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연방 하원이 통과 시킨 H.R. 3012 the Fairness for High-Skilled Immigrants Act 법안이 현재 이민 사회의 큰 관심 대상이다. H.R. 3012 법안은 취업 이민의 국가별 쿼터를 2015년까지 폐지하고 가족이민의 국가별 쿼터는현 7% 에서 15% 까지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이민 규정에는 어느 특정 국가가 전체 영주권 발급에 7%를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 특별히 중국과 인도 취업 이민 신청자들이 장기간 대기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안건이 상원에서 통과 되면 중국과 인도 출신의 고급 인력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국가별 쿼터는 폐지하지만 전체 쿼터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민을 비롯 다른 국가 출신의 신청자들의 대기 기간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모든 이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원에서 389표대 15표로 큰 지지를 받으며 통과된 법안이라 상원에서의 인준도 거의 확실시 되었던 이 법안은 현재 뜻밖에도 ‘Hold’ 상태이다. 아이오와 출신 상원의원 그래즐리 (Mr. Grassley) 가 이 법안이 현재 높은 실업률을 겪고 있는 미국민들을 위해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 고려 요청을 한 것이다.
그래즐리 의원의 재고려 신청은 아마도 국가별 쿼터를 늘리는 대신 전체적인 취업 이민 프로그램에 제동 장치를 추가하려는 협상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외 여러 그룹에서 각 그룹의 이익을 위한 로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아이리쉬 그룹은 매사추세츠 상원의원들을 통해 아이리쉬 그룹을 위한 특별 취업 비자를 제안하고 있다. 한편 하원에서는 몇몇 의원들이 무비자 제도가 불법체류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무비자 폐지 제안까지 한 상태이다.
이렇게 위 특정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현재 공중에 뜬 상태이며 확실한 결과가 나올때까지 우리 이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거나 대비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필자의 마음은 무척 착잡하다. 먼저 국가별 쿼터가 미국인 구성을 다양하게 지키기 위한 장치라는 기본 의도에 동의하면서도 이 쿼터가 인종 차별적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는, 즉 신청수가 적은 백인에게 유리하고 신청수가 많은 동양과 남미 출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쿼터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한국민의 대기 기간이 늘어나는 가능성이 걱정되고 이 법안이 그런 의미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운 것은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미국 유권자들의 행동과 역시 근시안적인 미국 정부이다. 쿼터의 재조정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 이민 쿼터를 늘리는 것이다. 미국 경제와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그룹이라면 쿼터의 재조정에 영향력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전체 취업 이민 쿼터 증가에 그 영향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민자가 미국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어떤 포커스 그룹의 연구 발표이냐에 따라 여러가지 분분한 의견들이 있지만 이런 통계를 떠나서라도 우리는 최근 역사를 통해 여러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보며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한다.
특별히 사회 제도의 부담이 늘어가고 인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미국같은 선진국 에서는 생산력 높은 평균 연령을 갖고 있는 이민자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일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금같은 불경기에 이미 존재하는 고용주들이 고용인을 늘리는 것은 국가가 여러 모로 개입해도 큰 효과가 없다. 새 고용 창출을 일으킬수 있는 재능과 투자금을 영입하기 위해 (그것이 외국인일지라도) 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어렵다고 무비자 제도를 폐지해 가며 외국인의 방문을 어렵게 하자는 이들, 실업률이 높다고 학력, 경력, 재능을 갖춘 외국인들과의 경쟁을 막자는 이들, 이런 이들이 활기칠때 미국의 경제 회복은 더딜수 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