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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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67.***.62.112 5449

    결혼한지 올해로 십년이 되었습니다. 결혼생활 십년동안 남편으로부터 받은 선물 목록을 떠올려보니 결혼 기념일, 생일, 크리스마스를 다 아울러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원래 선물을 밝히지 않는 청빈한(?) 성품의 소유자라 그런 경향도 있지만, 아무래도 남편의 성의 및 애정 부족에 기인한 결과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오던 차, 오늘 아침 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남편이 쓴 글을 읽고 그 동안의 혐의를 모두 벗겨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10캐럿 다이아보다 저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준 남편의 선물이었거든요. 선물자랑도 하고(^^), 마음의 선물 보내 준 남편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어 글 올립니다. 지금은 일 때문에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얼마후 면 우리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 기다립니다.

    남편이 블로그에 올린 생일 축하 글 전문:

    ‘완벽한 계획’

    원래 계획은 이런 거였어. 아침에 당신이 깨기 전에 조심조심 부엌으로 가는거야. 그리고 고슬고슬 밥을 하고, 맛있는 미역국을 보글보글 끓이는 거지. 당신도 알지? 나 미역국 잘 끓이는 거. 그리고 근사하게 아침 상을 차려놓는 거지.

    그리고서 침대에 잠들어 있는 당신한테 가서 살짝 뽀뽀를 해 주는 거야. 그러면 당신은 부시시 눈을 뜨겠지. (물론 눈이 너무 부어서 잘 떠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당신한테 근사한 장미 한 다발을 안기는 거야.

    당신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짓거나 아니면 벌써 눈치를 채고 선물부터 찾을 수도 있겠지. 그리고 당신에게 권진원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거야. 물론 기타가 있으면 더 좋겠지? 그 노래소리에 코를 골며 자고 있던 딸아이도 깰 것이고, 우리는 셋이서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거지.

    이슬비가 내리는 오늘은
    사랑하는 그대의 생일날
    온종일 난 그대를 생각하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했죠
    난 가까운 책방에 들러서
    예쁜 시집에 내 맘 담았죠
    그 다음엔 근처 꽃집으로 가서
    빨간 장미 한 송일 샀죠
    내려오는 비를 맞으며
    그대에게 가는길 너무 상쾌해
    품속에는 장미 한 송이 책 한 권과
    그댈 위한 깊은 내 사랑
    아름다운 그대를 만난 건
    하느님께 감사드릴 우연
    작은 내 맘 알아주는 그대가 있기에
    이 세상이 난 행복해

    난 가까운 책방에 들러서
    예쁜 시집에 내 맘 담았죠
    그 다음엔 근처 꽃집으로 가서
    빨간 장미 한 송일 샀죠
    내려오는 비를 맞으며
    그대에게 가는길 너무 상쾌해
    품속에는 장미 한 송이 책 한 권과
    그댈 위한 깊은 내 사랑
    아름다운 그대를 만난 건
    하느님께 감사드릴 우연
    작은 내 맘 알아주는 그대가 있기에
    이 세상이 난 행복해
    너무 너무나 행복해
    Happy birthday to you

    [권지원, Happy birthday to you]

    이런 완벽한 계획이 있었는데, 당신의 생일을 블로그 글 하나로 때울려고 하니 너무 너무 미안하네. 그래도 당신은 내 마음 알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을 만나 얼마나 행복한지. 그리고, 사랑하는 딸을 낳아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당신의 생일에 나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지만, 당신을 만나지 못하고 당신이 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 eb3 nsc 69.***.53.130

      비싼 다이아 반지보다…더 값진 생일 선물 받으셨네요…남편의 진심어린 사랑의 편지… 생일 축하 드리구요..행복하세요…

    • 아암 68.***.34.20

      난 언제 저런 선물 받아보나…
      하루에 열마디 대화가 소원이네…

    • 제이슨C 72.***.139.126

      멋진 선물 받으셨네요 ^^

    • 생일 204.***.196.151

      모두들 생일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 산들 74.***.171.216

      정말 감동 백배네요~~^^ 제가 항상 저희 남편에게 “말 한마디로 천냥빚 값는거야” 라며 절대 섬세하지 못한 툭툭 내뱉는 말투에 항상 일침을 놓곤 하는데 생일님 남편 생일 축하글 꼭 보여줘야하겠네요.
      생일 근사하게 멋지게 잘 보내셨죠??? 멀리서나마 늦었지만 생일 너무너무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