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있는 고민님의 말씀을 보니 마치 제 20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서늘하네요.
그런 부족하고 철없던 남자를 그래도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기다려 이제 좀 나이들어 철이 들어가고 있는데요.
고민님의 관점이었다면 저도 어쩌면 낙동강 오리알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좀 오싹해 집니다.
그래요, 많이 틀리지요. 아무리 찰떡궁합이고 완벽하고 안보면 죽고 못살 그런 연인도 1-2년 지나면 식상해 지고 그 좋았던 성격이 고리타분해지고 짜증이 나는데 그게 아주 당연한 사람의 본성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신이 우리를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만약 이런 변화가 없다면 이세상은 정말 다 미친 사람들로 넘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은 변하는데 생각이 20대에 머무니 말이죠.
제가 보는 결혼관은 그렇습니다.
TV, 영화, 소설에 나오는 너무 다정다감하고 능력있는 그런 남자 혹은 여자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좀 생각이 달라 서로 조금씩 조율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오래 잘 산다고 봅니다.
너무 똑같은 환경과 배경 학벌 및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보면 서로를 너무 꽤뚫고 있으니 더 오히려 못 사는 것 같더군요.
한쪽이 부족한 것을 보듬어 줄 수 있으면 지금은 좀 부족해도 개선이 되고 점점 나아지니 그게 행복이되느 것 같습니다.
항상 인생의 고비마다 비난하지 않고 내 편이 되어주고 결정적인 순간에 고집부리지 않고 한걸음 물러 설 수 있는 아내 때문에 지금의 순한 제가 된 것 같아요. 만약 저의 다듬어지지 않고 열정만 넘쳤던 “원석” 같은 존재를 내쳤다면 저는 그야말로 오리알이었겠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서로 조율하고 양보하는 “정신적 감정적 공간 및 여유”가 있었기에 Cushion이 되고 인생의 어려움들을 헤쳐 나갈 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화를 많이 해보세요.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주 대화를 하다보면 그래도 개선이 되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서로에게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계신 분들 이것 하나 기억해 두세요.
그렇게나 아름다운 신데렐라 이야기…그 주인공들 나중에는 이혼으로 끝났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결혼생활은 쉽지 않은 인생의 마라톤입니다.
나와 배우자의 넘어서선 안될 선이 어디인가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고 그 범위안에서 싸우고 스트레스 풀면서 앞으로 같이 나아가는 것이 부부입니다.
“부부유별”…..아주 구닥다리 옛 선조들의 이야기 같지만 여기에 모든 진리가 다 있다고 봅니다.
가까울 수록 예의를 지키고 알아주지 않아도 Dignity를 지키고 지켜주도록 조금씩 더 희생하면 언젠가 정말 눈빛만봐도 서로 알 수 있는 그런 한 몸과 같은 존재가 됩니다…
부부싸움 안하냐구요?….저도 물론 부부싸움 합니다. 하지만 그런 스트레스를 푸는 싸이클은 언제나 있어왔고 있는 것이 인생이고 이런 과정이 아주 중요한 삶의 일부라고 봅니다. 이런것이 너무 없어도 한방에 황혼이혼이 되는 것이니까요.
부부싸움도 추억으로 만들수 있는 그런 단계가 되면….인생이 참 재미있어집니다.
당장의 섭섭함과 이해못함을 보기 보단 그 원석안의 존재한 발전가능성과 사람됨으로 결혼을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어른들의 말씀들이 정말 하나도 틀린 것이 없는 인생의 경험에서 나온 진리였다는 것을 저도 이제 깨닫고 있습니다.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