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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31살먹은.. 4년차 computer programmer입니다.
군대를 제대한게 2000년인데요. 그 시절에 이사이트의 전신?이라고
생각되는 H1B 사이트에서 글들을 읽으면서 미국 취업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그게 제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제대전부터 컴퓨터 계통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때 H1B 사이트에서 읽었던 글중에, H1B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CS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전 당시 국문과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깊이 고심한후 학교를 자퇴하고,
박영만 전산학원에 등록하고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이후로 회사같지도 않은 곳?에서부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영세한 벤쳐 개발자가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한다는건 힘든 일이기 때문에 무려 작년 초에야
독학으로 전자계산학과 학사를 취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제 인생
에 가장 큰 실수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좀 돌아가더라도 다시 수능을 보던
가, 전과를 하는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어려서 정확한
판단을 못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그렇게 자그만치 6년묵은 제 소중한 꿈이기 때문에, 그 동안 나름대로 준비
는 차곡차곡 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주석은 항상 영어로 달았고, 새벽
영어 학원도 현재 1년 넘게 개근중이며, 일부러 이태원에 2년간 살면서 바를
돌아다니고, 친구들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적극적인 성격이 아
닌데, “Korean Helper Service”라는 명함을 만들어서 길가다 만나는 외국인들
에게 뿌리고 도움을 주고 친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그렇게 알게 되어 아직
도 채팅이며 메일을 주고 받는 그 사람들이 제가 미국에 가게 되든, 그렇지
못하든, 제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회화쪽으로만 치우치는 것
같아서, 1년전부터는 영어 블로그를 써오고 있습니다. 아직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라 resume에 올리기가 두렵습니다만.. 학교 간판이 없기 때문에 믿을건
실력뿐이란 생각에, 남들은 그저 산출물만 만들어내면 된다고 말할 때도, 저
는 좋은 코드를 짜려고 노력했습니다. 속으로..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거
야. 내 인생을 겨우 이렇게 조그마한 나라의 조그만한 회사에서 끝내지 않을
꺼야.”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제 주변에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제가 오랜전부터 해외 취업을 꿈꿔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왜 아직도 가지 않느냐며 의아해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도 정말로 가고 싶지만, 이런데 와서 글 읽어 보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제
준비가 아직도 너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거기다 다들 석사다, 박
사다.. 저같은 독학사 출신이 설 자리가 없을것 같습니다. 미국 텍사스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아는 분께 미국행을 물어봐도.. “집나오면 고생이다, 그냥
한국에 있어라”라고만 하십니다. 여건이 된다면 대학원을 들어가고 싶지만,
그건 집안 사정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저는 외동아들이고, 아버지도 지방의
작은 공장에서 단순 노무, 어머니는 평생을 살림만 하셨습니다. 뭔가 백업을
바랄만한 상황이 전혀 아닐뿐더러, 제가 두 분을 부양해야 할 상황이지요.제 고민은 여기서부터입니다. 현재 제 나이 31. 헛된 꿈이라면 이제 포기하
고 착실히 결혼해서 가정을 부양하는 일에 마음을 쏟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는 어떻게하든 이 일년안에, 제 꿈인 해외 취업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딯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제가 해외로 나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저는 영어를 쓰고, 다국적인 환경에서 일하는게 좋습니다. 어릴 때부
터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같은 걸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대주의같은게 아니
라, 그냥 호기심같은게 많아서 죽기 전에 꼭 이 세상 곳곳을 다녀보고 싶다
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국경을 초월한 직업, 그것이 제가 이 직업을 선
택한 이유중에 하나입니다.둘째, 저는 Software Engineer로 계속 살고 싶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원래 건
축 기술자셨는데..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식구수가 적어 그럭저럭 괜찮았던
우리 집안 형편이 IMF로 퇴직하신 아버지가 경험도 없으면서 무리하고 음식점
을 차렸다가 망하면서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런 전철을 밟고 싶지가
않습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한 우물을 파고, 그 일에서 프로가 되어
한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는게 제 목표입니다. 국내에선, 35세가 정년이라
고 할 정도로 이분야의 수명이 짧은것 잘들 아실겁니다. 더이상 하고 싶어도
업무 강도가 지나쳐서(야근) 나이들면 감당을 못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런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늙는 것이 너무나 싫습니다. 현재 직업별 배우자
선호도를 고른다면 아마 최하위가 아닐까 싶습니다.셋째, 근무 환경과 연봉입니다. 회사에서 허구한날 야근이나 하면서 외부 사
람이라곤 만날 기회도 없이 쳐박혀서 지내면서 오타쿠처럼 살다가 점점 배나
오고, 접대 좋아하는 아저씨로 늙어버리는 게 싫습니다. 한국에서 살면 꼭 이
렇게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꿈을 접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이 어떨까 하는건
그냥 눈에 보입니다. 같은 회사 팀장급들, 이사급들 보면 그게 제 미래니까요
. 외국에서 일하게 되면 그래도 최소한 일찍 집에 들어가서 자기 개발 시간도
가지고, 주말엔 취미 활동도 가지지 않을까.. 처음에는 한국만큼이나 힘들겠
지만, 좀 더 경력이 쌓이고, 연봉도 한국보단 낫지 않을까. 솔직히 한국에선
제법 괜찮은 대학나와서 대기업 들어가지 않는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4천 넘
어가기 힘듭니다. 저는 아마 내년 5년차에나 세전 3천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
다. 독학사 출신인 제가 한국에서 대기업에 들어가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
다고 보고 있습니다. 외국으로 가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선택을
했던 거지만요.여기까지 읽으시고, 제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여기 글들 읽어보면 전 정말
아직도 한참 부족합니다. 의욕만 앞섰지,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말 모르겠습니다. 허황된 생각이니까 일찌감치 때려치라던가 하는 의견도
좋습니다. 정말 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인데, 주변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만한 사람이 없어서 정말 힘듭니다. 이 사이트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저보다 먼저 이런 고민들을 하시고, 그 길을 걸어간 분들이니까요.
전 어렸을 때부터 공상은 많이 했는데, 우유부단하고, 추진력이 없어서 그걸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 제 성격이 해외 취업이라는 큰 결
정을 내리는데 자꾸만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앞으로 5년안에 미
국에서 자리잡고 부모님을 모시는 겁니다. 물론 그 때부터는 제 힘만으로 두
분을 부양해야겠죠. 결혼은 그 이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