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날씨 덕분에 가족 나들이도 늘어나고 여행을 가시는 분들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친구들의 여행 이야기는 듣는 이의 마음까지 설레게 합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유쾌하고 즐거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들었던 이야기들 중 가장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던 여행 이야기는 미국 항공사를 이용하여 한국에 갔다 오는 길에 모든 짐을 잃어버린 친구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에 부모님을 만나고 한국에서 쇼핑한 물건들로 가방을 가득 채워 비행기를 탄 이 친구는 짐을 찾을 때까지 안전하고 평화로운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짐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거의 3시간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자 항공사 직원에게 찾아갔습니다. 항공사 직원은 시스템에는 분명히 도착했다고 기록이 되어 있으니 공항에 있을 것이라며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반 나절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결국 항공사 직원은 짐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친구에게 분실사실에 대한 서류를 작성하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쇼핑을 한 비싼 물건들이 머리 속을 스치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난리를 치는 친구에게 항공사 직원은 무덤덤하게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항공사에서는 잃어 버린 가방 안에 있던 물건의 가치와는 상관 없이, 또 친구가 겪었던 당황스러움과 며칠간의 고생 정도와는 상관없이 $500 정도를 보상하겠다고 했습니다. 화가 난 친구는 항공사를 고소하겠다고 했습니다.

항공 규정들은 여러 국가들이 관련되기 때문에 국제 조약이나 협약에 영향을 받습니다. 제 친구의 상황은 몬트리올 컨벤션 (Montreal Convention)이라고 하는 국제 협약의 영향을 받습니다. 해당 협약에 따르면 짐을 잃어 버린 경우 잃어버린 짐의 가치와 상관없이 항공사가 지불해야 하는 최대 보상 금액은 약 $1131입니다. 따라서, 가방에 비싼 물건이 들어있었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 해도 협약에 따르면 항공사는 약 천 불 정도의 책임만 있는 것입니다.

미국 항공 소비자 보호소 (Office of Aviation Consumer Protection and Enforcement)에 따르면, 미국 국내선에서 짐을 잃어버린 경우 최대 $3,300까지 보상을 해준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국내선에서 짐을 잃어버렸을 때 받는 보상 금액이 국제선보다 높다는 점을 의아하게 여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선은 미국 연방법에 따르고, 국제선은 국제조약을 따른 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미국의 법 환경을 보여주는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몬트리올 컨벤션에 따르면 도착 후 21일 내에 배달을 한다면 분실이 아닌 배달 지연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렸더라도 항공사는 짐의 위치를 확인하고 분실 여부를 최종 결정할 때 까지 21일의 시간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만약 승객의 짐이 21일 내에 발견되지 않아 항공사가 분실 처리를 하고 보상을 했는데 짐이 40일만에 발견되었다면 승객은 보상금을 돌려줄 의무는 없습니다.

저 또한 로펌의 한국 오피스 개점 때문에 그리고 한국 고객들과의 미팅을 위해 국제 여행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 가치가 나가는 물건은 무조건 기내에 지참하고 탑니다. 분실뿐 만 아니라 공항에서 짐을 워낙 험하게 다루기 때문에 손상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짐을 잃어버렸을 때는 독자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에 보험이 가입되어 있어 분실 사고를 보상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언제나 항공사와 손상되거나 분실된 짐에 대해 변호사를 통해 협상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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