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오일 갈아야 하는데 귀찮아요.

  • #410066
    Lazyman 65.***.87.229 4470

    엔진오일 갈러 가야 하는데 귀찮네요.

    근처에 있는 가게로 가면 분명 오일 가면서 이것저것 다 갈아야 한다고 겁줄테고, 그런다고 꿈쩍할 나도 아니지만, 그런 말 듣는 것 자체가 아주 사람 찝찝하게 만들거든요. 아무말 없이 단순히 오일만 갈아주는 월마트로 가자니 왕복 34마일군요.
    기름값은 드디어 3불 50을 돌파 4불을 향해 가고 있는데, 1갤런에 25마일 달리는 차로 엔진오일을 갈러 간다면 거의 5불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겠네요.
    지난번에는 아무가게에서 발행하는 19.99짜리 쿠폰 들고 월마트 가서 Price Match해달라고 해서 19.99에 갈고 왔는데, 얼마전에 일이 있어서 기다리는 길에 물어봤더니 오일 종류를 바꾸고 제 값 다 받으려고 하는 것 같더군요. 왜 19.99에 안해주냐고 했더니 그건 3천마일짜리고 자기네는 4천마일짜리나네요.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보통 가면 1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갈아볼까해서 매뉴얼 보고 있었는데, 오일하고 필터를 사러 가야 하는군요. 왔다갔다, 직접해도 1시간은 걸릴 것 같고, 손에 기름 뭍혀야 하고, 폐기름 처리하려면 어쩌피 가게에 가야 하는데, 차라리 그냥 1시간 기다리는 것이 나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안하기로 마음 정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10년전에 기름값이 1불 약간 넘었었는데, 지금 3배가 올랐군요. 10년전에 한국에서 기름값이 천원정도 했었는데, 지금은 2천원이면 오히려 2배밖에 안 오른건데, 왜 한국에서는 기름값이 비싸다고 말이 많은 걸까요. 차가 꼭 있어야 한는 곳도 아닌데, 운전을 싫어하는 저로서는 한국에서는 차를 공짜로 줘도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할 것 같은데요.
    주가지수도 두배 뛰고, 친구들 연봉 들어보면 환율따져서 계산해도 보통 5,6만불정도에다가 어떤 회사는 보너스까지 합치면 8-9만불 정도 된다던데, 왜 살기 힘들다고 그럴까요. 자기집이든 전세든 기본적으로 수억 밑에 깔고 앉아 차 굴리면서 주말마다 여행다니면서 맛있는거 먹으러 다니면서 살기 힘들다고 하니, 저는 이해가 좀 안갑니다.
    한국에 가니 지하철에서 다들 전화기들고 티비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그러던데, 임대폰인 제 폰도 뭔가 될까 하고 눌러보니 전화밖에 안되더군요. 다들 좋은 옷에 좋은 가방에 좋은 신발에 최신 첨단 기기들로 무장하고 다니는 거 보니, 미국에서 맨날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에 운동화 신고 돌아다니던 제 모습과 비교가 좀 되었던 일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재밌는 것이 전 미국와서 욕심이 많이 없어진것 같습니다. 가끔 미국에 방문했을때는 이것저것 다 사고 싶었는데, 요즘은 필요한게 아니면 다 거추장스럽네요. 전화기도 스마트폰이 대세라지만 딱히 전화 올데도 없는 저는 아이팟터치면 충분하고, 다들 아이패드가 좋다지만 저는 플래쉬돌아가는 갤탭이 더 좋듯, 제게 필요한게 아니면 아무리 첨단기능이 있든 예쁘든 별로 땡기지가 않습니다. 한국처럼 길거리를 돌아다닐일도 없고 다른 사람 시선 의식하면서 살지 않으니 간편하고 편한 옷이 좋고, 그나마도 미국에서는 개성으로 통하니 제 패션감각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한국사람들뿐이네요. 제가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아파트 팔아서 50-60만불씩 들고 오는 이민자들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오자마자 집사고 차사고 사업체사고 골프치러 다니더군요.
    그런거 보면 미국에서 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고, 나도 10년 한국가서 돈 모아서 미국와서 장사를 해볼까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그러다가 야근하고 있다는 친구 메세지에 역시 장단점이 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에구, 엔진오일로 시작해서 이상한데에서 글이 마무리 되네요.ㅋㅋ
     
    밖에 날씨 좋네요. 동네 한바퀴 산책이나 하고 와야겠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숲속의 끊어진 다리까지 갔다 와야겠어요.
    • 98.***.227.197

      글의 흐름이나 내용이 참신하네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감정적이지 않고 정서적이라는 생각입니다.

    • 동감 68.***.9.230

      우울증 증상중에 결정을 못내리는 것도 있습니다. 일광욕을 하시면 조금 나아질 것 입니다.

      • 결정 99.***.94.175

        나도 결정내리는거 정말 힘든데…하나를 포기해야한다는게 참…물건 버리는 문제도 그렇네, 그러고 보니.

        결정내리기 힘든 문제들이 우울하게 만드는건지, 우울증이 있어서 결정이 힘든것인지…저는 전자쪽인것 같네요.

        원글님은 욕심이나 경쟁심이나 쟁취나 이런거 원래 별로 관심이 없는 분같은데요…성공같은거 아니더라도, 아마 삶에 큰 동기를 찾아야 하실거 같습니다.

        • 지나가다 24.***.81.46

          제게 충고해주시는줄 알았습니다.

