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후가 되어가는 과정..

  • #410011
    우훗 98.***.1.209 6225

    매일, 매주, 매달, 매해 일상이 너무나 단조로와
    누가 주말(연휴)에 뭐했어 물어보는게 제일 싫습니다.

    시간에 늦는걸 굉장히 싫어해서 (사실은 좀 control freak에 가까움)
    지각 한번 하는 일이 없고
    매일 루틴이 정확합니다.
    회사 끝나고 내일 준비하고
    책/잡지 그리고 잠자리
    여가 시간에도 뭐라도 배워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단순히 다 놓고 즐기기보다 자학하는 경향이 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고 만족스럽기도 하고
    가끔 위기가 오면 막 어떻게 이 답답함을 풀어야 할지 몰라 힘들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다가 요 몇주간..
    굉장히 유치하게도 한국의 어떤 연예인에 급관심을 갖게 되었고
    소위 팬질이란걸 해봤습니다.
    뭐 직접 따라다닐순 없지만..인터넷상으로 다른 팬과 소통하는 것.

    정신을 잃고, 매일 하던 일도 다놓고
    매일 컴퓨터에 자나깨나 붙어서 내 조카뻘들하고 신나게 웃고 떠들었죠.
    (사실 그 연예인 팬베이스는 10대부터 30-40대까지 좀 넓은 편)
    1주일이 조금 지나니 회의가 듭니다.
    자극적이고 본질이 아닌 현상이 중심인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내 자신의 모습도 보기 싫고
    그 연예인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그 느낌과 재미에 보다 더 강하게 끌렸구나..
    일이 아닌, 어떤 사적인 그룹에 속해서 공통화제로 웃고 떠들수 있을 때
    굉장히 행복함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요새 많이 쓰는 말도 뭔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즐겁기도 하고..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아서
    관뒀지만.. 참 내가 가고 있는 인생방향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기도하고,
    정신을 잃고 지금이라도 “재미”를 추구하면 살아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죽은 다음에 누가 제 인생을 들여다 본다면..
    정말 평탄하지만
    지옥같은 지루함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을것 같아요.

    다 버리고 그냥 훌훌 여행이나 다니고 싶네요.

    • 일상 67.***.160.126

      그 연예인이 누구였는지 너무 궁금한데요~~~저도 갑자기 연예인에 빠진적이 있었는지라…재밌더라구요….^^*

      • 원글 98.***.1.209

        사실 그 연예인은, 동방신기의 정윤호군이었어요. 봉사나 기부도 말없이 많이하고
        인간 됨됨이가 정말 마음에 들더라구요. 갈라진 JYJ와 동방신기의 소송에 대해서도 많이 읽어봤는데, 좀 뭔가 내 안에 있던 정의감을 불러 일으켰던듯..하네요.

    • 지나가다 65.***.233.197

      전 요즘 FX에 크리스탈 너무 귀엽네요..미쳤나봐요..

      • 원글 98.***.1.209

        ㅎㅎ 그럼 전 노망이겠죠.^^
        요새 너무 귀엽고 예쁜 여자 아이돌들이 많은 듯..

    • 가장 중요한 것 67.***.193.125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얼마나 행복을 찾느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것중에 하나가,
      “내가 XX를 위해 희생했네…”하고 억울해 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아줌마들이 자식새끼들 위해 참고 살았다고 하소연하는 것.
      거짓 핑계거리일 수도 있고 (자식보다도 나 먹고 살길 막막해서), 혹은 자식을 위해 참고 산 것에서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이 이를 위한 스트레스보다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부, 봉사.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부 봉사, 행동 자체보다도, 그러한 일에 행복감을 느끼고 기꺼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칭송 받아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기부 봉사 행동 자체만 놓고 본다면야, 정치인들 선거철 되면 우루루 몰려가서 알량한 기부하고 사진찍는 행동도 행동 자체에서는 별반 다를 거 없고, 행동 자체는 칭찬 받아야 하나, 마음가짐이 개떡이라 그닥 좋게 못 받아들이게 되는 거구요..)

      본인이 바르고 생산적인 삶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렇게 살아야죠. 그리고 이는 주변 사람들도 좋게 볼 거구요.
      근데, 바르지 않고 생산적이지 못한 삶에서 행복을 느낀대도, 그게 뭐라할 건 못된다고 봐요.

