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행복한 순간 2 – 엉덩이 치켜들고…

  • #83560
    PEs 75.***.144.154 7431

    아이를 갖고 부모가 되면 철이든다고…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아이들의 교육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에는 성적에 신경이 곤두스더군요. 괜히 비교도 되고…
    한국에서 4당5락을 거친 무식한(?) 세대이다보니 앞만보고 달려가는 성적위주의 잘못된 공부관념이 잠재의식 속에 깔려있음을 고백합니다.

    아이가 아무리 뛰어나고 남들보다 더 앞서간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은 성적위주의 관점에서 판단된 것이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좀 더 의미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결국 위의 사항을 프로젝트에 대한 최적화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1.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
    2. 평상시에 먼저 부모로서 본을 보여야만 한다.
    3.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여 꾸준한 학습효과를 보았을 때 최적화 프로젝트의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기준을 잡는다.

    먼저 아이에게서 모든 공부에 관련된 스트레스를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학교 성적은 중간밖에 안되고 아직 글도 잘 못 읽어서 쩔쩔매긴 하지만 학교에 가는 것은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큰 성과라 생각합니다…공부는 시키지 않고 항상 그리고 마냥 신나게 놀기만 하니…)

    집안청소는 힘들어도 식당예절이 가장 중요한 학습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에서 출생을 하였든 한국아이들중 식당예절이 매우 안좋은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미국사람들은 사람들의 교육수준을 떠나서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얌전한 것을 즉 교육을 받고 실천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자…아이들이 식당에서 음식을 흘리면 식사후 부모들은 모두 엉덩이를 치켜듭니다. 식탁 밑을 보면 의외로 음식들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누가 떨어뜨린 것을 떠나서 무릎꿇고 기어들어가서 깨끗이 청소를 하려면 엉덩이를 항상 치켜드는 우수운(?) 행사를 치르지만 꾸준히 아이들에게 보여왔습니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는 이런 모습이 몇년째 이어지고 집안의 외식후 의례행사가 되었는데

    공원에서 떨어진 쓰레기들을 스스로 다 휴지통에 주워 넣는 모습을 아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공중목욕탕에 갔을 땐 면도날 커버 플라스틱이 떨어져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다면서 주워서 쓰레기 통에 넣는 모습…그리고 나선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아빠,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떨어뜨린 종이, 쓰레기 많이 주워서 쓰레기통에 주워 넣어요…”

    공부가 그리 중요한 가요? 공부는 당장 좀 못해도 큰 보람이 느껴졌고 많이 행복했습니다. 이제 몇년에 걸친 위의 프로젝트가 끝났다 싶었지만 그것은 끝남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 엄마의 엉덩이치켜들고 프로젝트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을 약속하마…’

    성적보다 그리고 경쟁보다 또 다른 그 어떤것의 소중함을 이제서야 깨달으니,

    이제 조금 철이 들어갑니다…

    • 크리스맘 69.***.218.162

      존경합니다. PEs님…
      아이들에게도 존경받는 부모님이시겠지요..

      자식 키우는 데는 참.., 내 맘처럼 되질 않는 것 같습니다.
      내 자식은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데,,
      부모맘을 다 따라주나요 어디….

      저녁에 식사하는 데,
      어찌나 소리를 내고 시끄럽게 떠드는 지…
      이렇게 저렇게 달래느라 밥은 먹은 건지 안 먹은 건지.. 휴~진땀~
      사실은 아빠가 더 고생을 했지만.. ^^
      암튼, 자식 키우는 건 참 내맘 같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엉덩이 치켜들기…
      이거 저도 맨날 하는 거고, 오늘도 하고 온 거지만,,
      진짜 이렇게 하다보면 아이가 깨달을 때가 오겠지요..?
      우리 아들 모르는 건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거지요?? ^.^

    • 산들 74.***.171.216

      아직은 아이가 pre-K 라 걱정을 안했지만 막상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나면 과연 우리가 배워왔던 성적위주의 교육환경과 자유로운 인성교육을 어떻게 잘 맞춰나가야하나…하고 은근히 부담갔던게 사실이랍니다.

