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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선을 보고 잘되간다는 밑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분의 결정에 대해서 좋은 결론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반박을 하는 글은 아니지만, 글중에 ‘미국에서 했던 소개팅보다 부드럽다’라는 구절이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만들더라구요. 물론, 상대적이라는 말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먼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구요. 그럼 외국에 사는 한 여성들은 부드럽지가 않나? 물론 통틀어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그래도 그중의 한명으로 왠지 변명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런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아….나는 안 그런데…라고 슬쩍 빠져보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미국 오기전부터 미국행을 반대하는 부모님의 걱정부터, 친구도 가족도 아무도 없는 이 곳에 무슨 결심을 가지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여기를 왔을까…한국 직장 생활하다가 한국 사회의 답답함과 그곳은 덜하겠지, 내 꿈을 펼칠수 있는 공간이 있을거야라는 장미빛 환상과 충분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도착해서, 여기에서 살게 된것이 벌써 8년이 지나고 있네요.
많은 분들이 외국에서 정착하는 것에 대해서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도 느꼈고, 내 뜻대로, 그리고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때, 또는 서러움을 느꼈을때, 내가 여기에서 왜 살아야 되나, 가족이 있었으면 좀 덜 힘들었을텐데하는 생각들, 큰일이든, 아주 소소한 일이든 결정은 내가 내려야 하고, 책임도 내가 져야하고, 물론 주변에 의논을 할 지인들이 있겠지만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아서 해야하는 그 무거움, 멀쩡했다가도 갑자기 찾아오는 외로움, 그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하지 않으면 어느 누가 책임지지 않는 그런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내 자신이 많이 달라져 있더라구요. 물론 나이를 먹은 것도 있겠지만, 8년전 한국에서 병아리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들어할때와 비교를 한다는 것은 무리겠지만, 지금은 내 인생에 당당히 내가 책임을 지고 산다고 할수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에 책임을 지고 행동을 해야하는지, 내가 옳다고 하더라도 상대를 감싸안을 여유가 있고, 한번 더 들어줄수도 있기도 하구요. 반대로 옳지 않은 것에는 끝까지 싸울수 있는 배짱도 생기기도 했구요.
‘부드러움’이라는 것이 단순이 ‘여성스럽다, 나긋나긋하다, 자신의 주관없이 남의 말을 잘 듣는다, 남편 공경한다’등의 이야기라면 저는 그 부드러움에서 좀 벗어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고 교육 받았지만, 한 인간으로써 스스로 올바르게 살아라라는 교육은 덜 했거든요.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20대에 가졌던 꿈은 몇번이나 바뀌었지만, 인생의 큰 그림을 볼때 쉽지 않게 견뎌온 그 기간은 척박함이나 강함조차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