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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이라는 건 다분히 주관적인 느낌이 반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몰아보거나 타본 차의 종류도 제한적이고
그 차들을 다 같은 조건에서 타본 것도 아니죠.
미국에 와서 차가 너무 급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혼다 어코드를 구입했습니다.
당시 특별히 어코드가 싫었다기보다 미니밴을 원했는데 딜러한테 가서 사기에는 돈이 너무 들었고, 미국인한테 사는 것도 엄두가 안났기 때문에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구입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없던 차를 탔기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차만 타다가 타본 일본차가 별로 좋다는 느낌이 안들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몰던 차는 2003년형 아벤테 골드, 가끔 몰던 동생차와 아버지차는 1999년형 마티즈, 1997년형 다이내스티, 한번 몰아본 고모 차가 1999년형 그랜저XG, 랜트카로 닷새정도 몰아본 기아 로체 정도인데, 어코드에 가장 실망한 것이 승차감이었습니다.
현대차의 승차감이 너무 푹신하다는 분들이 많은데 제 주관적 느낌상 현대차의 승차감은 부드럽긴 해도 스프링 위에 앉은 기분보다는 미끄러운 바닥을 무겁고 단단한 비누 위에 앉아서 미끄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식 어코드는 그런 묵직한 느낌이 전혀 없고, 차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운전할 때의 느낌이 산만하다고나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 와이프가 운전할 때 뒷자리에 앉아보니 이건 배멀미가 날 것 같더군요.
물론 중고차를 구입한 것이니 쇽압소버에 문제가 있는 차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 태워줬을 때나 그 차를 팔려고 외국인들에게 시승을 시켰을 때나 특별히 차의 이상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고, 마일리지도 7만도 안되는 차였습니다.
미국에서 어코드는 정말 무난한 선택이고, 중고로 팔기도 아주 좋은 차입니다.
한국에서도 가격 거품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팔리죠.
그런 차인데도 제가 왜 전혀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저 나름대로 몇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았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1. 중고차라 쇽압소바 등 승차감을 결정짓는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2. 내가 현대의 승차감에 너무 적응된 탓이다. 2000년식 어코드는 승차감이 원래 그렇다.
3. 실제로도 승차감으로는 현대가 혼다보다 나은 면이 있기 때문이다.
4. 한국에서 옵션 잔뜩 붙은 차만 타다가 아무 옵션 없는 차를 타게 되자 차가 깡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참고로 지금은 2001년형 오딧세이를 타고 있는데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