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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나이로 서른 넷.
20대 후반까지는 소개팅이란 것도 싫어했다.
태어나서 해본 소개팅 총 세건… 그 중 한건은 31살때, 한건은 몇달전.
그래도 대강 연애 끊기지 않고 20대까지 살았는데, 20대 말 사귀던 사람과 확신 없는 결혼은 못하겠다 싶어서 냅다 미국행… 그 이후로 멀쩡한 또래의 한국 남자를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다.동부의 살기좋은 동네에서, 괜찮은 집에, 월급 왠만큼 받고, 직장 9-5 편하게 다니고, 레이오프 칼바람에 떨지 않을만큼 자리도 잡았고, 1년에 두세번씩 비행기 타고 여행 다니면서, 한국도 1년에 한번씩 가고, 동네 맛집 찾아 다니고, 가끔 공연도 보면서 나름 생각하기에 나쁘지 않게 살고 있다.
하지만, 결혼은 필수냐고 부르짖고 싶지도 않게…. 솔직히 나도 결혼하고 싶다. 25살에 결혼한 친구 벌써 애가 초등학교 2학년인것도 부럽고, 얼마전에 결혼한 몇살 어린 동생 임신 소식도 부럽다. 비단 미국에서의 생활 때문만은 아닌게, 외롭기도 하고, 2% 부족한 인생을 안정 시키고 싶기도 하다.
하여간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이 한국에 선자리를 알아봐오셨다.
미국에서 멀쩡한 회사 다니고 있는 것 밖에는 내세울 것 없는 나한테는 좀 부담스러운 스펙 (SKY에 한국 최고 공기업 10년차)의 사진으로 봤을땐 생긴 것도 멀쩡한 남자분한테 연락이 온 것이다. 맨 처음 든 생각은, 이런 스펙의 사람이 뭐가 부족해서 여지껏 장가를 못갔을까 하는 것이었고, 역시 선이란게 결국 부모님 배경과 내가 가진 최대한의 장점으로 나를 포장해서 결혼이라는 ‘시장’에 내놓는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밀려들었다.그냥 주변의 평범하고 소박한 남자 만나서 하루하루 재밌게 사는게 꿈인 나였는데, 괜찮은 선자리 들어왔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나를 포장하고 있다…. 행복한 투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은 슬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