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이번 가을 캠퍼스 리크루팅 행사에 참여하여 일차 인터뷰를 하고 지난 달에 뉴져지에 있는 한 제약회사에 온싸이트 인터뷰 초청을 받아 다녀온 후, 지난 주에 정식으로 연구직 오퍼를 받았습니다. 이곳에 화학 전공자의 글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저는 미국에서 유기화학으로 박사를 받았고 지금은 포닥 2년차에 막 접어들었습니다.
올해에는 제약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은지 많은 회사들이 캠퍼스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거나 취소를 해서 제가 인터뷰 할 수 있는 곳은 세 곳뿐이었습니다. (빅파마 두 곳과 꽤 큰 규모의 바이오텍 한 곳) 세 곳 모두 캠퍼스 인터뷰는 간략한 회사소개 후에 인터뷰어와 일 대 일로 면담을 가졌는데 주로 제가 어떤 연구 경험이 있는지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저는 미리 작성한 두쪽 짜리 연구요약을 인터뷰어에게 건내주고 발표자료가 들어있는 클리어 화일을 가져가 중요한 슬라이드를 넘겨가면서 보여주며 설명을 했습니다. 인터뷰 자체는 매우 인포멀했고, 인터뷰어가 연구원이어서 그런지 질문 내용은 거의 100% 기술적인 것이어서 대답하기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캠퍼스 인터뷰는 제게 주어지는 시간이 짧고 이 인터뷰어가 하루에 많은 후보자들을 만나기 때문에 단순히 제가 한 일을 지루하게 나열하는 것 보다는 연구하던 도중에 마주쳤던 굵직하고 어려운 문제 몇가지를 제시하고 어떻게 그 문제들을 해결했는지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만난 인터뷰어들은 대체적으로 제 연구업적 보다는 전공의 적합성에 (아마도 전합성이나 유기반응 방법론)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캠퍼스 인터뷰의 성적은 빅파마 중의 한 곳은 완결이 되었고 다른 한 곳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고 –;; 바이오텍은 아직 진행중입니다.이번 온싸이트 인터뷰는 사흘에 걸쳐 진행이 되었는데요, 첫날은 도착해서 인터뷰 호스트와 저녁 식사를 하고, 둘째날 아침 공개 세미나 1시간, 그리고나서 시니어급 연구원들과 일 대 일 면담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일 대 일 면담은 약 15명의 연구원들과 30분 ~ 45분씩 만나도록 계획이 되어있었는데 이 면담은 세째날까지 이어졌습니다. 처음 인터뷰 일정을 받아보고는 어떻게 이 시간들을 때우나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대부분의 경우는 할애된 시간의 반 정도는 제 발표내용에 대한 심화된 토론으로, 그리고 나머지 반 정도는 회사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로 이루어졌고, 늘 ‘혹시 더 궁금한 것은 없느냐?’하는 질문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특이한 경우로, 한 연구원이 자신이 우연히 발견한 새로운 반응을 보여주면서 반응 메커니즘을 설명해 볼 수 있겠느냐고 물어봐서 진땀을 흘리며 대답을 한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제가 제시한 메커니즘이 그 사람의 생각과 일치해서 그 사람이 매우 좋아더군요. 다른 한 연구원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화합물을 보여주면서 저라면 어떻게 합성하겠느냐고 물어보았구요, 전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이것 저것 갖다 붙여 대답을 하긴 했는데 지금 되돌이켜보면 썩 신통한 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정 뒤로 갈수록 높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사람들 질문은 주로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협력하여 일을 잘 할만한 사람인지를 평가하는데 촛점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구체적인 질문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주로 지도교수와 랩 동료와의 관계, 제가 주로 일을 해온 방식 등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일정중에 만난 연구원들은 대부분 미국의 탑5에서 박사나 포닥을 한 사람들이더군요. 그리고 모두 회사와 일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함께 식사를 했던 한 연구원은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약을 병든 부모님께서 복용하고 있다고 하면서 매우 자랑스러워 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겠지만 저렇게 큰 보람을 느끼는 일이겠구나 생각하니 제약회사 연구직에 대한 욕심이 더욱 더 생기더군요.
온싸이트 인터뷰 내내, 식사를 할 때나 커피를 마시며 가벼운 대화를 나눌 때나, 또 다음 인터뷰를 위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할 때에도 모든 순간이 인터뷰의 일부라고 생각을 하니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고, 그래서 그런지 초저녁에 호텔방에 들어가서는 거의 쓰러지다시피 할 정도로 피곤함이 몰려오더군요. 보통 일정 막바지에 HR과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고 하는데 저의 경우는 돌아오는 항공편 시간 때문에 급히 떠나오느라 HR과는 나중에 전화 인터뷰로 대신했습니다. 내용은 주로 인터넷 서치로 찾을 수 있는 흔한 behavioral 질문들이었고 조금은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전화로 인터뷰를 하니 상대방을 볼 수 없어서 그런지 제가 대답을 잘 하고 있는지 아닌지 가늠하기가 힘들더군요. 전화 인터뷰가 어렵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받은 오퍼내용은 대체적으로는 만족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 저기 알아보니 동부의 빅파마에서 fresh PhD에게 주는 보통의 수준인 것 같더군요. 아직 인터뷰가 진행중인 다른 회사가 있지만, 아마도 이곳의 오퍼를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잡서치를 시작할 때 준비도 덜 된 것 같고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는 것 보다 랩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익숙한 이과생이라 인터뷰라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그랬는데 막상 하다보니 인터뷰어들도 대부분 저와 같이 랩 경험이 많은 이과생들이어서 그런지 쉽게 공통의 관심사가 찾아지고 대화가 이어지더군요. 혹시 저처럼 인터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걱정말고 도전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무튼, 어리버리 시작한 잡서치에 큰 실수 하지 않고 이렇게 오퍼까지 받고 나니 그냥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같이 미국에서 제약회사에 관심이 있는 화학 전공자들이 있다면 제 짧은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서투른 글을 남깁니다. 모두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