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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뭐 중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잘 사귀고 있습니다. 근데 연애라는게 해본지가 오래되서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참 힘드네요. 사람 사이란게 좋다고 하다가도 그게 또 귀찮기도 하고 밉쌍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적절히 선 유지해 가면서 좋게 좋게 사랑을 키워 나가는 것도 일이네요 일.. 있을 때 잘해란 말을 유념해 두고 2016년엔 더 사이 좋게 지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글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서 싱글 탈출 하시길 ^^
————————————————————————————————————————————————-오늘 데이트도 완전 망치고, 혼자 자기 전에 자폭 문자를 쓩 던져 버리고 잠 들었다가 새벽에 잠이 확 깨버린 김에 마음 털어 놓을 곳이 없어서 써 봅니다.
이제 30대 후반..완전 노처녀죠.
서른 들어설 즘에 미국 온 후로 그냥 데이트는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두려움 반, 귀찮음 반..
나름 주제에 눈만 높아져서 마음에 맞는 사람은 안만나줄거 같고 해서 그냥 자포자기 했던거 같아요.
작년부터 어떤 계기로 데이트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굉장히 조건 좋은 또래 남자들이 대쉬를 많이 해서 내심 놀라기도 했지요.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났는데 너무 빨리 너무 좋아해서 금방 달아올랐다가 막판 몇 개월을 너무 마음 고생하고 헤어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조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좋고 둘 성격이나 밸류가 비슷했는데, 저한테 그닥 진실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닫혔던 마음 몇 년만에 열었다가 상처를 심하게 받았습니다. 그 후로 데이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고 사람보는 눈도 좀 업그레이드 된거 같네요. 비싼 값을 치루고 배웠지만.. 이젠 사람 만나는게 떨리지도 않고 4-5번 데이트 하는 동안 사람을 찬찬히 여러 각도에서 차분하게 보는 습관도 생겼어요.그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0살 연상인 사람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내키지가 않았어요. 5년전에 이혼한 경력이 있어서.
그런데 정말 이제까지 만났던 사람들과는 너무 다른게 오히려 저를 불안하게 만드네요.
언행 일치가 확실하고, 100% 투명합니다. 애셋 매니지먼트를 하는데 직급이 높아요.. 오늘 팀 전체 연말 회식하는 자리에 초대를 했어요. 와서 소개시키고 밥 먹으로 둘이 가자고. 회식 자리는 부담스러워서 안갔습니다. 이웃이나 가족에게도 다 소개했고 저에대해서 숨기는 게 없습니다. 너무 좋은데, 한켠으론 좌불안석 불안해요. 저도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면 기죽지 않는데, 너무 어울리는 사람들 수준도 다르고 성취한 것들도 차이가 나서 누가 될까봐 스스로 좀 관계를 사보타지하게 되는거 같네요. 이 사람이 그래서 저를 좀 더 챌린지 하는거 같아요. 스스로 관계를 리드하도록.. 물론 다 회피하지만..그 사람 직장 근처에서 만났기 때문에 혹시나 회사 사람들 마주칠까봐 오늘은 평소보다 신경써서 차려 입고 나갔는데, 사람들이 좀 쳐다도 봐주는거 같고 아주 흡족스럽게 나갔습니다..일단은..근데 그 사람을 보는 순간 자신감이 확 사라지더라구요. 40대 후반에 커리어도 이룰 만큼 이뤘고 인생 경험도 많으니 어딜가나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연인사이에 경쟁은 아니지만, 어리숙하고 그냥 평범한 제 자신이 주눅이 들어요. 좋은 레스토랑에 예약해서 데리고 갔는데 그 사람은 너무 여유스럽고 저 혼자 그냥 불안 불안.. 결국 헤어질때 황급히 인사도 안하고 혼자 총총 집으로 와서 넌 나한테 관심이 별로 없는거 같다고 참 쌩뚱맞은 문자를 날리고 잠들었는데.. 자다가 잠이 확 깨서 혼자 이불킥을 날리며 생각중입니다..나의 문제가 뭔지…
수십년만에 정말 로또다 싶을만큼 모든게 마음에 드는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나는 왜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까. 과거에 받은 상처 때문에 반대로 나가는거 같아요. 아침에 전화 통화를 해서 이런 생각, 진심을 전해볼 생각인데, 참 연애라는걸 잘 몰라서..이 사람은 사랑이라는 말을 몇 번 꺼냈지만, 전 아무런 대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더 사랑하는 마음이 큰 거 같아요. 남자들은 이렇다, 여자는 이래야 된다, 데이트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읽고 들은 것 들은 많은데, 사실 전 그런 마인드 게임할 주제도 못되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네요. 이런 마음을 전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볼 생각입니다. 정말 내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행운인거 같아요. 이 사람을 만난건. 진심이 통하기를 바래 봅니다.
사랑이란 어느 때 올지, 어떤 사람과 나누게 될지 정말 예측할 수 가 없는 건가 봅니다.
이혼남이라 뭔가 결정적인 하자가 있겠거니 기회를 주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음을 훅 주게 될지 몰랐어요. 이게 특별한 인연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진심을 다 해 보렵니다.
생각처럼 내 과거 상처, 자존심, 불안을 다 놓고 100% 사랑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네요.
아침이 왜 이렇게 더디게 오는지…
가만히 누워 있기가 힘들어서 한줄 남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