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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배우자의 미국 호화 여행 파문과 관련해, 논란의 핵심은 여행 그 자체가 아니라 특권층에 대해 일반 국민과 다르게 적용되는 현 정권 특유의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사실 이 사안의 핵심은 여행의 문제가 아니라 이중잣대”라며 “외교부 장관이 ‘여행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는데, 그 부군이 그렇게 하는 게 과연 국민정서에 부합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일, 강경화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미국으로 출국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교수는 시가 2억 원 상당의 요트를 구입해 미국 동부 해안을 따라내려가 카리브해까지 여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출국하면서 KBS 취재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것인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라며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기현 의원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부모 성묘도 가지 말라’ ‘고향 어른에게 인사도 가지 말라’고 그랬다. 우리 국민들이 정말 착하신 분들”이라며 “그런데 장관 배우자는 무슨 긴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요트를 사서 호화 여행을 하기 위해 외국에 간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날 이 교수가 출국한 인천국제공항은 다른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황량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위기로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면서 국민들은 공항에 얼씬도 하지 않을 정도인데, 정작 부처 수장의 배우자는 해외여행에 나선 꼴이다.
특히 강경화 장관은 배우자의 해외여행 계획을 알고 설득했지만 실패했으며, 귀국하라고 설득하지도 않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이러한 ‘저자세’는 강 장관이 최근 한 행사에서 현 정권에 비판적인 국민들을 향해서는 “시민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집스런 비협력에는 집행력을 동원할 수밖에”라고 엄포를 놓은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강 장관은 지난달 31일 외교안보연구소 국제문제회의 기조연설에서 “정부를 신뢰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로부터 시민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며 “고집스런 비협력에 대해서는 집행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나도 설명하고 했지만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난 것”이라며 “(남편이) 워낙 오래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국민을 향해서는 추상 같이 내리치겠다던 ‘집행력’이 왜 장관 배우자에 대해서는 ‘봄바람’처럼 부드러워지는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배우자 한 명 설득하지 못하는 외교부 장관이 다른 나라와의 외교 관계에서는 설득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김기현 의원은 “힘없는 국민은 ‘운전면허 취소한다’며 마구 엄포를 당하는 상황까지 겪는데, 주무부처 장관의 부군은 자기가 알아서 판단하고 마음대로 양해가 되는 이중잣대”라며 “이게 말이 되느냐. 결국 특권과 반칙의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