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속도 모르고…

  • #409888
    거참 24.***.81.83 6128

    부모님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하시나요?
    신경 별로 안 쓰시나요?
    전 신경 많이 쓰입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야 자식이 혈연하나 없는 미국에서 홀로, 직장 얻고, 영주권 얻고, 그럴듯한 회사에 다닌다는게,
    30이 훌쩍 넘어 결혼 못하고, 직장도 없이 집에 처박혀 빌빌대는 것보다는 훨씬 자랑스럽겠죠.
    알게 모르게 주변에 으쓱한 심정으로 자랑하신다는 것도 잘 알고,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자리잡을 것을 종용받았습니다.
    미국… 여러모로 제가 살기에 한국보다야 편하지만…
    최근 건강이 안 좋아졌습니다. 심각하게…
    부모님께 한국으로 들어가겠다는 뜻을 비췄습니다.
    난색…
    들어와서 뭘 하겠냐고. 직장 구하기 힘들거다. 넌 여기와도 적응 못하고 답답해 할 거라고.
    전화로 부모님과 한바탕 했습니다.
    내 미국 직장 걱정하는 것만큼 내 건강을 걱정해 봤냐, 내 결혼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 봤냐. 내가 부모 자존심때문에 여기서 빌빌거리며 혼자 죽어가야 속이 시원하겠냐…
    부모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다 절 위한 것이며, 결코 당신들의 입장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누누히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집은 처분하지 말고 그냥 비워두고 오는 게 좋지 않느냐고 조언하시네요. 어이가 없어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건강이 꽤 심각하게 나쁜데..
    슬프네요.

    • 건강 67.***.21.216

      미국에 유학와서 직장생활하며 아직도 싱글로 사는 입장에서 님의 심정 100% 공감합니다.

      부모님들은 모르시죠. 내가 미국에서 어떻게 사는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들, 남들에게 우리 아들/딸 미국에 유학가서 집안도움 하나없이 본인이 장학금 받아 좋은 학교에서 학위하고, 그 어렵다는 직장도 잡고, 능력인정 받아 (?) 영주권도 회사에서 해 주고, 한국서는 감히 꿈도 못꾸는 좋은차에, 커다란 주택, 살기 좋다는 샌프란에서, 연봉은 여섯자리 (억? 이 넘고..ㅋ).. 뭐 이러면서 주위 분들에게 본인 자식 자랑하시는 맛에 사는… ㅋㅋ

      저희집도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정말 답답해요.

      본인들 자식이 여기서 어떻게 살고있는지 절대 모르시고, 절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으십니다. 이성 만나기 힘들어서 노총각/노처녀로 늙어가는 자식은 안중에도 없으시고, 세계적인 엘리트에 커리어 맨/우먼으로 살아가는 줄 아십니다.

      실상을 알아보면, 아침은 시리얼, 점심은 샌드위치, 저녁은 라면으로 때우면서, 집에와선 이터넷 질 이나 하고, 이성은 커녕 동성친구 하나 만들기도 힘이들어 혼자서 외롭게 하루하루 의미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요즘은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지금 내가 뭐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함께 싱글로 미국에서 버티다가 결국은 한국에 들어간 친구가 그러더군요. 회사 입사하고 신체검사 하는데, “영양실조” 로 결과가 나왔다는.. ㅋㅋ 요즘 세상에 영양실조 랍니다..

      원글님, 건강을 잃으면 모든걸 다 잃는다고 하잖아요. 힘 내시고, 하루빨리 귀국해서 건강 찾으시고, 꼭 결혼해서 훗날을 도모하세요. 뭐 쭉 한국에서 사시는 것도 좋고..

    • 궁금 68.***.18.141

      건강이 어떻게 나빠지셨나요? 혼자 살면서 병드는 분들이 많아서 궁금하네요.

      • ….. 174.***.241.216

        원래 안 좋았을 수도 있고 생활패턴 (특히 음식) 때문에 나빠졌을 수도 있지요. 혼자 먹으면 잘 안먹게 되잖아요. 완전 선천적 수퍼 체력 아닌 이상 몇 년간 제대로 안/못 먹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인생 즐기지 못하고 일만 하다보면 몸이 나빠질 수 밖에 없지요. 건강이 최곱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합니다.

    • 지나가다 198.***.147.171

      님의 글에 보면 “말을 안해서 그렇지”라고 되어 있는데, 말을 안하면 부모님이 어떻게 사정을 다 헤아리고 말씀해 주시나요. 대화를 시도하세요. 그런 부모도 가끔은 있겠지만, 자식이 힘들고 아푸다는데 자기 허영 채우려고 못들은체 무시하는 부모는 없을겁니다.