      아는 사람중에… 바르고 생산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받는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기의 보여지는 모습의 반응에서 행복)
      뭐 나쁘지 않죠. 근데, 이것이 “나는 남보다 낫다.”라는 입장으로 전이(?)되어 행복을 느끼게 되면 참… 상대하기 기분나빠지더군요.

      그냥 생각나서 몇 자 적었습니다. 전 이런데 긁적거리는 데서 행복을…

      • 원글 98.***.1.209

        맞습니다. 뭘 하든 자기가 만족하고 행복을 느껴야죠.
        그렇게 하는 사람이 정말 드물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 호감이 가고 존경스럽습니다.

        오늘 뉴스에서 봤는데 전문직 종사자 대부분이 (97% 정도였던걸로..기억) 은퇴후에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지금 커리어와는 다르게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어요.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은 뒤바뀐 몸안에 갇혀있는듯 느낀다는데..저도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하고 싶은 일은 재능이나, 지금 걷고 있는 길과는 조금 다른듯한 느낌이;;

        아무튼 “행복”이란게 사소한 것에서도 많이 느껴지지만,
        사람 맘이란게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이어서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인것 같네요..

    • k 69.***.175.176

      전 제목만 보고…
      만화/게임 쪽으로 생각을 해버렸습니다ㅠ_ㅠ
      뭐랄까, 가끔씩은 그냥 아무런 큰 생각없이 단순한 것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하는 것도 stress relief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 원글 198.***.147.71

        사실 이번에 덥썩 물고 한동안 정신 못차린 것 생각하면,
        확실히 사람들과의 교류에 목말라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디서 다시 그런 출구를 찾아야 할진 모르겠지만..혼자란게 익숙해진다고 좋은게 아닌 건 확실히 깨달은 듯 합니다.

    • bk 208.***.36.68

      한번쯤 연예인에 관심갖게되고 팬클럽 활동하는건 정상인이죠.

      제가 살았던 섬나라에서는
      몇주정도는 만화방에서 지내야
      오타쿠기질좀 있구나 합니다.

      (섬나라 만화방은 샤워실에 사우나에 컴퓨터도 있고 밥도 해결되서
      진짜 장기투숙하는 사람이 많음…..;;;;;)

      • 원글.. 198.***.147.71

        야호~~ 저는 아직(?) 그래도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군요.
        사실 오덕후도 아무나 하는게 아닌거 같긴 합니다.
        오덕후 사회에선 전 아마 제일 천민신분일 듯;;

    • 231 76.***.76.129

      전문직 종사자 대부분이 (97% 정도였던걸로..기억) 은퇴후에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
      이것도 일종의 자기위안을 하기 위한 시도일뿐, 실제로 은퇴하고 여유가 있는 상황이 생겨도 일관적으로 봉사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극소수(아마 나머지 조용한 3%)도 안될겁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보여지기 원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이런식으로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나 정도면 괜챦은 사람이야. 나정도면 착해. 나 정도면 다른 사람보다 낳아. 나정도 성격이면 결혼해서도 어떤 배우자하고도 살수 있을거야.”
      이런식으로라도 착각하면서라도 살아야지 우울증안빠지고 자살안하고 삶이 그럭저럭 유지되는 거니, 탓할수 만은 없죠.

      길가는 사람에게 “당신은 본인이 죄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을때 10중에 10이, “내가 왜 죄인이란 말입니까. 저 죄안짓고 살아요.”라는 대답을 하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 원글 198.***.147.71

        제 개인적인 경우엔, 무보수 봉사라는게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 혹은 나 자신을 페이크위한 자기암시라기 보다, 정작 보수를 받고 하는 일에서 느끼기 힘든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다른 통로이기도 하고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는 그 느낌을 재확인하게 해주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오히려 나도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끊임없이 자기 암시하는 것 보다, 나도 결점이 있다라는 것을 즉시하고 인정하는 게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든 전문직 종사자의 서베이결과가 제게 특히 와닿았던 이유는 지금 제가 하는 일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그런 것들이 전혀 명백하지 않기 때문에 느껴지는 그런 허탈함 때문인 것 같아요. (말이 조리가 없어서..죄송) 세계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고 하지만, 맹점은 정말 그것은 허상일 뿐 정작 소중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 내 직업과 지역사회의 끈 같은게 점점 퇴색되고 있어서 삶이 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 DD 64.***.154.254

      ??? 오덕후가 뭐예요 ???
      ????????????????????

