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며

  • #160548
    퇴직 76.***.181.12 6196

    아마 오늘 2주 노티스를 주게 될 것 같습니다.
    2006년에 작지만 따뜻한 회사에 정말 운 좋게 들어가게 되어 너무 기뻤던 순간은 잠시, 2008년 초에 현재의 회사에 합병이 되어 말 못할 서러움을 겪었더랬습니다. 말을 못하는 이유는 남의 나라에서 남의 집 살이(?)가 다 그렇고, 더 못 할 수 있었다는 생각때문에가 첫째고, 회사에 달려있는 영주권때문이기도 했었죠.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에 영주권은 받았고요. 시민권까지 생각하고 있었기에 6개월을 감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최근 3개월간 잡서치를 해왔고 아직 인터뷰 진행중인 가고 싶은 회사도 있지만, 오늘 오퍼 보내주기로 한 곳으로 옮기려구요.

    지금 회사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필요한 지원이 거의 없는 곳이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가도 해결되지 않는 소통단절이랄까, 너무 많이 느낍니다. 매니지먼트도 전혀 경영 원칙이나 사업 노하우 같은 것은 없이 가격 경쟁력으로만 시장을 헤쳐나가려는 것 이상 보이지 않네요. 덕분에 경험있는 전 회사 사람들은 모두 나가고 남아있지 않습니다.

    사실 약 3주 전에 그래도 좀 이야기가 통하는 제 보스에게 경제적으로도 경력상으로도 발전가능성이 안 보여 그만두는 것을 생각중이다라고 이야기 했더니, 자기가 고민해보고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시간을 달라고 하더군요. 일주일 쯤 지난 후에 관리 부사장이 미팅을 하자고 해서, 상세히 현재 제 입장을 객관적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 담지는 않겠지만, 연봉인상과 회사부담의 교육참가를 이야기 했고 자기가 책임을 지고 해결하겠다고 하더군요. 2주가 흘렀네요.

    이제는 정말 결정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알량한 자존심도 조금은 상처를 입은 것 같기도 하고요, 일언 반구의 말도 없는 상황을 보면 달리 방법도 없는 것 같구요. 나갈려면 나가라 정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9년 경력이 있고 이제 총 16년 경력이네요. 한국 학위에 영어도 시원찮은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미국에서 계속 노력해보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스스로를 발전시켜서 적어도 아이들에게만은 떳떳한 아빠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Mohegan 20.***.64.141

      글을 읽다보니 처음 회사가 합병되고 과정에서 떠나게된데 많은 서글픔이 묻어나네요. 허지만 어쩌겠나요. 전 그런걸 여지껒 14번 했답니다. 새로 가는 회사에서 건투를 바랍니다.

    • 1234 63.***.48.253

      잠깐!

      저는 이곳 미국 직장 생활 11년차입니다, 제가 느낀점은 이곳은 철저하게 수요/공급의 원칙입니다. 또 철저하게 이해관계지요.. 인간관계는 5%도 안된다고 봅니다.

      연봉 조정을 요청할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곳에서 잡오퍼를 받으신 후에 , 그걸로 협상을 하세요. 님이 필요하고 가치가 있으면, 바로 올려줍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래 그냥 그쪽으로 가라고 하지요. 그럼 바로 다른 회사로 가면 됩니다.

      또 하나, 님의 자존심 이런건 생각치 마세요. 한 번 말꺼넸다 하고도 다시 그냥 웃으면서 다니시면 됩니다.

    • 67.***.223.66

      윗분이 말씀하신 수요공급의 법칙.. 공감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회사를 옮길땐 그래도 내 첫 직장이고 신분이나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준 회산데.. 이렇게 그만둬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쓸데없는 생각이었더군요. 물론 아직도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인간관계고 그거와는 별개로 직장 혹은 본인의 커리어는 또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원글님의 능력이나 가치를 인정받을수 있는 직장에서 일하실수 있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 zz 69.***.161.194

      흑흑~~ 제 현실과 판박이…
      나도 그런날이 오기를…

    • 동감 99.***.232.45

      저랑 약간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동감의 글을 남깁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스스로를 발전시켜서 적어도 아이들에게만은 떳떳한 아빠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저는 이 대목에 정말 글쓰신 분의 격이 느껴지고 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목표의식을 갖게 해서 기분이 좋네요.
      저도 요즘 한참 이직을 고민하고 준비하는데, 정말 현재회사는 아니다 싶고 오퍼 받으면 가야하는 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저도 다른곳에서 수차례 오퍼 받고도 대략 보스한테 이야기만 하고 갈까말까 했는데, 정작 다른 개발자를 더 뽑고 제 포지션이 줄어들자, 오히려 저를 알게모르게 위협을 하네요. 이런 완전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있을까요? 여튼 미국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있는중입니다.

    • going 192.***.14.12

      원글께서 사직등을 고려한 발언을 boss에게 사적이라도 꺼냈다면 옮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오퍼를 받고 현재 회사에 네고 하는 것은 나중에 혹시라도 있을 구조조정의 거의 일순위라고 job 관련 글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 공대 99.***.221.47

      무개념 경영에 성과를 내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원글님과 비슷한 입장이네요. 저 같으면 조용히 옮길것 같습니다. 사람사는게 알수 없으니 나중에라도 다시 연결이 될 수도 있으니 조용히 좋은 인상을 남기며 떠나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암튼 옮기실 직장을 잡아놓으신 상태이니 부럽네요. 새직장에서 잘 적응하시기 바랍니다. 16년 정도 경력이면 어디가든 최고의 성과를 내실 수 있으실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