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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번에 걸친 굵직한 부동산 시장 규제책을 쏟아낸 문재인정부가 최근 들어 부쩍 집값이 안정됐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실태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경기도와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새 임대차법 영향으로 전세금도 매섭게 뛰고 있다.
26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정부 임기(2013년 2월~2017년 3월) 4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4억6545만원에서 5억9916만원으로 28.73% 상승했다.
또 경기도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2억4967만원에서 3억1124만원으로 24.66% 올랐다. 중위가격은 주택가격을 죽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한 값을 말한다.
반면 문재인정부는 출범 3년(2017년 5월~2020년 7월) 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을 6억635만원에서 9억2787만원으로 53.03%나 올렸다. 경기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3억1238만원에서 3억9354만원으로 25.98% 뛰었다.
결국 문재인정부의 각종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서울 집값을 더욱 뛰게 만들어 경기도와의 가격 차이만 벌렸다는 얘기다. 이는 또 서민들의 서울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 똘똘한 한 채인 서울 아파트로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해 서울과 경기도 간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담은 새 임대차법 시행의 후폭풍도 심각한 양상이다. KB리브온 통계에서 이번 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1011만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4억6541만원)과 비교해 4470만원(9.6%)이 상승한 값이다. 또 2년 전인 2018년 8월(4억5583만원)보다는 5428만원(11.9%) 오른 것으로, 최근 1년간 전셋값 상승이 그 이전 1년 동안보다 가팔랐음을 보여준다.
서울의 8월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8503만원으로 10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 역시 사상 최고 가격이다.
특히 강남 지역(11개구) 평균 아파트값이 1년 새 16.9%(1억7084만원) 오르는 사이 강북(14개구)은 21.5%(1억3493만원) 상승했다. 정권 초기 강남에 집중된 규제를 피한 ‘풍선효과’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304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 등이 집중된 강북 지역에서 오름세가 더 컸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현재의 주택시장이 ‘안정세’라는 입장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에 나와 “MB(이명박정부) 때도 올랐다”, “그동안 계속된 부동산 안정화 정책에 따라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후속 조치가 확실하게 시장에 자리 잡으면 시장 안정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동의를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정부(문재인정부) 들어와 부동산값이 많이 오른 건 현실적으로 데이터로 나오는데 그거 갖고 자꾸 논쟁하거나 싸울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여야가 ‘어느 정권에서 집값이 많이 올랐는지’를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는 상황과 관련, “국민 눈에 한가한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김 전 의원은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 몇 군데만 샘플 조사를 해보면 명확하게 나온다”며 “최근 거래내역 자체가 신고되니까 충분히 그런 부분은 긴 논쟁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지지기반인 30대가 저희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큰 것 같다”며 “어떤 형태로든지 정부가 의지를 갖고 문제를 풀겠다는 신호를 주지 않으면 자칫하다가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3497381나기천·곽은산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