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도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고,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인데, 아주 가끔이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생떼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주로 감정에 북받쳐 있을 때 그렇죠. 물론 극단적인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 이었지만, 제 성격상 저는 그런 상황에도 소위 선을 지키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에 결혼 초중기엔 그런면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됐습니다. 원글님과 비슷하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잘잘못을 떠나서, 그런 상황에서는 논리적인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이 제 결론이었고, 또 그렇게 지나가고 나면 그냥 괜찮아 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어떤 문제를 다음으로 넘길 때는 꼭 명시적으로 언급을 하고 “우리가 이 문제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은 다른 포커스가 있으니 다음에 논의를 하자”라는 것을 공식화 합니다. 대충 누군가 팔로업하겠지 하고 넘어가면 대부분 잊혀지고 언젠가 또 그 문제가 반복되기에, 그렇게 공식적으로 짚고 넘어가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원글님의 접근 방식은 딱 회사에서 하는 방식 같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니 나중에 revisit하자는 건데, 제 경험상 그런 말은 가족 상황에서는, 또는 저런 emotion intensive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역효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심각해 보이는 그런 일도 또 가족간에는 좀 참아주고 넘어가고 나면 나중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경우도 많더군요.
애도를 표하는 방식이나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차이가 납니다.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현명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다시 revisit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 때 가서 하셔도 되겠지만, 꼭 지금 reivisit을 예약할 필요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