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라는게 뭘까?

  • #409573
    여자1 173.***.10.36 5340

    이제 한국 나이로 서른 넷.
    20대 후반까지는 소개팅이란 것도 싫어했다.
    태어나서 해본 소개팅 총 세건… 그 중 한건은 31살때, 한건은 몇달전.
    그래도 대강 연애 끊기지 않고 20대까지 살았는데, 20대 말 사귀던 사람과 확신 없는 결혼은 못하겠다 싶어서 냅다 미국행… 그 이후로 멀쩡한 또래의 한국 남자를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다.

    동부의 살기좋은 동네에서, 괜찮은 집에, 월급 왠만큼 받고, 직장 9-5 편하게 다니고, 레이오프 칼바람에 떨지 않을만큼 자리도 잡았고, 1년에 두세번씩 비행기 타고 여행 다니면서, 한국도 1년에 한번씩 가고, 동네 맛집 찾아 다니고, 가끔 공연도 보면서 나름 생각하기에 나쁘지 않게 살고 있다.

    하지만, 결혼은 필수냐고 부르짖고 싶지도 않게…. 솔직히 나도 결혼하고 싶다. 25살에 결혼한 친구 벌써 애가 초등학교 2학년인것도 부럽고, 얼마전에 결혼한 몇살 어린 동생 임신 소식도 부럽다. 비단 미국에서의 생활 때문만은 아닌게, 외롭기도 하고, 2% 부족한 인생을 안정 시키고 싶기도 하다.

    하여간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이 한국에 선자리를 알아봐오셨다.
    미국에서 멀쩡한 회사 다니고 있는 것 밖에는 내세울 것 없는 나한테는 좀 부담스러운 스펙 (SKY에 한국 최고 공기업 10년차)의 사진으로 봤을땐 생긴 것도 멀쩡한 남자분한테 연락이 온 것이다. 맨 처음 든 생각은, 이런 스펙의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여지껏 장가를 못갔을까 하는 것이었고, 역시 선이란게 결국 부모님 배경과 내가 가진 최대한의 장점으로 나를 포장해서 결혼이라는 ‘시장’에 내놓는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밀려들었다.

    그냥 주변의 평범하고 소박한 남자 만나서 하루하루 재밌게 사는게 꿈인 나였는데, 괜찮은 선자리 들어왔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나를 포장하고 있다…. 행복한 투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은 슬프구나.

    • 꿀꿀 69.***.204.25

      선이 어때서요,, 그리고 남자건 여자건 혼기 좀 놓치고 어느정도 나이 될때까지 싱글인것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을수 있어요, 설령 오래 사귄 사람과 헤어진 경우와 같이,, 때를 놓친 분들은 은근 늦는 경우 많습니다,,
      불필요한 선입견 보다는 일단 만나보시는것도 좋겠네요,,
      다만,,미국에서 자리 잘 잡고 사시는데,, 한국에서 자리 잘 잡은 좋은 남성을 만나면 그 자체가 누구 한쪽이 자기 삶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게 약간 걸리네요,,

    • ISP 24.***.99.238

      그러게요.

      남자분이 포기 하시고 미국와서 사실건가요? – sky, 최고공기업 다 필요 없지요.
      본인이 포기하시고 한국 다시 들어가서 사실건가요? – 본인이 좀 많이 답답하다고 느끼실텐데요.

    • 여자1 173.***.10.36

      전 좋은사람 만나면 제가 한국에 들어갈 생각이 있답니다….
      가족이 그립기도 하고, 원래 미국에 평생 살려고 온 건 아니거든요.
      사실 유학생 만나서 사귀다가 결혼해서 같이 귀국하고 싶었는데, 나이가 나이다보니 여기서 유학생 만나기는 힘들더라구요.

    • 어디 살아요? 96.***.182.169

      참 건전한 사고 방식인데 힘들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사는 동네는 어딘지 궁금 하네요? 동부 어딥니까?

    • 선먼저 171.***.194.11

      먼저 보고 얘기하시면 좋겠네요. 사진과 실물은 참 틀리거든요. 얼굴보고 결혼할것 아니면 그리고 사진이 실물과 똑같이 나오는 것 아니면 그리고 옛날처럼 양가 벌써 약속한 것이 아니면 말입니다. 먼길갔다 가슴아프고 돌아올수도 있습니다.

