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좋아”

  • #409918
    Lymph 24.***.113.85 4924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같이 다니고, 취직도 엇비슷하게 하고..
    결국 미국도 비슷한 시기에 같이 와서..
    지역은 멀고 먼 서부와 동부지만, 긍휼히 살고 있는 싱글들입니다.

    다만 그녀석은, 여지껏 한번도 연애를 한적이 없었습니다.
    맨날 서로 푸념하면서 하는 얘기가…
    저는 “뉴욕에 여자 많아 좋겠다 금방 생기겠네 나쁜놈”
    그녀석은 “넌 연애라도 해봤지, 난 내가 모가 못났는지 왜 이러냐”
    일년에 한두번정도 오가며 술잔을 기울이면서,
    매치닷컴에 가입할까, 이하모니가 좋댄다…서로 가입할 용기는 못내면서..
    저런 쓰잘데기 없는 얘기로 술잔을 채워가곤 했습니다.

    얼마전부터 그녀석의 메신저 아이디가 심상찮았습니다.
    20대 초입의 청춘인것마냥..핑크빛으로 바뀌는게 유치한 분위기파악은 했지만..
    그녀석이 말해줄때까지..머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보름전 쯤..그녀석이 드디어 요사이의 근황을 알려줍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왜케 약이 오르냐? 눈길 한번 안 준다
     형님이라 불러줄테니 꼬실 방법좀 갈켜주라”

    저라고 모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만은..
    연애 한번 안한놈에게 조언 또 안해줄순 없어서..
    이것저것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아봅니다..
    연애 두번 해본 주제에 ㅎㅎㅎ

    뉴욕에 있는 다른 친구에게 괜찮은 식당도 물어봐가면서 거기가라해주고..
    자꾸 귀찮게 해라..꽃을 주네 마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_-; 여간 고역이 아니였습니다.

    하여간 제가 좀 더 기다려보라했지만,
    결국 그녀석이 저녁 두번 같이 먹고는…그제 일을 저질렀습니다..

    “xx씨 저랑 사겨주시겠습니까? 가볍게 만나는거 말구요..진지하게요”

    제 친구에게 들은 그분의 대답은..

    “그래요 좋아요”

    왠지 묘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연애시대란 드라마에 나온 감우성의 두번째 부인이..
    대뜸 감우성에게 이런 대사를 하죠.
    “나보고 사귀자고 할꺼야? 그래 좋아” 이런 말이였는데..

    제 친구의 무모한 용기도 멋지지만
    친구의 여자친구분이 되신 그분도 참 멋지게 보입니다.

    뭐 멀리 돌아갈 필요있나요? 라고 곱씹어보면서…
    저도 담엔 누군가에게 “그래 좋아” 란말을 바로 들었으면..
    싱글방 분들도 누군가에게 저런 말을 바로 듣거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추석때라 어머니한테 압박전화를 받아서
    스트레스 받아서 이런글을 쓰는건 절대 아닙니다..

    • ㅋㅋㅋ 70.***.165.57

      재밌네요^^

    • being 207.***.253.124

      만나던 남자분이 “이렇게 데이트만 하는거 말고… 나랑 사귈래?” 하길래,
      바로 “그래, 그러자~” 라고 하고 사귀고 있습니다.
      어떤 여자 후배는 맘속으로는 그 물음을 내내 기다려 왔으면서
      일부러 “내일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께요”라는 말로 남자분 속을 태우더라구요.
      좋으면 좋은대로,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마음 가는만큼 다 표현하고 사는게 좋은것 같아요.
      림프님도 혹시 마음가는 분이 있으시다면 용기를 내셔서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꼭 여자친구와 함께 하시길.

    • 그냥 118.***.186.244

      맞아요, 저도 연애시대보면서 그 여자 참 멋있게 보이던데, 나이가 먹을수록 더욱 조심스러워질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이것저것 재지말고 좋으면 그냥 느낌대로 시원시원하게 만나고 했으면 좋을텐데.. 그나저나 친구분 축하드려요. ^^ 림프님도 좋은분 만나시길~

    • 므흣 71.***.88.215

      글만 읽어도 훈훈함이 느껴지네요. 그 친구분 연애 한번 못해봤지만 용기있게 여자에게 다가간것도, 그 여자가 솔직한 맘을 알고 좋다며 친구분을 기쁘게 해준것도요. 그리고 림프님이랑 친구분이랑 꽃을 주네마네 조언해주는 모습도요.
      순수한 맘은 순수한 맘을 가진분이 나타나셔서 꼭 알아줄꺼예요. ^^

    • Yona 65.***.124.222

      Lymph님…
      저랑 친구 할래요? 장난 아니고 아주 진지하게 여쭤보는거에요.
      여긴 동부인데…

      • Lymph 24.***.113.85

        ㅎㅎㅎ 네 좋죠 전 서부라, 뵙진 못하겠지만 친구해요~
        lymph9@핫메일.com으로 메일 주실수 있으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