      • ㅇㅁ 76.***.76.129

        조선시대 왕후 (왕비) 이름입니다.
        그중 유명한 사람이 인현왕후 이구요. ㅋㅋㅋ

    • 지나가다 65.***.233.197

      오덕후씨 친구하고 싶어요. 저랑 잘 맞을듯..

      • 원글 98.***.1.209

        혹시 그 남자의 팬이세요? ㅋㅋ

    • 오늘 174.***.241.216

      연예인 팬질(? 죄송)만 빼놓으면 저랑 정말 비슷하네요. 여가시간에 뭐라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완전 똑같아요. 나름 심각하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병인것 같기도 하고…ㅠㅠ 첨엔 즐기면서도 나중엔 자학수준 된다는 말 공감 200프로입니다. 시간개념도 그렇고. 자원봉사도 그렇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그렇고. 그래서 industry를 바꿨어요. profit에 연연하는 회사에 대한 회의를 느껴서.

      친한 친구도 이렇게 생각이 비슷한 사람 없었는데. 반가워요!!

      • 원글 198.***.147.71

        반갑네요..정말 ㅠ.ㅠ

        제가 확실히 아직은 그래도 정상인이던가, 아님 저와 비슷하다는 오늘분과 제가 좀 병적이던가… 둘중에 하나네요. 전자라고 믿고 싶어요..

        얼굴은 모르지만, 비슷하다는 분을 만나니 무조건 반갑습니다.

    • 워우워어~ 98.***.235.217

      한국인처럼 즐기는것에 익숙하지 않은 민족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enjoy 라는 단어 자체가 우링게는 일종의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지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1인입니다. 다행이 요즘은 “빠” 의 개념이 기성세대까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만, 아직도 “오덕” 개념의 주류정착은 요원한 것 같네요.

      • 원글 98.***.1.209

        정말 공감해요. 저도 태생의 한곌 극복하지 못하고..놀면 회의가 들고 불안해요;; 모든게 밸런스가 맞아야 하건만…놀랐던건 그 연예인 팬카페중에 미국에 계신 미씨들이 뭉쳐서 만든 곳도 있더군요. 어머니뻘 되시는 분도 계시고;;; 제 나이또래는 이모팬이라고 하던데 20대후반 30대가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그래서 덜 부끄러웠다는..

    • 당근 136.***.250.100

      원글님 글을 참 재미있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냥 일기 형식으로 이 곳에 주기적으로 글을 남겨 주시면 어떨까요? ㅋㅋ

      아니면 블로그라도 운영하셔도 좋을 것 같은데…

      • 원글 98.***.1.209

        에휴우~ 아니예요.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J 157.***.192.237

      꼭 내 예기 써놓은거 같아서.. 그 팬질… 저두 한번 해봐야겠네요..
      (-.-)y-~~~

      • 원글 98.***.1.209

        인생의 활력소가 2% 부족하시다면, 적극 권장해 드립니다.
        뭐면 어때요. 마음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야~

    • 덕후녀 146.***.246.30

      덕후질을 일주일만에 그만두셨다니 다른 한명의 덕후로써 웬지 안타깝네요 ^^;
      전 좀 특이한 분야의 덕후인데 빠져들수록 너무 재미있고 뭔가 인생의 활력소가 되어서 더 좋더라구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우셨다면 좋은 경험 하셨다고 생각하시고 원하시는 인생의 방향을 찾는데 도움되셨기를 바래요.

      덕후질을 할수록 좋은 점도 생기는 것이 여행을 하더라도 목적성을 더 많이 부여할 수 있고 뭔가 나랑 같은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끈끈한 동지들이 있다는게 그렇게 마음이 든든 하더군요.

      그리고 전 은퇴 후 봉사보다 일하면서 또 나중에까지도 제가 덕후질하는 분야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 도움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그게 하나의 인생의 큰 목표가 되어서 하루하루 충실하게 사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고 주저리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때론 맘의 빗장을 풀고 행복하게 살자고요~ 화이팅!

      • 원글 98.***.1.209

        정윤호군은 아직도 좋아합니다. ㅎㅎ 다만 지나친 팬질은 체력도 안되고 모든 생활이 엉망이 되서.. 좀 자제하지만요;; 정말 소위 덕후질이란 것이.. 아무나 하는게 아님을 새삼 느꼈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맘을 좀 륄랙~스하고 살아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