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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스 식구님들… 주말 잘 들 보내셨는지요?
원래는 이렇게 한가하면 안될 월요일인데… 제가 워낙 일처리가 빠르다보니…(^^)
자 오늘은 지난 이야기에서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또다른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볼까 합니다.1990년 가을…
학교 동아리에 회장을 맡고 있던 만기는 TV광고, 드라마등에 출연하며 동아리 모임때마다 동아리 여성 모두의 눈동자를 하트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지니신 82학번 선배의 결혼식 준비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늘 동아리일이라면 두 팔을 걷고 나서주셨던 형에 대해 결혼식에 작은 이벤트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했던 학부생들은 결혼식을 이틀 앞둔 금요일 저녁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시 시기와 질투, 경외의 대상이었던 그 형… 절대 아니다… 여학우 대상 인기투표에서 당시 회장이었던 나를 가볍게 제치고 90%이상의 몰표를 쓸어담으신 그 형에 대한 나의 불같은 질투심… 아직 남아 있기에…어쨋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이벤트 준비를 열심히 도와주셨던 어느 87학번 선배의 이야기다. 편의상 그 형의 별명은 ‘소심’으로 해야할 것 같다. (형~~~ 미안!). 우리의 소심형은 별명에서도 알아차리셨겠지만 굉장히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거기에다 나름 내성적…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꼼꼼함에 섬세함… 그리고 다정다감함… 심지어 말투는 여성스럽기까지 했다는…
다행스러운 것은 아~~~ 우리의 주인공~~~ 많은 남자 후배들에게 인기 만빵… 울트라! 킹! 왕! 짱!!!이었던 87 ‘화끈’ 여선배와 그 이름도 빛나는 CC셨다는…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하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던가~~~어느덧 이벤트 준비가 완벽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일단의 무리(약 10여명)들은 ‘화끈’선배의 제안으로 마침 부모님께서 여행을 가셨다는 ‘화끈’선배의 무주공산(집)으로 입성을 결행하였으니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편의점을 들려 마련한 맥주, 소주등을 이런저런 이야기 보따리와 함께 풀어놓으며 하얀 밤을 만들기 시작하던 무렵, 몹쓸 가파추(가정파괴추진 위원회)의 회장이기도 하였던 만기의 진두지휘아래 드디어 내성(냉장고) 함락에 열을 올리며 미미하던 마지막 저항을 제압… 거의 모든 적병을 쓰레기로 만들어버렸던 우리…
“얘들아~~아… 이러면 안돼~~~ 아이~~~ 얘들아~~~”를 연신 외쳐대며 기고만장한 승자들이 남긴 잔해들을 마구 치우시던 우리의 소심형… 냉장고 정복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찬장이며 서랍들을 모조리 수색하여 라면, 멸치, 햄, 미역등 숨어 있던 적병력을 완전 소탕하던 우리의 가파추 병력들… 그럴때마다 안절부절 우리의 뒤를 쫓던 소심형… 이미 냉장고 함락때부터 체념하신 듯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긴듯 한 우리의 ‘화끈’누나…
“애들아… 정말 이러면 안되는데~~~ 아이~~~ 진짜~~~” 소심형의 탄식소리가 가물가물해질 무렵 모든 가파추 병력들이 거실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편히 취침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 위원장 만기도 동시에 취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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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의 엎치락뒤치락 끝에 결국 밀려오는 요의를 참지 못하고 일어난 만기… 곤하게 잠들어 있는 가파추 병력들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며 화장실로 향하던 만기는 기겁을 하고야 마는데…
“소심형 거기서 뭐해?”
거실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하던 소심형이 고개를 돌리며…
“어… 만기야… 일어났어?…”
쑥스러운 듯 말하던 형 입으로 조금 삣어나온 고추장 묻은 콩나물… 그렇다. 밤을 새워가며 난장판이 되어있던 거실을 어느정도 정리하던 소심형은 허기진 배를 부실하기 짝이없는, 정말 말도 안되는 비빔밥으로 꾸역꾸역 채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형 주위를 둘러싼 쓰레기 봉투들은 형의 전후 뒷수습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전히 잔해들은 조금 남아 있었지만…
“형… 다른 사람들 먹을때 같이 먹지~~~ 몇 시나 됐어요?”
“8시…”꾸역~~ 꾸역~~~
왠지 짠해지는 마음을 뒤로한채 화장실로 들어간 만기는 차가운 물로 눈꼽과 함께 졸음을 몰아내며 화장실 문을 나섰다.
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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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시다가 굳어버리신 화끈 누나의 부모님!!!
(그려지시나요?
난장판의 거실…
널부러진 10여명의 처녀, 총각들…
현관문을 향해 철푸덕 주저앉아 입가에 고추장을 묻힌 채 놀라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소심형!!!)볼이 터져라 비빔밥을 입에 넣은 채 비빔밥을 뜬 숟가락을 들고 그대로 굳어버린 소심형!!!
화장실에서 나오다 어머님과 눈이 마주친 채 얼어버린 만기!!!
그날 결국 우리는 아버님의 제안으로 해장술까지 얻어 마셨다는…
그리고 우리의 화끈누나, 소심형…
지금은 부부가 되셨답니다.
연락 못 드린 지 벌써 3년이 더 되었네요… 에구…
살다보면 가끔 그런 친구들 있습니다.
야구부 연습하는 거 구경하다가 갑자기 “야~~~ 공 날아온다… 피해~~~”
남들 다 가만히 있는데 혼자 냅다 뛰어 도망가다 가뿐 숨 몰아쉬며 이젠 됐겠지~~ 하며 뒤돌아 보는데 불이 번쩍!!!
그렇습니다.오늘은 가끔은 대세의 흐름을 따라 처신하는 것이 현명할 때가 있다는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커플스방 식구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