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요. 해결책에 대해서는 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해결에는 남편의 역할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아내가 숫자가 약한 사람도 있긴 한데, 여자라서라기보다는 보통은 재량권이 거의 없거나 작아서 관심을 두지 않아 가정 경제의 전체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 거에요. 아내가 500불 지출에 깜짝 놀라는 이유는, 아내가 스스로의 결정으로 쓸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수백불 수준인 게 문제일 거라는 거죠.
남편은 수십만불을 벌고 또 그에 대한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서 500불은 남편 기준에서 정말 작은 돈이 맞는데, 아내는 스스로 말했다시피 사치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돈을 쓰니까 아내의 결정에 의해 왔다갔다 하는 돈의 규모가 (즉 재량범위가) 한 달에 100불도 큰 돈인 겁니다.
비슷하게 가족 내에 아이가 있다면 아빠가 100만불을 버는 사람이더라도 아이한테는 10불도 큰 돈일 수 있죠. 아이가 평소에 받는 용돈이 5불 10불 수준이라면요. 이 상황에서 아빠가 아이 친구한테 50불 생일 선물 한 턱 쏴줄까 하고 아이에게 얘기하면 깜짝 놀랄 수 있죠. 자기는 10불도 정말 아껴야 버는데, 친구한테 50불짜리 선물을 주겠다니 이게 먼 말입니까. 아이 생각에는 일단 stop 입니다. 아빠가 너무한 겁니다.
비슷하게 아내가 재량권이 백불이나 수백불 수준인 상황에서 500불이 추가로 나간다고 하면 너무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족을 위한 쇼핑에 들어가는 돈 외에 아내가 남편한테 얘기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서 더 비싼 걸 사거나 싼 걸 사거나, 아예 사거나 안 사거나 하는 등의 조절할 수 있는 돈의 규모 얘기하는 겁니다. 남편이 많이 벌어오는 것에 관해서는 자기 재량이 미치는 게 하나도 없지만, 본인이 나름 과소비하지 않아서 매월 50불 100불 아끼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노력을 완전 무력화하는 500불 지출은 너무 큰 거죠.
아내의 재량 범위를 늘려주세요. 그걸 늘려주지 않으면 “쪼잔한” 아내와 “대범한” 남편 사이의 충돌은 계속 생깁니다. 남자와 여자 차이가 아니고요. 아내와 남편의 차이도 아니고요. 재량권 수백불을 가진 사람과 재량권 수십만불을 가진 사람의 포지션 차이입니다.
그냥 얘기만 하면 됩니다. 생일 선물로 남편한테 얘기하지 않고 쓸 수 있는 1만불 사용권, 그런 거 장난스럽게 선물을 한다든가 하세요. 그러면 아내가 마음 속에 그 말 담아두고 있다가 언젠가 필요할 때
“나 만불 써도 돼? 저번에 준다고 했잖아”
하고 물어보는 날이 올 겁니다.
“뭘 물어봐 그냥 쓰지”
라고 답해주세요. 그러면
“아~ 나도 만불 정도는 그냥 써도 되는 거였구나”
하고 아내가 스스로 느끼는 재량 범위가 확 올라가죠. 그렇게 재량 범위를 늘려준다고 지금까지 사치하지 않던 아내가 뭘 더 살까요? 보통은 그냥 전과 똑같이 살죠. 그런데 본인 재량 범위가 1만불 수준으로 늘어나면, 아내도 500불 정도는 당연히 무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