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실업률과 함께 늘어난 취업 비자 관련 추가 서류 요청은 이미 널리 리포트된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민국에서 발송하는 추가 서류 요청서는 그 횟수나 요청 내용이 어느 때보다 빈번하고 상식을 벗어나는 내용까지 있을 뿐 아니라 취업 비자는 물론, 취업 이민, 가족 이민에 까지도 널리 번지고 있어 깊은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근 필자가 접하게 된 Office of the Inspector General 의 감사 보고서에 의하면 이민국 심사관들의 업무 능력 평가 기준의 50% 가 이민 사기 색출과 국가 안보라고 한다. 또한 놀라운 것은 생산성은 평가 기준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현재 반이민 안건들을 발의하는데 앞장서는 대표적인 인물인 그래즐리 상원의원이 이민국에 이민 사기 색출과 국가 안보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요구한 내용들이 여러번 언급되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이민국이 그래즐리 의원의 요구를 받아 들이면서 업무 능력 평가 기준을 대폭 바꾼것으로 해석된다.
이 보고서를 읽고 첫번째로 든 생각은 바로 이민국 본연의 임무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신속하고 원활한 업무를 통해 이민 신청서의 청원자인 미국 회사들이 필요한 인력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들이 모국의 가족과 결합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는 것이 이민국 본연의 임무일진데, 이것이 뒷전에 밀린다면 이민국은 이미 공익을 위한 행정 기관의 자세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현 업무 능력 평가 기준은 이민국 심사관들에게 모든 케이스를 사기 케이스인양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잘못을 찾아내는 데에 전력을 기울이라고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찰관에게 티켓 발부량에 따라 업무 능력을 평가한다고 하면 경찰관들은 모두 티켓 발부에 급급할 것이 당연하다.
이민국은 사법부서가 아니라 행정부서이다. 이민국이 정치세력에 밀려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게 되면 국민이 얻는 것은 원칙대로, 규정대로, 제대로 움직이는 이민 시스템이 아니라 앞뒤로 꽉 막히고 위아래에서 조이며 공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굴레가 될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 든 생각은 바로 더욱 중요한 마음 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이민 사기 색출과 국가 안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정부가 이민자와 테러리스트를 동격으로 취급한다는 인상을 받는 것은 나만의 지나친 상상일까?
전 국가 안보 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얼마전 듀크 대학에서의 연설에서 전세계적으로 미국은 자유의 상징이며 누구나 원한다면 이 나라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졌었다며 미국이 다시 그런 나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라이스 교수는 이민 문화가 우리를 늘 새롭고 역동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나라의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 왔다고 밝히며 언제 이민자들이 우리의 적이 되었는지 알지 못하겠다는 뼈있는 말을 했다.
필자는 이런 엄혹한 시대에 우리가 마음 가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다시 미국이 자유의 나라이고 이민자들이 미국의 경쟁력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기억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면, 그래서 합리적이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목소리들이 극단적인 의견들을 앞서 나간다면 그래즐리 의원 같은 국수주의자가 국가 행정 기관들을 움직이는 일이 더이상 가능하지 않는 날이 곧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이민자들은 국가 안보의 위협이고 경제의 부담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터전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추락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이민자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과 우리의 기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고 정치적 영향력을 늘리는데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