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에서 상위 10위 H-1B 사용 기업 리스트를 다음 순서로 발표했다: Cognizant (5715 visas), Infosys (4042), Wipro (2817), Tata (1758), Larsen & Toubro (1608), Microsoft (1586), Accenture (1370), HCL America (1128), IBM (1063), and Google (615). 괄호안의 비자 숫자는 새로운 비자와 갱신하는 비자를 더한 숫자이다.
이 리스트의 상위 다섯 기업중 네 기업이 해외에 본사를 둔 오프쇼어 아웃소싱 회사이다. 매년 상위 10위 기업들이 22% 의 새 비자를 사용하고 있다.
해외 직장 이전이 올 해 정치계의 핫 이슈이기 때문에 H-1B 비자 사용 통계가 다시한 번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이 높은 미국에서는 H-1B 비자가 저렴한 외국인을 수입하여 미국인을 실직하게 만드는 용도로 쓰이고 있으며 미국인의 연봉을 낮추고 있다고 분개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H-1B 비자의 쿼터를 늘리자는 입장을 가진 이들을 매국노로 보며 비자 카테고리 자체를 없애자, 당분간 취업비자 발급을 멈추자는 의견 또한 있다.
나의 생각은 다르다. 이민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이민자 그룹에만 해당되는 정책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민자들의 투표를 얻기 위한 민주당의 전유 이슈도 아니다. 이민 정책은 국가의 밝은 앞날을 위해 통찰력을 갖고 앞서 준비해 나가야 할 문제 중에 하나이다.
통상적으로 이민 정책은 극과 극의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다. 이민을 지지하는 편에서는 주로 가족의 화합과 난민을 돕자는 의견을 내세우며, 이민 정책을 국제 적인 형태의 사회 복지 정책 정도로 생각해 왔다. 이 땅의 불쌍한 이민자와 난민을 돕자는 식의 이민 정책은 물론 좋은 의미에서 생겨났지만 마치 이민자들이 현지인에게 빚진 자 들이라는 거부감과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돕는 정책에 치우쳐 취업 이민과 투자 이민 등이 갖는 다른 경제적 특성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그동안 미국의 이민 정책은 부분 땜질에 그치는 졸렬한 수준이었을 뿐 미국의 미래를 내다 보는 전반적인 계획안이 되지 못했었다.
이민의 흐름을 끊어 경쟁을 막으려는 노력은 성공할 수 없을 뿐더러 누구의 이해도 결코 보호하지 않는다 .
가까운 예를 한 번 들어 보자. 나는 90년대 말부터 이민 법률을 다루었기 때문에 90년대말 닷컴과 2000년대 초반의 불경기를 실리콘 밸리에서 직접 겪었다. 호경기시 잠잠했던 불평, 즉 외국인이 미국인을 일터를 뺏고 있다는 주장이 닷컴 거품이 터지며 드세게 일어났었다. 회사들이 H-1B 외국인 직원을 아직도 고용하면서 정작 미국인 직원을 해고 한다는 불평이었다. 외국인 고용에 대한 노동청의 개입이 심해지고 비자 신분 시청시 제출해야 하는 부수적인 비용이 늘어나면서, 실제 미국내 외국인 고용은 훨씬 더 어려워 졌다. 또 노동청과 이민국이 충분한 수속기간을 끌며 취업 이민 신청서를 괴롭힌 결과 많은 외국인 고용인들이 이민 신청을 접고 본국으로 돌아 가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 결과 미국인 고용인의 취업 시장은 훨씬 더 넓어졌는가?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고용인들이 미국에서 터득한 지식과 형성한 조직망을 이용해 미국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많은 미국 회사가 불경기를 이기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해외 공급에 의존하게 되었다. 경제를 일으키고 고용을 창출하려면 경쟁을 막고자 더 큰 바리케이드를 쌓을 것을 로비할 것이 아니라 원활한 이민정책을 요구해 더 많은 지식인과 기술을 미국에 도입해야 한다.
또 다른 예를 보자. 국수주의자들의 주장중에 하나는 지나 친 이민이 미국의 문화적 전통적 또 역사적 모습을 바꾼다는 것인데 그 표현을 꿰뚤어 해석하자면 서유럽계 백인이외의 인종이나 문화권 출신은 미국의 미래에 걸맞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 또한 이성적으로 옳지 않은 주장이다. 나라가 발전할 수록 그 미래를 지탱하기 위해 현명한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
잘사는 나라의 특징이 확장하는 노년층과 줄어드는 출산률이다. 특별히 노년층의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어떤 정권도 노년층을 위한 사회 복지 제도를 삭감하기 어렵다. 결국 미국인은 예전보다 훨씬 더 길게 더 힘들게 일해야만 사회 전체를 지탱할 수 있다. 가장 극심한 예중의 하나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지속되는 불경기에 대해 많은 이유가 지금까지 떠올랐지만 다 과거부터 지속되었던 문제들이기 때문에 불경기의 장기화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최근 들어 불경기 장기화의 가장 유력한 이유로 떠오르는 문제가 바로 20대 30대의 수축현상이다. 생산율과 소비율이 제일 높아야 할 이들의 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미혼으로 남아 부모님과 살며 소비마저 저조하니 ‘기생충 미혼’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었다.
우리는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지구촌이라는 어휘답게 밀접한 국제 사회에서 자연적인 경쟁이나 인구의 흐름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순간적인 보호정책 대신 장기적인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정책, 미래를 준비하는 이민 정책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H-1B 비자는 외국인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사슬이 되기도 한다. 신분에 대한 불안을 약점으로 이용하는 고용주들이 분명 존재한다.
H-1B 고용인들의 처지에 진정 관심이 있다면 위와 같은 사례를 꼽으며 H-1B 비자를 제거하자고 제안할 것이 아니라 단독 취업 비자를 허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특정 고용주와 연결된 취업 이민 과정은 고용주에게 큰 부담이며 외국인 고용인에게는 커리어 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비자 신청과 트랜스퍼에 드는 비용, 시간과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높다. 이런 점에서 비현실 적이며 비생산적인 노동허가 과정을 고용주에게 짐 지우는 대신 개인의 능력과 사회의 필요를 반영하는 보다 객관적이며 신속한 과정을 개발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이민은 아직 제대로 이용되고 있지 않은 자원이다. 선거를 앞두고 누군가 용기있게 합리적인 이민 정책을 세워 사회와 나라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사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