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돌아온 싱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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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ead 75.***.154.140 5116

    싱글이 부러운 이유중의 하나는 “자유(?)” 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제 3~4주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즐거운 고민(?)을 했습니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블로깅 정리도 좀 하고, 주식 분석도 좀 하면서, 우아하게 스타벅스나 파네라브레드에서 커피한잔과 인터넷으로 시간을 때울까 했습니다.

    그런데, 어둑어둑한 집에 들어서자마자 왜 이렇게 한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티비만 보다가 잠자고 일어났는데, 조용한 집이 이렇게 썰렁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침밥을 쌀만 씻어서 얹히면 되는 것을 귀찮아서 맥도날드 Breakfast 시켜먹고 왔습니다. 아마도 오늘 점심은 Pho가 아닐까 하네요. 아무래도 식단을 짜서 한인마켓장을 좀 보고 와야 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원하는 할일 보다는 원하지 않았던 할일이 쌓이네요.

    식단짜고, 반찬 만들고, 다음주 도시락거리 챙겨오고, 밀린 빨래 해야 하고, 청소해야 하고, 아이방을 완전히 개조(?) 해야 하고……

    그런저런 일의 와이프의 자리가 크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더 큰 것은 집에서 대화상대가 없다는 것이 매우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한때는 싱글의 삶이 그렇게 부럽게만 여겨지더니만, 막상 혼자가 되어보니, 싱글의 삶이 그렇게 녹녹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주어진 3~4주의 혼자만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써보렵니다. 혼자 영화관 가서 영화보기 같은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영화관에 거의 못갔거든요. :))

    • 올림피아 71.***.114.80

      아내의 자리는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집안일을 도와준다고 제 나름대로 해봐도, 결국은 티도 않나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서로를 채워주면서 사랑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내가 기대어 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하면서 결혼 초기의 생각을 다잡습니다.

      즐거운 3~4주 보내시길 기원드립니다.

    • 나그네길 71.***.58.121

      저도 지금 와이프와 아이 한국에 보내고 3주가 지났네요…첨에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더라구요…말씀하신대로 한국말상대가 없다는게 힘들게 느껴지구요… 하지만 이제 어느정도 혼자만의 생활패턴이 정해져서 나름 적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계획을 잘 세우시고 해나가시면 시간도 금방 지나갈껍니다.. 자 울 홀애비들 화이팅입니다.!!!

    • 건들면 도망간다 71.***.204.35

      혼자서 영화관에도 오리지널싱글의 특권입니다.
      아자씨가 혼자 영화관에 앉아있는것 처량모드이니 삼가시는게 ……..ㅎㅎㅎㅎㅎ
      평소에 손이 필요했던 집안일이나 아기방을 홈디포에서 재료사다 예쁘게 꾸미시던지 아내가 필요했던 소품들 하나 시작하면 퇴근 후 시간이 금방 갈걸요.
      식구들이 돌아왔을때 기쁨도 두배입니다.

    • 커플스입문 67.***.137.153

      어릴적에 엄마께서 마실에서 안돌아 오셨는데 아빠께서 퇴근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다 들 어디갔어”였어요. 다 들 어딧기는 여기 삼 남매 빠글빠글하게 놀고 있는데.. ^^ 남편에게 아내란 그런 존재일까요? 여자 하나가 아닌 “다 들”..
      젊은 날의 아빠생각이 나서 잠시 웃어봅니다.

    • NetBeans 76.***.131.53

      bread님, 저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아내가 한국을 떠났을때, 빈집에서 느껴지는 허전한 감정과 슬픔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더군요. 너무나 조용하고, 누군가가 없다는것이 그렇게 허전하고 마음 아릴줄을 몰랐었죠.

      결국에는 아이와 아내가 올때까지 부엌에도 안들어가고, 다른 방은 아예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올때까지 기다리던 생각이 납니다.