      그런데 PEs 님의 글을 보니 역시 ‘사람만들어주기’가 가장 중요한 일인듯 싶습니다. 사회속에서 필요한 사람되기…사람들에게 성적과 성과만으로 인정받는 삶이 아닌, 사람 됨됨이로 인정받을수있는 아이로 키우기…
      정말 중요한 부모의 과제네요.
      PEs 님, 앞으로도 좋은 아이로 키우기의 훌륭한 글들 많이 부탁드려요.^^

    • 중요함 76.***.155.252

      공중도덕 정말 중요하죠. 전 남자 데이트하다가 길거리에 뭐 버리는거 보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더군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자식이 부모를 모방하면서 자란다는건 만고의 진리 아니겠습니까.

    • eb3 nsc 69.***.54.182

      저도 식당가서 작은딸이 흘려놓은 음식물을 큰 종이 타월을 얻어서 아예 다 청소를 해주고 오는편인데요…큰아이는 한국에서 6살까지 자라고 미국와서 지금 12살이 넘어가지만, 한국에서 보고 자랄때는 문화 예절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그러는것 같다가, 초등학교 부터 지금 졸업하는 이 즈음에까지 미국아이들이 많은 학교만 다니고, 미국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아서 한국쪽 보다는 미국쪽 마인드가 강해서, 저랑 많이 부딫치게 되는군요… 아직 세살인 둘째는 문명(?)의 혜택을 아직 못받고, 집에서 할머니와 식구들에 둘려 싸여 있어서 오히려 더 한국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가끔 대화가 안통하는 큰딸아이 때문에 세대차이가 아니라 나라의 문화 차이를 느끼면서, 어떻게 이 딸을 이해를 시키고, 잘 키울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살 한살 커 갈수록 대화는 안통하고, 내맘대로도 안되고,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 PEs 75.***.144.154

      좋은 글이라고 말씀하시는 글을 보면 부끄러워 집니다. 참 긍정적으로 좋게 생각해 주시는 좋은 이웃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곳에 오시는 분들의 아이디가 다들 특이합니다. 정감도 가고…

      산들은 괜히 쫙 펼쳐진 목초지가 상상이 되고 (그런 곳에 앉아서 글을 쓰시는 상상이 듭니다.), 주부 9단은 웬지 엄청난 “내공”과 “포스”가 모니터로 느껴져 순간 머리카락이 후욱하고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크리스맘님은 아이의 정겨운 이름을 딴 것 같아 옆집의 친한 이웃 같고, eb3 nsc는 왠지 영주권으로인해 저처럼(?) 갖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꿋꿋이 일어난 왠만한 역경에도 끄떡없는 인생의 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중요함님은 글의 주제에 따라 아이디를 적절하게 바꾸어 가면서 글의 내용을 보완하고 강조하시는 내공이 있으신 것 같고…

      모두들 항상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 산들 74.***.171.216

      하하 그렇게 해석해주시니 또 색다르네요. 정말 맘같아선 산수 푸르른 곳에 앉아 글을 쓰고 싶기도 합니다^^ 좋은 주말되세요~~~^^*

    • 뜨로이 209.***.225.221

      참 교훈적인 글입니다. 식당에서 저지르는(?) 저의 행동들또한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가르쳐야 하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b3 nsc 69.***.57.35

      아 ! 저 예리한 관찰력…ㅋㅋ 아이디만 가지고도 사람을 느낄줄 아는 내공…대단하십니다… 저의 아이디에 그런 깊은 뜻이??? (사실 거의 맞습니다..) 결론이 잘 나야…말씀대로 될터인데요.. 지켜 봐 주세요..

    • Jae 76.***.47.52

      미국 아이들 중 소수만 공중식당에 가시는 건 아시는지요. 많은 미국 아이들 한국 아이 못지 않게 버릇 없습니다. 그런 아이들 대중 식당엔 못 가지요. 그러니 식당에서 보는 미국아이들이 얌전해 보일 수 밖에 없지요.한국사람들이야 그런 거 신경 안쓰니까 많은 한국 아이는 식당 예절이 없어 보이는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제 아이들 땜에 식당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습니다만…국적에 상관 없읍니다. 아이들은 다 똑 같습니다.

