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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가 DMB 폰 앞서가니까 이런 유명한 벤처도 나올 수 있군요…
[동아일보]《반도체 제조분야 벤처기업인 인티그런트의 고범규(高範圭·38) 사장은 2003년 말 2박 3일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이 투자조사관 일행을 파견해 이 회사의 사업계획, 재무구조, 특허 보유 현황 등을 샅샅이 뜯어봤기 때문이다. 인텔은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용 휴대전화의 핵심 부품인 수신용 튜너 칩을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이 만들었다는 게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조사를 마친 뒤 인텔은 선뜻 200만 달러(약 20억 원)를 투자했다. 인텔은 더 많이 투자하려고 했지만 고 사장이 거절했다. 투자금액을 대가로 연구개발(R&D) 노하우를 요구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삼성전자를 거친 엔지니어 출신의 고 사장은 다른 투자자를 물색했다. 2004년에만 국내외 기업 및 벤처 캐피털로부터 약 100억 원을 투자받았다.》
○ 작지만 세계 최고를 향해
인티그런트의 튜너 칩은 방송 신호를 수신해 원하는 채널의 방송만 골라내는 장치. 이는 튜너가 수신한 방송 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 주는 ‘복조 장치’, 최종 데이터를 영상으로 변환시키는 ‘디코더’와 함께 DMB의 핵심 부품이다.
복조 장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만들고, 디코더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여러 업체가 생산한다.
튜너 칩은 일본 도시바도 만들지만 엄지손톱 3분의 1 크기로 작게 만드는 기술을 가진 곳은 인티그런트가 유일하다. 따라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이 만드는 모든 위성 DMB용 휴대전화에는 인티그런트의 칩이 사용된다. 이런 제품을 양산하는 기업도 전 세계에서 이 회사뿐이다.
휴대전화로 TV를 보는 DMB 서비스의 성공은 단말기를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게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은 1년 전에 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가입자가 1만 명을 넘지 못한다. 무전기 크기의 전용 단말기를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휴대전화로 방송을 본다는 장점 때문에 3개월 만에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인티그런트의 칩 덕분이다.
튜너 칩 가격은 개당 17∼18달러(약 1만8000원). DMB 휴대전화가 카메라폰처럼 보편화되는 2010년의 시장 규모는 10억 개로 전망된다. 이 칩은 휴대전화뿐 아니라 개인휴대단말기(PDA), MP3플레이어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다양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 남들보다 앞서 미래를 본다
인티그런트는 5년 전 임차료를 아끼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한 오피스텔 1층 상가를 빌렸다. 사무실은 슈퍼마켓과 공인중개사 사무실 사이에 끼어 있었고 창문도 없었다. 직원들의 소원은 ‘햇빛을 보며 일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노력은 빛을 봐 25평 사무실은 600평 오피스텔로 커졌고, 2003년 5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00 억원에 이른다. 직원은 3명에서 55명으로 늘어났다.
성공의 비밀은 거꾸로 생각하는 아이디어였다. 세상 사람들이 휴대전화 화면에 컬러 액정표시장치(LCD)를 사용하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했던 시절, 인티그런트는 TV가 휴대전화 안으로 들어가는 미래를 내다봤다.
그래서 당시 어른 주먹 크기였던 디지털방송 수신 장치인 튜너를 손톱 크기로 줄이는 데 집중했다. 5년이라는 시간과 100억 원의 R&D 비용이 들어갔다. 지금은 관련 특허만 80여 개를 갖고 있다.
고 사장은 “기술력 자체보다는 남들이 예측하지 못한 미래를 내다보고 집중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