      어떤 사람말로는 그래도 30대라서 안 굶고 살았지, 40대가 넘어서는 아내가 없으면 굶는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bread님 3~4주간 건강하게 지내세요

    • 산들 74.***.171.216

      커플스입문님 댓글에 한참 웃었습니다^^ 다-들 어디갔어…하시던 저희 아버지 세대의 표현법…ㅋㅋ

      저도 예전에 댓글 달았습니다만 저희 남편도 며칠 반짝 잠시 돌아온 싱글의 삶을 만끽하는듯 하더니만 한달쯤 후엔 거의 한국으로 전화올때마다 뾰루퉁…”왜 안와…미국안오기로 한거야??”를 연발하던 남편…

      bread님. 건강 생각해서 밥도 잘 챙겨드시구요. 3-4주간 최선을 다해 잠시 돌아온 싱글의 삶을 인조이하시길 바래요~!~~~~^^

    • PEs 75.***.171.173

      며칠만에 들어와보니 벌써 많은 사건(?)들이 있고 새로운 아이디도 많이 보이고…게시판은 점점 우아해짐을 느낍니다.
      작년 몇년만에 한국나들이를 한 와이프와 아이들을 한국에 두고 먼저 미국에 들어와서 약 5주간 혼자 생활했었습니다.

      …….

      거의 인간의 생활이라고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더군요. 거의 짐승(?)에 가까운…그 추억의 “바야바”같은 느낌이랄까.

      가족은 가까이 있을때에는 잘 모르는데 떨어져 보면 그 소중함이 얼마나 큰 지 몸소 체험을 했었습니다.

      그래도 저보다는 우아한 생활로 잘 지내실 것 같네요.

      지금은 저도 다시 우아한(?) 생활로 돌아 왔습니다만…아직도 바야바의 악몽은 남아있답니다.

    • bread 75.***.154.140

      하하하….답변들 너무 감사합니다.

      영화관에 아저씨 혼자 있으면, 처량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파네라브레드근처 에드먼드 씨네마근처에 갔더니 젊은 친구들이 아주 많은데, 상대적 초라함이 있더군요. 혼자 영화보는 것은 아무래도 안될듯…ㅎㅎㅎ

      커플스입문님의 댓글에서도 저도 웃었습니다. 와이프는 정말 그런 존재였군요. :)

      산들님의 남편분이 한 말을 저는 오늘 해버렸습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왜 미국안오냐고….흑…..

      PEs님의 바야바는 저는 벌써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머리가 이미 많이 길러진 상태거든요. ㅎㅎㅎ….아침에 맥도널드, 점심에 포, 저녁은 인앤아웃이 될 듯 싶습니다. 어서 한국장을 봐야 하는데, 게을러지는군요. 최근 빠져든 미드덕분에……로스트를 이제서야 보고 있다는….

      오늘 하루가 벌써 다가는군요. 드라마보고, 이것저것 쓸데없는 짓을 했더니, 시간은 정말 잘가네요. 이 게으름이 계속되면 안될텐데….-_-;;;;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듯….

    • 바다 70.***.161.37

      아내와 아이들이 한국에 간지 벌써 한달이 지났네요
      그동안 너무 놀아서 쌓인 집안일이 산더미 입니다.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야 끝낼수 있는데
      걱정이네요 ^^
      처음엔 좋다가
      좀지나면서 외롭다가
      이젠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편안한 싱글을 즐기고 있습니다..
      맘 편히 하시고 그동안 아이들 때문에
      아내 때문에 못했던거 맘껏 하시고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시길 바랍니다

      전 지금 애들방 청소하러 갑니다….

    • 꿀꿀 136.***.158.145

      골프 안치시나봐요,,전 제발 가족들 한국에 한 3주만 좀 가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요,,(생각만,, 애들 다 데리고 와이프 혼자 한국가면 아마 더 힘들어 해서 제 맘이 불편할거같네요,,) 맘놓고 골프좀 제대로 치게,, 전에 그럴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정말 어디 야간개장하는 골프장 없나 하는생각까지 했답니다,,ㅋㅋ

    • 6년만기 24.***.74.254

      아내와 결혼한 지 만으로 11년 7개월째… 하루도 떨어져본 적이 없답니다. 워낙 저랑 떨어져 있는 걸 못 견뎌하는 아내이기에… ^^ (제가 그렇게 좋은가 봐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잠깐 싱글로 돌아가 봐야 아내의 소중함이랄까 뭐 이런 것들이 새삼느껴질텐데… 물론 지금도 소중한 아내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bread님 식구들 돌아오는 날까지 너무 망가지지는 마시길…

    • PEs 75.***.171.173

      꿀꿀님은 정말 골프를 사랑하시는 분 같네요.
      저희 집안(?)에는 프로골퍼 한 명, 싱글이 두명이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별로 골프에 관심이 안갑니다. 프로골퍼의 말로는 제가 천부적인(?) 감각과 소질이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싱글로 갈 수 있다고는 하는데…

      일단 4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골프가 저에게는 너무 지루한(?) 경기라는 생각이 들어서…물론 주말에 4시간이나 가족과 떨어지는 것 조차도 안타까와하는 마음이 녹녹히 녹아져 있기 때문이랄까… (좀 느끼하죠?)