      저도 여기서 사는 삶이 뭔가 곰곰 생각할때가 많기 때문에 그 느낌은 이해가 되는 바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부모님의 반대가 한국에 가지 못하는 정말 본질적인 이유가 아니거나 혹은 100% 그 이유 때문이라면 (좀 비수꽂는 표현으로) 효녀/효자 컴플렉스를 벗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독립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신건 감사하지만, 서로간의 리스펙트도 없이 일방적인 요구를 하면 절대 서로가 같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대화를 더 해보시고 결정은 본인이..

    • kk 131.***.62.30

      진짜 부모님이 그러시나요..친구들이나 형제들은 그럴지 몰라도 제 부모님은 항상 들어와서 가까에서 살길 바라셨ㄴ느데 …그런 어머니가 금년에 돌아가셨네요…항상 한국에서 식구들이 모여 맛있는거 먹을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잘먹는데 미국에 있는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고 걱정만 하셨단느데…매년 미국에 오셔서 3개월씩 저랑 있다 가셔서 제가 어떻게 사는지 잘 아시는데도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다는군요…

      • djaj 151.***.16.19

        어머, 제 부모님은 살아 계시는데…

    • 174.***.241.216

      위에도 댓글 달았는데 또 왔습니다. 사실 저도 오늘 몸이 아파 집에서 쉬고 있거든요.

      머나먼 나라에서 가족없이 살 때 가장 외롭고 슬플 때가 아파 누워있을 때입니다. 하물며 스쳐 지나간다는 감기몸살도 그런데… 건강이 심각하게 안 좋아지셨다면 한국 가세요. 더 나빠지기 전에 가세요.

    • 1234 118.***.170.185

      “실상을 알아보면, 아침은 시리얼, 점심은 샌드위치, 저녁은 라면으로 때우면서, 집에와선 이터넷 질 이나 하고”…….주중에는 회사가니까 샌드위치라도 먹죠…주말에 시리얼로 세끼 다 때워본적도 있습니다…ㅋㅋㅋ

    • bst 76.***.22.26

      신검 결과가 영양실조라…. 공감이 갑니다.

      저는 식사는 밥으로 꼬박꼬박 잘 차려먹어도, 미국 와서부터는 살이 안 찌던데. 서울로 휴가 갔다가 미국 돌아오는데 조카가 선물 주면서 쪽지에 “다음에는 살 쪄서 와라.”

      한국에서 유학원에 의료보험 커버리지 물어 보면서,
      “만약에 3번 이상에 각각 이만달러고, 전체 ******불은 넘지 않으면 커버 되나요?” 하니까,
      유학원 직원 왈, “그 정도 아프면 뭐하러 미국에 있어요? 한국 와야죠”
      아, 그 유학원 직원은 미국에서 MBA 하고 몇년 살다가 한국 돌아와서 유학원에서 일해요.

    • 24.***.10.79

      부모님이 한국에 들어오지 말라 하시면 못들어가시나요?
      그렇다는 이야기는 부모님으로부터 아직 독립을 하지 못하셨다는 이야기 인데요.
      독립하세요. 그것이 경제적인 독립이던, 정신적인 독립이던간에…
      하지만 언젠간 한 번 쯤은 독립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번쯤은 부모님의 품이 그리워 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 딸과 아들 121.***.103.179

      따님이시죠?

      아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추측해봅니다. 부모 나름이겠지만, 왜 딸들은 미국에서 사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특히) 어머니들 이해가 안갑니다.

      우리부모님은 한결같이 들어오라고 성화시거든요.

    • 안싱글 96.***.4.150

      우연히 이글을 읽게되었는데 댓글도 다 읽어보니 남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전 싱글이 아니어서 이런 고충들이 있으신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 영양과잉이라서 마른 분들 보면 부럽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못된 짓 한 것이 있네요. 회사 직원중에 혼자사는 싱글인데 시름시름 아픕니다. sick day를 규정대로 쓰고도 한참 모자랍니다. 겉으로는 말을 안했지만 요즘세상에 회사에 못나올 정도로 몸이 아플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반성합니다. 이제 그 직원에게 잘해줄 겁니다.

    • 넉두리 66.***.168.22

      전 윗글분들처럼 영주권들어가지도, 6디짓 셀러리도 아닌
      한타에 박봉에 시달리는 사람인데요 그런데도 한국가면 마치 제가 모든걸 포기한다고 생각하시고
      한국->인생 끝 미국->노처녀에게 더할나위없는 좋은 곳 이란 등식아래
      절대! 안되! 미국에서 뼈를 묻어! 이러십니다.
      좀 더있음 애낳는데도 지장있고 해서 마음은 급한데
      미국에서 결혼하기란 한국서 고시패스보다 힘들다고 말씀드려도… 네가 가려면 옛날에 갔지..
      거기서 찾아라 이러시면서 당신들이 나올테니 넌 절대로 나올생각말아라
      이러십니다.
      그런데 저는 들어가면 부모님집에 있어야 되서 들어오지말라면 못들어갑니다..흑
      아! 한국이 무슨 달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에 가지도 못하고 고양이랑 애도없이 늙을생각하니…
      어디 뾰족한 수가 없을까요?

