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입니다. 지나가다 안타까운 사연을 보고 잠깐 몇자 적습니다. 일단 이민 관련 부분은 빼구요. 오로지 남녀간의 결혼 문제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전 결혼을 늦게했죠. 39인가 했을겁니다. 여자가 없었던게 아니라 결혼해야할 필요성을 못느꼇었죠. 한국에서 대학 마치고 유학나와 미국에서 대학원 졸업하고 미국회사에 엔지니어로 바로 취업이 되어 사람들이 흔희 말하는 큰 고생없이 잘 풀린 케이스였습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혼자 충분히 잘먹고 잘살만큼은 벌었고 빚도 없었고 싱글로서는 더 부족할게 없을만큼 살다보니 결혼이 급하지 않았나 봅니다. 39이 되던 해에 어떤 여자를 우연히 알게됬죠. 참 어려운 처지에 있던 여자분이었습니다. 어쩌다 아는분의 소개로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참 좋은 심성을 가지셨더군요. 말 그대로 참 좋은 사람이구나..하는 필이 확 왔습니다. 그후 한달 정도 더 데이트를 하다가 결혼하자고 말했죠. 그 여자분은 자신의 처지가 저와 비교할때 너무 떨어지니까 선뜻 대답을 못하더군요. 그분 시각에서 볼때 결혼을 하면 제가 너무 손해라고 생각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확실해서 전 끝까지 밀어붙였죠. 그래서 전혀 계획에도 없던 집을 덜컥 샀습니다. 결혼해서 같이 살려구요. 집 고르는 법도 모르고 아무런 부동산 지식도 없이 그냥 사진보고 이쁘게 생긴거 같아서 한번 직접 방문해보고 바로 싸인했죠. 그리고 당시에 남의 집에서 방한칸 얻어 어렵게 살던 그 여자를 제가 산 하우스로 이사를 시켰고 2주정도 함께 살다가 바로 한국 들어가서 2주만에 양가 상견례, 결혼식 모두 다 치렀습니다. 진짜 드라마 같은 초스피드 결혼이었죠. 그리고 올해가 결혼 10주년 되는 해입니다. 저희는 여전히 잘살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일어날때 누구든지 먼지 일어나서 바스락 소리가 나면 상대방도 동시에 깨어서 농담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주로 한국 드라마보고 배운 농담들 하면서 침대에서부터 깔깔 거리면서 일어나죠…요즘은 누구든지 먼저 눈을 뜨면 “왠욜” 이란 말을 해서 상대방을 웃기곤 합니다.
저도 결혼전에 나름 진짜 잘나가는 신랑감이었습니다. 미국한인사회에서든 한국에서든 소개팅 맞선 이런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그런 기회들보다 어찌보면 가장 불리한 조건을 가졌던 지금의 아내를 만난순간 제 영혼이 먼저 알아보더군요. 이 여자를 내가 기다리고 있었구나….라는 느낌. 그다음부턴 생각이고 뭐고 없이 모든 일들이 자동으로 처리되고 결혼까지 하게되었습니다.
전 님의 남친분이 고의적으로 님을 데리고 노는건 아닐꺼라 봅니다. 그보다는 두분이 서로 좋은 애인 관계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평생의 배필이 아닐지도 모른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와이프와 결혼후 둘이 가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그때 순식간에 결정하고 쉽게 결혼했지만 진짜 큰일 날뻔 했다. 만약에 우리 둘중의 하나가 사기꾼이었으면 진짜 큰일 날뻔했다…이런 이야기요. 저는 와이프와 결혼후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재미있습니다. 와이프가 일단 너무 웃기고 저와 잘맞구요.
와이프와 여친의 차이점을 전 이렇게 정의합니다.
다음 세상에 태어나도 또 이여자와 결혼 할거면 와이프고 다음 세상에 태어나서는 다른 여자와 결혼할거면 이여자는 그냥 애인일 뿐이다.
지금 제이야기가 실감이 안나실겁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이민문제도 언젠가는 지나갈 일이고 님의 인생은 계속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금 처한 문제가 님의 인생을 정면으로 가로막고 다른 돌아갈길이 없어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음을 아시게 될겁니다. 직장 문제도 마찬가지구요. 끔찍하고 지옥같은 지금의 직장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내년엔 지금의 직장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구요….
참고로 저희는 결혼을 지방의 아주 작은 교회에서 진짜 양가 직계가족들만 모여서 했습니다. 가족 외엔 아무도 안왔죠. 결혼식후 교회앞의 작은 동네 식당에 모여 밥 같이 먹고 저희 부부는 그 동네에서 젤 큰 호텔에서 1박했죠. 그게 신혼여행이었습니다. ㅋㅋ.
결혼반지만 교환하고 다른 예물들은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가 미국에 살기 때문에 어차피 살림은 저희가 장만해야했고 또 집사느라고 제 모든 예금을 전부 다 썻기 때문이었죠. 아..처가집에서 저 양복한벌 해주셨고 저희집에서 제 와이프 한복 한벌 해줫네요. 그게 전부입니다. 결혼반지는 그냥 평범한 금반지였고 저희집에서는 제 와이프에게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를 해줬습니다. 여자라서 그런지 디게 좋아하더군요. 당시에 저희 형수가 고른건데 목걸이 귀걸이 팔찌 이런거하지말고 그 돈을 한꺼번에 반지에 몰아줘야 다이아가 커진다고 그러면서 큰 다이아몬드 반지만 하나 딸랑 해줬는데 제 와이프가 은근히 좋아하더군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