          삶에 동기나 희망을 찾아야 하는건 알겠는데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할지…
          그냥 소박하게 소중한 사람과 함께 알콩달콩 살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네요.. ㅠㅠ

    • Lazyman 65.***.87.229

      엔진오일 갈고 왔어요. 갈등이라기 보다는 일부러 가려고 하니 고민이 됐던 것이고, 오늘은 교회다녀오는 길에 들려 처리하고 왔습니다.
      차 잠시 맡겨 두고, 친구차 타고 한국식품점을 다녀왔습니다. 거의 몇 개월만에 가는 거라 먹고 싶은게 많더라구요. ^^ 뻥튀기 땡기던데요.
      우울증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글이 좀 우울했나요?
      뭘 소유하러나 성취하려는 것도 삶의 동기가 될 수 있지만, 전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남들과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셨거나, 잘 나가시는 분들은 이해를 못할지도 못하겠네요.
      여태까지는 미국에서 생존하느라 오직 나 하나만 신경쓰고 살다 보니 이런 삶은 동물과 같은 삶인 것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넓은 사파리에 있는 얼룩말 같은 존재.
      한국에서 일하고 학교 다니면서 주말마다 왕복 5시간 거리를 오가면서 봉사활동했던 저의 모습은어디가고, 발버둥치면서 오직 저만을 위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얼마전에 한지민씨가 나온 지식채널을 보고 나서 갑자기 거울속의 제 모습으로 보게 됐네요.
      오늘이 아닌 내일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한 사람을 말입니다.
      다시 정신 하려서, 미룰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이 조금씩 밝아지는 경험을 다시 해 보고 싶네요.

      • 마다가스카르 76.***.77.203

        원글을 보면 엔진오일간다고 해서 남자인것은 확실한데, 이 댓글은 어딘지 여성스러움이…

        님은 넓은 사파리에 있는 얼룩말같은 존재가 아니라, 도심속에 있는 얼룩말이라서 생기는 고민아닌가 하네요. 마다가스카르의 초원을 꿈꾸는 그 재미난 얼룩말처럼… 그래도 피맨(폴리스맨을 의미하는 우리아들의 랭귀지)태우고 뉴욕아스팔트를 다녀야 하는 길들여진 말보다는 꿈꾸는 얼룩말이 훨씬 좋아요.

        원글님 댓글 읽다보니, 이 생각이 나는군요:

        며칠전 운전을 하다가, 사실은 교회가는길에, 레드라이트에 서있는데 장님한사람이 지팡이하나 들고 헝클어진머리로 얼굴을 다 가려지고 옷은 먼지와 흙에 묻어 있는채로 신호등에 기다리고 있더군요.

        잠시 저사람 아무거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욕구가 나더군요. 그냥 손이라도 잡아서 길이나 안내해주고 싶고, 머물데는 있는지…씻을데는 있는지 새옷은 아니라도 깨끗한 내 옷이라도 주고 싶다는…. 그러면서 “언제나 그렇듯이”, 그냥 지나쳤지요. 교회가서 찬양부르고 하나님찾으며 예배하는것도 좋지만….진정한 예배와 찬양은 아무곳에서나 하는 진정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는데…

        사실 예수님믿지 않았을때도, 이런생각 가끔 들어도 그냥 지나친적이 대부분이지요. 잘해야 돈 몇푼 던져주고…
        이런거 참 이제 좀 많이 바뀌고 싶은데….그냥 사는게 자발적이고 스판테니어스해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그런 마음이 항상 행동으로 들어나면 좋겠습니다. 우리주위에 정말 불쌍하게 사는 사람들 많습니다.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어봤쟈, 우리 시간 낭비, 돈 낭비, 거기다가 전혀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 방식 때문에, 나는 아직도 행동을 쉽게 못옮기는 거겠구요.
        예수님이 그 부분에 대해서, 천국에서는 얼마나 생산적인지, 확실한 설명을 주셨는데도…

    • 시골쥐 67.***.147.221

      글이 참 개성있네요. 담담한 어조인데 은근한 유머가 느껴져요^^
      저도 시골살다보니, 원글에 쓰신거 이해도 가요. 경쟁심이 덜해지고, 남과 비교를 안하게 되고…환경에 따라 사람 생각이 그렇게 바뀌더군요. 지금은 이렇지만 아마 한국엘 가면 다시 예전처럼 아웅다웅 경쟁하고 남을 보며 자극받고…머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Mohegan 20.***.64.141

      엔진 오일을 어떤식으로 갈던, 미국와서 실용적이 됐건 그런건 (현재로는) 님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듯 합니다. 느긋함이 묻어나는 글이 좋습니다.

    • 또다른 게으른이 130.***.8.250

      저는 글쓴미의 여유로움이 참 좋네요.
      저도 미국에 와서 물질에 대한 욕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여자인지라 원래 옷에 관심이 많습니다만, 실용적이고 편한 옷 위주로 옷을 사서 입을 지언정, 그게 소위 명품이라는 브랜드라 그것을 꼭 사야한다 그런 생각은 없어졌어요.
      아마도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그런 것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서 저도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했나 봅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었죠. 한국에서 살면 아무리 돈이 없어도 somebody로 살지만, 미국에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nobody로 산다고. 근데 요즘은 그냥 nobody로 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별거 없어 보일지라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들 하면서 그렇게 nobody로 살아도 왠지 좋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예요.
      제가 가진 걸, 베풀면서 사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참 많은데, 실천이 참 어려워요. 근데, 쉽게 생각을 하면, 직장에서나 내가 참가하는 단체에서나, 내가 좀 더 몸을 움직여서 다른 사람들을편하게 만드는 것도 작은 봉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이렇게 조금씩 마음을 가지다 보면, 도움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글쓴님의 여유로움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급 동감하며 긴 글 남깁니다.

    • 오일 65.***.84.74

      엔진 오일은 레귤러 오일일 경우 5000마일 Synthetic일 경우 8000마일 정도에 갈아주시면 됩니다. 너무 자주 갈아줄 필요 없습니다. (엔진계통 종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