저..아저씨” 하고 부른 양모군…
“뭐야..”
헉…생각보다 험상궂게 생긴 용모의 기사님…그대로 얼어붙을듯 했지만 양모군, 용기를 내어 “아저씨…저…여기좀 내려주십시오” 라고 단호하게 말을 뱉었는데…
수초후,
“푹..”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게 아닙니까…
아저씨, 말없이 양모군을 바라보더니 문여는 버튼을 스윽- 누르시고 열린문 계단을 내려가면서 순간 술이 확 깼던 양모군…
자기가 수초전 힘주어 한말이 또렷하게 기억이 나기를…
“아저씨….
전 여기 내릴수 있습니다!”
.
.
.
.
.
아…보고싶구나..양모군…잘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