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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욕실에서 곱등이를 보았을때 무서워서 들어가질 못하고 스스로 없어져줄때까지 꾸욱 참았었다. 어제 곱등이를 만났다. 이놈의 곱등이 하긴 했지만 나름 귀여운 것도 같고 생물체가 하나 더 있다니 반갑기도… 솔직히 반갑다는 건 좀 오바다. 아뭏든 옆에서 유유히 내 볼일을 봤다.
인터넷 중독… 이것도 은근 심각하다. 남는 것 하나 없는 온갖 드라마를 섭렵하고 심지어 볼게 없어서 하바드에서 열렸다는 ‘정의’에 대한 강좌도 봤다. 역시 하바드인지 난 잘 이해가 안 갔다. 뽀송뽀송한 애들이 일어나서 따박따박 말도 참 잘하더라.
나도 안다. 이게 다 외로움의 소치라는 걸. 하지만 어쩌랴, 어디서도 반겨줄 사람없이 그냥 이곳에서 내 밥벌이를 해야하는 현실을…
일을 열심히 하면 봉급이라도 올라가련만 의욕이 쉽사리 생기지 않는다. 매너리즘이라는 게 이런걸까? 그놈의 매너리즘 참 길기도 하군. 역시 인터넷으로 젊어서 흥청망청 살다가 정신차리고 하루 스무시간 넘게 알바를 뛴다는 아저씨 얘기도 보았다. 정신차릴려고 생니 두개를 직접 뽑으셨단다. 어제 곱등이를 옆에 두고 거울을 봤다. 평소엔 남자들한테 안먹힌다고 그렇게 못마땅했건만 어제는 생니 한개한개조차 다들 귀엽고 소중해보였다.
아뭏든 오늘 또 밍기적 거리면서 회사에 와서 큰맘먹고 학회에 가입했다. 가입비 이천불의 평생 회원… 이로써 코치 시계하나 사볼까 했던 계획은 사라지고… 일이나 열심히 하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