    • bakas 67.***.118.2

      인생 참 어렵죠.. 없어도 불안,, 막상 생겨도 불안..

    • 경험 63.***.211.5

      제가 그나이에 미국에서 온 여자랑 선/소개를 받았네요.
      서로 그득한 나이인지라 5번 보고 결정하자고 했읍니다.
      토: Intercontinental 2시간
      일: 에버랜드
      수: 저녁식사
      토: 춘천 기차여행
      일: 장미 한 묶음 사서 고백후 동의함

      15년전의 추억이네요.
      마음의 준비가 더 중요합니다.

      좋은 분 만나시길……

    • 바로너 12.***.36.2

      경험님,
      뭐가 확 땡기던가요?
      나도 해보고 싶다, 선 ….

      – 국민학교 짝꿍하고 15년 연애하고 15년 째 –

    • Y 67.***.154.66

      행복한 투정 맞습니다.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 보세요. 화이팅!

    • dinkin flc 99.***.160.70

      선 = Zen(htt p://en.wikipedia.org/wiki/Zen)

    • 맛확 98.***.83.199

      결혼에 대해 절박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계속 미국에 사실거면 사실 절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런 편견들에 대해 훨씬 관대하거든요. 그런 초조함을 이겨보세요. 여자 나이 40에도 본인 경쟁력만 있으면 좋은곳에 시집 많이들 가더이다. 문제는 경쟁력 인데요 다음 글이 힌트가 되시기를.

      * 이런 스펙의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여지껏 시집을 못갔을까 ==> 남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답이 있기 때문이죠.

    • question 38.***.138.35

      * 이런 스펙의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여지껏 시집을 못갔을까 ==> 남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답이 있기 때문이죠.—>> 무슨 말이죠? 진짜 몰라서 묻는것임..

    • 여자1 173.***.10.36

      ‘어디 살아요?’님, 전 DC 근처입니다. 어디사는지는 왜….
      저도 ‘맛확’님의 그 답을 잘 모르겠네요.
      그 외에 답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이제 한번 통화했는데, 한시간 동안 말 안끊기고 얘기가 됐습니다.
      남자분이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ㅎㅎ
      든 생각은, 한번 만나보기 전에는 진행되긴 힘들겠구나 였습니다.
      안그래도 타지생활 오래되서 외로운데, 연애까지 롱디할 생각을 하니 힘드네요.

    • NJ 75.***.108.195

      “선이 어때서?” 라고 하면 굳이 나쁜것이 아니라는데 동의 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결혼을 하겠다는 목적하에 적당히 나를 꾸며야하고, 언제부터인지 사람을 보기전에 그사람이 가지고 있는 배경을 먼저 보고 있는 내 모습을 정당화 시키는.. 또 그 자리에 내 자신을 더 몰아 넣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 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와이프 후보가 아닌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아시다 시피 미국에서 정신 제대로 박힌 멀쩡한 사람(^^?)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안습니다.어느분 말씀처럼 아직 절박함? 또는 배가 덜 고파서 일수도 있지요.. ^^;
      가끔 이곳에 비춰지는 내 자화상 같은 모습들에 “나 같은 사람들이 참 많구나..” 라며고개를 끄떡입니다. 그러면서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라는 호기심도 생기고요.. 그냥 비슷한 모습에 대한 넉두리였습니다.

    • 여자2 12.***.124.50

      저는 20대 후반인데 전 서른쯤에 결혼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계신 저희 어머니는 서른 넷에도 괜찮다고 하세요.
      하지만 전 원글님 같은 경쟁력은 없답니다 ㅜㅜ
      저도 유학생 만나고 싶은데 유학생들이 저한테 관심이 없네요. 직장 다니는 제가 좀 달라 보이는지…

    • deerlodge 99.***.165.122

      여자1님.. 결정하실때 우선순위 5가지 정도 뽑고 3-4가지 만족되면 불 지르세요 (어차피 불 지르시길 원한다면).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하니까 하고 후회하는게 낫다고 하죠. 님 나이도 그렇고 (죄송)… 학력경력이 남자들에게 꽤 부담줍니다. 남자들이 더 부담갖기 전에 할려면 서두르세요… 20-30년후 50-60넘어 혼자살아야 하는건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거 같을 느낌. 결혼생활에 큰 문제 없으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