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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같이 일하는 A아저씨한테 휴대폰으로 뜬금 없이 전화가 왔습니다.
아침 먹다가 전화했는데, 통화해 보라고 하면서 어떤 여자를 바꿔줬습니다. 아저씨 친구인줄 알고 실컷 이야기 하다가 보니 한국 사람이었습니다. 뻘쭘할만도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몇 달 전, 늦잠 자고 있는데 친구가 버지니아에서 전화를 했습니다.쇼핑하다가 한국 점원 만났다면서 전화를 바꿔줬습니다. 자다가 깨서 뭔 상황인지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작년, 저녁 먹고 있는데, 친구가 뉴욕에서 전화했습니다.새로 파트너쉽을 맺은 회사가 있는데 거기에 한국사람 있다고 절 바꿔줬습니다. 밥먹다 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그래도 신경써서 이렇게 폰팅을 시켜주니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이러다가 동부지역을 전화통일할 기세입니다.갑자기 오래전에 한국에서 파키스탄사람들과 같이 살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그때가 90년대 후반이었는데, 막 외국인노동자들이 대거 입국해서 일하는 시기였습니다. 가진게 없어서 친적분이 가지고 계시던 작은 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그 집에 그 사람들이 세를 들어 살고 있었습니다.지금 생각해 보면 하루종일 진동하는 향신료 냄새가 지금 내가 풍기는 김치냄새 같지 않을까요.그때부터 저도 지하철역이나 주말 혜화동에 가면 비슷한 모습의 외국인 노동자를 유의 깊게 보게 됐습니다. 그들을 볼때마다 같이 사는 파키스탄친구들에게 소개시켜 주면 반가워 할거라는 착각을 왜 하게 된 것일까요?어제 한국 신문에, 멕시코에 단 두 명이 쓰는 언어가 있는데 둘이 사이가 좋지 않고, 그래서 서로 말을 거의 하지 않아 그 언어가 사라질 위기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말 통하는 사람이 둘 밖에 없으면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위의 사례들의 공통점은, 외로운 사람끼리는 말이 잘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입니다. 때로는 맞고, 때로는 틀린 것 같습니다.동성끼리 외로울때 더 잘 통할까요 아니면 이성끼리 외로울때 더 잘 통할까요?멕시코에 산다는 그 두 명은 동성일까요 이성일까요?잉크를 적신 펜으로 선을 그을 때 접촉하는 점이 많아 질수록 짙은 줄을 긁는 것이 힘든 것 같이 남녀간의 문제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미국처럼 한 눈 팔 곳이 많지 않은 곳에서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착각을 해 봅니다.미국처럼 사람 만나기 힘든 곳에서 낯선 한국 사람과 별 꺼리낌 없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한국이었다면 가능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뻔뻔해져서 언제 만났다고 신나게 이야기합니다.다시 A아저씨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그 여자 어떻냐고, 몇 살이냐고 물어봤습니다. 너무 괜찮다고 한국에서 온지 반 년 됐다고 하더군요.그런데 20살 조금 넘은 것 같답니다. 띠동갑도 한 참을 넘을 것 같네요. 조영구 되는 건가요?아저씨는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이해를 못 합니다. 저도 무슨 상관이냐고 맞장구 칩니다.그러나 그 여자분은 매우매우 상관 있겠지요?오늘도 주제 없이 글이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