    • PEs 75.***.144.154

      미국 아이들중 소수(!)만 공중식당에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요? 굉장히 궁금합니다. 여기서 식당이라 함은 아주 고급식당을 지칭하신 것입니까? 아니면 맥도날드와 같은 미국사람들의 일반식당도 포함이 되는 것인지요?

      미국아이들이 버릇이 나빠서 대부분은 식당에 갈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굉장히 충격적인 사실이 될 것 같습니다. 딴지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너무 놀라운 말씀이라 궁금하여 어떤 근거로 대부분의 미국아이들은 식당을 못가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 나그네길 71.***.58.121

      저또한 버릇없고 주위사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미국 아이들을 공공장소에서 종종 보았습니다…그에 필적할 만한 매너없는 미국부모들도 많이 보아왔구여.. 제 개인적은 느낌은 우리한국사람들은 미국사람들을 필요이상으로 의식을 한다는 겁니다…어디서든 언제이든 주위의 미국사람들과 비교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단도리해야할 식구들 주위사람들한테 피해안주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공공예절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젋은부부들 이렇게 가르치시는 분들 상당히 많습니다…더더욱 많아지겠죠..

    • PEs 75.***.144.154

      미국사람들을 필요이상으로 의식을 하는 경향도 있겠지만, 식당에서 소리지르고 뛰어다니고 하는 것은 그러한 의식을 더더욱 많이 해야할 국제적 공동예절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아이들이 완벽하다고 말씀드린 적도 없지만 한국아이들이 모두 버릇없다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그런 경향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것은 어찌보면 눈치를 보고 의식을하는 문제가 아닌 문화적 차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들어 중국사람들도 유난히 아이들이 식당에서 뛰어다녀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경우를 봅니다.

      미국사람들은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지나치리 만큼 예민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지만(그들의 문화라 사료됩니다), 최소한 식당예절 만큼은 예민함과 그러한 문화를 떠나서 지켜야 할 모두의 약속이자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생각하신다면 윗 글에대한 오해가 안생길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미국은 맞벌이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이나 다른 나라보다 패스트푸드나 외식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저는 알았고 또 이로 인한 비만과 성인병 증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더 외식을 많이하는 미국인들의 평균생활이, 소수만의 외식문화라는 말에는 여전히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 바다 70.***.202.71

      PE님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주로 아내의 가정교육 방식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주로 아내가 예절 교육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저는 그교육의 실제 모델이 되곤 합니다…
      방식이 똑같지는 않지만 식당 예절과 더불어 집에서의 식사, 어른과의 식사 등등 ….
      매일매일 하나씩 가르쳐온게 이제는 아이들이 제법 익숙해져있는 모습을 볼때마다 뿌듯 합니다.

    • 올림피아 71.***.98.76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제겐 아직도 감히(?) 꿈꾸기도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4학년이 되기전엔 나야 되지 않겟냐는 주위의 압박도 있지만서도..

      아직 운전이 익숙ㅎ지 않은 제처가 운전 중에 왜 사람들이 저렇게 운전하는 지 모르겟다고 하더군요. 제가 그럽니다. 모든 사람들이 커먼센스나 에티켓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은 매우 위험한 거라구.. 더군다나 그런 것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 터푸한 노처녀 70.***.213.156

      올림피아님 …
      아주 명언을 해주셨네요 …

      “모든 사람들이 커먼센스나 에티켓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은 매우 위험한 거라구.. 더군다나 그런 것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그렇담 …. 그러한 common sense 를 갖지 않은 사람을 상대해야만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요?
      그런 사람들을 대할 때는
      나는 어떤 센스를 가지고 그런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지 ….
      정말 의외로 아주 독특한 common sense 를 가진 미국사람들이 많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