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여기 들어오니 참 좋은 글들도 많고 소위 남녀간의 유치스럽고 귀여운 논쟁도 있고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것 같습니다.
예전에 미국에 있을때는 이사이트에 꽤나 들락날락 거렸는데 참~ 아득한 기억의 저편으로 미국에서의 생활이 떠오릅니다.
저는 30대 중반에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서 어머니 병수발을 하다 보니 어쩔수 없이 한국에 주저 앉고 지금은 혼자되신 아버지를 모시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벌써 40대 초반인데 참..예전의 욕망과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이젠 그냥 그런 외국물 먹은 싱글녀로 한국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회사 CEO가 저한테 영어를 참 잘한다고 하는데 참 울컥하고 씁쓸하더군요..결국은 내가 원하던 경력을 쌓지 못하고 한국에 눌러앉아 ‘영어’로 여기에서 평가받고 있구나 하니..
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많이 외로워서 그런지 회사의 사별남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업무상으로 트러블이 있어서 옥신각신 했는데 어느새 서로에게 ‘미운정+고운정’이 들었나봅니다. 얼마전에는 같이 출장을 갔는데 저녁을 먹다가 맥주 몇잔이 들어가고 저에게 뭘 하고 싶냐고 하길래 그냥 돈이 있으면 조그만 어떤 회사를 사서 운영하고 싶다고 술기운+농담 섞어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그 돈은 내가 줄수도 있는데..’라고 하는데 술이 확깨면서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워낙 진지한 사람이라 농담으로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았을테고 그런 식으로 마음을 내비쳤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사람의 남매를 키울 자신이 도저히 없기 때문에 부서 이동을 핑계로 요즘은 연락을 안하고 있습니다. 그냥 서로가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사이일뿐으로 입밖으로 뭔가를 얘기한 적은 없습니다.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고 상처를 받고 싶지도 않은게 현재의 심정입니다.
설령 그 사람이 결혼을 얘기한다고 해도 도저히 아버지께 말씀도 드릴수 없을 뿐더러 지금은 설령 조건이 ‘변변한’ 사람이 나타나도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아마도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던 아니면 결혼을 포기할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냥 다시 미국이나 싱가폴/홍콩으로 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합니다. 아래 어떤 미국에 계신 여자분은 한국에 못들어와서 난리, 이곳에서는 못나가서 난리..
아무튼 토요일 밤에 이곳에서 ‘밥아저씨’ 글을 읽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저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의 귀여운 논쟁도 듣게 되어 잠시나마 즐거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