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하고 싶은 걸로 하는게 (모티베이션이 생기는 쪽) 중요함.
한국식으로는 좋은 과/직업 순위가 1위부터 쭈루룩 있어서, 성적 순서대로 그 자리를 채워나가는 것이지. 그걸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성공이라고 생각하는데, 부작용이 많음. 직업 정신은 희미해지고, 내가 잘나서/노력해서 얻은 자리이므로 그만큼 대접을 받는게 정당하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속으로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한국 의사들이 딱 그렇지. 예를 들어, 나보다 순위가 낮은 직군이 돈을 더 잘 벌면 속이 상함. 또는 나보다 순위가 낮아야 할 사람이 나더러 이래라 저래라 하면 화가 나고 같잖게 보임. 정말 못된 성질들이지.
아이가 제대로 사람 같이 살아가게 하려면 이런걸 벗어나야 함. 미국이라고 이런게 없는건 아니지만, 한국처럼 대다수가 싫건 좋건 마음속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따라가는 것은 아님.
나는 미국에서 학부 CS 전공하고 소위 탑 스쿨 박사까지 했음. 잘 알려진 회사에서 재정적으로 풍족하게 대접받으며, 대부분의 기간을 기발한 사람들과 신나고 재밌게 일했음. AI 붐이 일어나며 TC 거품이 일기 이전 부터 우연히 핫한 분야에 있어서 사랑받는 부서에 있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지. 10여년 전 얘기지만, 타회사에서 나를 포함 몇명을 빼가려 했을 때 EVP가 직접 나에게 전화해서 베이스 2배에 보너스 $1M 지급한다고 카운터함. 그 후로 10년간 이런 보너스가 계속 이어짐. 내가 선견지명이 있어서도 아니고 좋은 분야를 노리면서 파고든 것도 아님. 100% 운으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함. 50대 초에 은퇴했음. 이제 회사도 옛날같지 않고 나는 재정적으로 충분해서.
우리 애들은 아무도 CS 안함. CS는 여전히 전망이 좋고, 특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도 재밌고 돈도 잘 벌고 아주 좋은 분야임. 그러나 애들은 코딩은 조금씩 해봤고 도구로써 사용은 하지만, 엔지니어링 보다는 다른 것들을 원함. 첫째는 인문사회 계통. 자기가 필요를 느껴 python 배우고 간단히 ML도 돌려서 데이타 분석에 이용함. 취직 잘 했는데, 연봉은 물론 CS에 비해 매우 낮음. 그래도 지금 너무나 즐거운 사회생활 초년을 보내고 있음. 저축도 차곡차곡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둘째는 의대 진학. 솔직히 얘가 의대 간다고 했을 때 금방 포기하지 않나 했는데, (평생 처음) 심각하게 꾸준한 노력을 해서 놀랐음. 앞으로 갈길이 멀지만 정말 의지가 굳음. 대학 때 착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난게 큰 도움이 된듯.
결국 우리 집에 CS와 (almost) MD가 있는데, 뭐가 좋냐고 물으면, 만약 애가 둘 중 하나를 열정적으로 추구한다면 “잘됐다”고 말해주고 싶음. 뭘 하든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