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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같이 다니고, 취직도 엇비슷하게 하고..
결국 미국도 비슷한 시기에 같이 와서..
지역은 멀고 먼 서부와 동부지만, 긍휼히 살고 있는 싱글들입니다.다만 그녀석은, 여지껏 한번도 연애를 한적이 없었습니다.
맨날 서로 푸념하면서 하는 얘기가…
저는 “뉴욕에 여자 많아 좋겠다 금방 생기겠네 나쁜놈”
그녀석은 “넌 연애라도 해봤지, 난 내가 모가 못났는지 왜 이러냐”
일년에 한두번정도 오가며 술잔을 기울이면서,
매치닷컴에 가입할까, 이하모니가 좋댄다…서로 가입할 용기는 못내면서..
저런 쓰잘데기 없는 얘기로 술잔을 채워가곤 했습니다.얼마전부터 그녀석의 메신저 아이디가 심상찮았습니다.
20대 초입의 청춘인것마냥..핑크빛으로 바뀌는게 유치한 분위기파악은 했지만..
그녀석이 말해줄때까지..머 물어보진 않았습니다..보름전 쯤..그녀석이 드디어 요사이의 근황을 알려줍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왜케 약이 오르냐? 눈길 한번 안 준다
형님이라 불러줄테니 꼬실 방법좀 갈켜주라”저라고 모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만은..
연애 한번 안한놈에게 조언 또 안해줄순 없어서..
이것저것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아봅니다..
연애 두번 해본 주제에 ㅎㅎㅎ뉴욕에 있는 다른 친구에게 괜찮은 식당도 물어봐가면서 거기가라해주고..
자꾸 귀찮게 해라..꽃을 주네 마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_-; 여간 고역이 아니였습니다.하여간 제가 좀 더 기다려보라했지만,
결국 그녀석이 저녁 두번 같이 먹고는…그제 일을 저질렀습니다..“xx씨 저랑 사겨주시겠습니까? 가볍게 만나는거 말구요..진지하게요”
제 친구에게 들은 그분의 대답은..
“그래요 좋아요”
왠지 묘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연애시대란 드라마에 나온 감우성의 두번째 부인이..
대뜸 감우성에게 이런 대사를 하죠.
“나보고 사귀자고 할꺼야? 그래 좋아” 이런 말이였는데..제 친구의 무모한 용기도 멋지지만
친구의 여자친구분이 되신 그분도 참 멋지게 보입니다.뭐 멀리 돌아갈 필요있나요? 라고 곱씹어보면서…
저도 담엔 누군가에게 “그래 좋아” 란말을 바로 들었으면..
싱글방 분들도 누군가에게 저런 말을 바로 듣거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추석때라 어머니한테 압박전화를 받아서
스트레스 받아서 이런글을 쓰는건 절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