    • 고수 68.***.143.225

      100% 공감하지만 전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 합니다.
      성인이 되어 자기 건강 자신이 안 챙기고 방관해서 건강이 나빠진것을 누굴 탓 하시나요?
      결혼안해서 와이프가 안 챙겨줘서 건강이 나빠졌다? 아님 그 나이에 부모님집에서 같이 살면서 어머니가 챙겨주시는 밥상 받으면서 사시길 원하셨나요? 지금이야 몸도 아프고 외롭고 해서 한국가면 따뜻한 가족이 있어 님을 챙겨 줄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님 잔소리에 혼자 있던 미국생활을 그리워할 가능성 100% 이구요, 이미 30대 중 후반 부터 퇴사 압력을 받기 시작하여 40대 초반에는 명퇴를 해야 하는 회사들이 수두룩 하기 때문에 왠만한 전문직 없이 이곳 학위만 믿고 한국으로 계획없이 들어가셨다가는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오히려 우울증까지 걸리실 수 있습니다.

      건강이 나빠진건 관리를 안해서 그렇습니다. 뭐 복잡한것도 아닙니다.
      운동 열심히 하시고 조금만 부지런해 지신다면 영양만점의 간단한 반찬 만들어 먹는건 문제도 아닙니다. 정기검진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받으시고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나쁜 습관들 (술 담배 등등)을 줄여 나가시면 됩니다.

      한국에 있건 결혼을 했건 뭐가 어떻게 됐건 결국 님은 혼자의 힘으로 인생을 살아 가셔야 한다는거 잊지 마시길.

    • 펭귄 64.***.151.122

      저만 이런 생각을 하시는게 아니군요……..동병상련이네요..

    • 한국간다고 12.***.97.65

      한국간다고 결혼되는것은 아니더이다
      내가 쓴글인지알고 깜짝 놀랐네요

    • 그냥… 64.***.151.122

      그냥 싱글들 공개 구혼 메뉴라도 만들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생각해 봅니다. (장난이 아니고 진심입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도 싱글들이 제법 되는데 다들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자기 욕심들 조금씩만 포기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 agree 155.***.35.66

      agreeeeee 10000000000000%

    • 저도 76.***.218.182

      지나다가 몇자 적습니다.
      저도 님의 심정 많이 공감합니다. 지난 수년간 공부, 취업, 영주권, 자격증 같은 것들을 위해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이제 남은건 철 바뀔때마다 아픈 몸과 허전한 옆구리밖에 없네요. 휴~

    • 가세요 12.***.124.50

      저 원글님이랑 비슷해요. 다른 점은 저는 6 digit salary는 한참 멀었구요.
      저도 안좋아진 건강 때문에 한국 가기로 결정하고 다음달에 귀국합니다.
      미국에서 공부 마치고 직장생활 하면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그동안 지쳤던 것들이 쌓이더니 골골거렸던 몸이 더 안좋아지더군요.
      제 주위에 한국 들어간 친구들 다들 가끔씩 후회스럽다고 말하지만, 한국 생활이 더 좋다고들 말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건강이 나빠진 딸이 혼자 미국에 있는 걸 늘 걱정하셨죠. 이제 들어간다고 하니까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시네요. 저희 어머니께서 늘 제게 하시던 말씀이에요 “네가 아프면 누가 네게 달려 오겠니? 그게 가장 걱정이다”

      한국가면 잡써치 다시 해야 하고, 한국 간다고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가족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하나 보고 갑니다. 미국에서 혼자 아프면 정말 서럽잖아요. 가기로 결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다 홀가분합니다^^

    • 20대중반 175.***.83.135

      저는 미국나이 25살 여자입니다.
      유학생활 9년에 직장생활 1년 지금 H1b신청해놓고 기다리다 비자걱정에 이 웹사이트알고
      밤에 잠이안와 둘러보니 이런 글쓰는곳이 있어 신기하여 둘러보다가 너무 공감이 되어 몇글자
      씁니다.
      싱글 남녀가 그리도 많은 미국인데.. 왜 하나같이 다들 외롭다며 만나지 못하는 것인가요.
      도데체 문제가 무엇일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물론 저도…외롭다며 동성친구라도 갖길 바라는 사람중 한명입니다.
      친척이나 지인들은 제가 미국유학가서 현지회사에 보기좋게 취직하여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그림을 상상하시는듯 합니다.

      저희가족도 제가 한국에 들어오는것보다 미국에 눌러살길 바라는것 같습니다.
      30대초반이 되어 저도 몸과 마음이 지쳐서 외로워하다 지칠까 벌써부터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