      언젠가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가족모두가 같이 하고 싶은 미래의(?) 스포츠입니다.

    • 아줌마 128.***.149.164

      참 커플스 식구들이 배우자를 그리워하는 모습들이 비슷하십니다. 전에도 다들 비슷하게 늙어(?)가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문득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에서 한 다음 말이 생각나네요.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 bread 75.***.154.140

      꿀꿀님은 정말 골프를 좋아하시나봐요. 미국에서 직장생활하는 한국사람치고 골프안치는 사람을 꼽으라면 몇안되는 손가락에 저도 포함 될 것 같습니다. 위의 PEs님이 참 잘 얘기해주셨는데요, 어쩜 저랑 같은 생각이신지…. 4~6시간이 저는 현재로는 아깝더라구요. 아마 다음에 골프를 좀 더 하게 되면 (조만간은 하지 않을까 합니다…워낙 한국사람들이 많이 치기도 하거니와 배워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그렇게 빠지게 될까요? :)

      아줌마님이 Quote하신 톨스토이의 얘기도 수긍이 가네요. :)

    • eb3 nsc 76.***.2.159

      지난번에 제가 댓글에 올렸었는데요… 남편 골프채 부러뜨린 사건….
      그 사건이 나던날… 처음으로 너무 너무 열받아서, 칠순엄마랑 딸 둘 데리고, 모텔에가서 하룻밤을 잤습니다… (일명, 가출…..) 남편은 나가라고 했는데 안나가서요… 골프 치고 늘 돌아오면 가족들이 있으니까, 가족의 소중함을 몰라 하는것 같아서, 그것이 너무 속상해서…주말 내내 애들과 놀아 주지도 않고 골프에 빠져 있는 남편이 미워서…가출 했습니다…그렇게 하룻밤 나갔다 왔더니, 남편이 변했어요… ㅋㅋㅋㅋㅋㅋ ….남편 왈….불꺼진 집에 혼자 있기 너무 싫고 외로웠다고…. ..있을때…잘 하시고, 오기전에 미리 사랑받을 준비 하시는게???ㅋㅋ

    • 커플스입문 67.***.137.153

      하하,, 골프하니 저도 에피소드가 있어요. (저는 왜 이렇게 에피소드가 많은거예요//)
      둘째 낳고 첫 더위에 에어컨이 고장난 날 이었어요. 메인터넌스는 소식도 없고 새벽에 골프치러 간 남편은 점심먹도록 연락도 없고. 그 더위에 집 안에서 애 둘 뎃구 찜쪄먹다가 보니 저녁먹을 즈음 남편 골프친구가 남편을 집 앞에 드랍을 해주더라구요. 36홀을 치고 왔다는 소리에 퐝당해진 저는 문 앞에 속옷이랑 양말 챙겨서 버려뒀지요. 남편의 골프친구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자기아내 한국 간 틈을 타서 순진하고 어리버리하며 인간성(!!)만 좋은 남편을 꼬득인거죠. 그 길로 2박 3일을 버려두었는데 그 골프친구 집에서 지내면서 3일 간 열심히 골프 만 쳤다는군요. 에휴~(할 소린 아니지만 그 때 아예 갖다 버렸어야 해요..^^)

    • 온라인 38.***.220.214

      커플스입문님 댓글에 한참 웃네요!!! 같은 경험이 있어서 일까!!!

    • 지나가던 커플스 76.***.167.180

      애 없는 커플인데요, 남편 혼자 나두고 한국에 혼자 갔다오면 여기에 글 남겨 두신 분들처럼 제 남편도 저를 그리워 할려나 모르겄네요. 가끔씩 남편을 테스트 해보고 싶은 맘이 생기답니다. 혼자를 즐길까 아님 전화해서 자꾸 빨리 오라고 조를까.. 다른 커플스님들은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