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을 거 알았지만 하도 고민이라 몇 달간 생각만 하다가 처음 글로 올렸습니다.
뭐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겠지만 원래 성격이 그러한 걸 어떡합니까?
다 한참 따져보고 남들한테 물어보고 의심해보고 결정하는 성격이라 무슨 작은 결정 하나 쉽게 내리는 일이 없습니다. 근데 그런 과정을 거쳐 일단 결정을 내리면 후회를 덜 하는 성격인데 심지어 한 번 하면 평생 가야 하는 결혼은 이렇게 따지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안 따지고 그냥 한다는 건 순진한 얘기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20대 중반에 여건이 됐으면 그냥 사랑에 눈멀어 덜컥 해버렸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안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eee님이 얘기했듯 사랑이 중요하지만 사랑하고 조건도 괜찮은 남자친구 만나서 별 어려움 없이 결혼했는데 1년도 안돼서 술먹고 전화하는 여자애도 있었고 그냥 꼼꼼히 안따져보고 덜컥 결혼했다가 후회하는 사람, 바람피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제 여자친구도 자세한 내용은 모르더라도 제가 고민하는 것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욕심과 잡생각을 극복하는데 사랑도 중요하지만 머리로 치열하게 계산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합리화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결혼 전에 우선되지 않으면 결국엔 나중에 터지게 마련 아닐까요?
물론 욕심이나 계산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타지에서 악착같이 살아남고 성취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같은 남자 조심하시는 것도 좋지만 너무 순진한 걸 경계하시는 것도 필요할 것 같네요. 결혼 전도 전이지만 결혼 후에 후회 안하고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런 고민들이 전부 정리되고 현실로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제가 결혼할 준비가 안 된 거겠죠. 여러 댓글에서 얘기했듯 아직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생각이 어린 걸 수도 있겠네요. ==님이 말한 것처럼 내가 결혼할 준비가 됐을 때 하고 그 때까지 혼자 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 여자친구가 잘 맞고 마음에 들어서 얘를 잡아야 되겠다는 확신이 조금씩 강해지는 건 다행인 것 같습니다.
20대때 미래에 관해 어린 생각으로 이리 고민하고 저리 고민하던 게 결국에는 큰 자양분이 됐는데 결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길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