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실리콘밸리인 `신주’는 대만 정부 주도 하에 1980년대 초 건설됐다. 여러 가지 여건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만은 당시 우수 인력을 활용한 반도체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가 TVㆍ전화기 등 세트 조립에 치중하고 있었던 것과는 상반된 판단이었다.
^
대만의 `신주’ 단지가 건설된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중화권 출신 반도체 업계 사람들이 자연스레 이곳으로 흡수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모리스 창 회장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30년 간 근무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신주’에 밀집한 반도체 관련 기업들, 특히 팹리스 업체들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던 PC 산업을 겨냥해 PC용 칩셋 제품들을 중점적으로 개발했다. 또한 이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형성된 TSMCㆍUMC 등 파운드리 및 후공정 업체들을 비롯해, 미국 PC 기업들의 OEMㆍODM을 담당하는 세트 제조사들까지 `신주’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때문에 대만은 80년대에 이미 반도체 개발에서 파운드리, 후공정에서 세트 적용까지 한곳에서 단기간에 이어질 수 있는 원스톱 체제를 형성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만은 `화교’라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개발한 반도체 제품을 전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ㆍ영업을 할 경우 유리하다는 장점을 더한다.
반면 우리나라 반도체 팹리스 산업은 최근 태동기를 겨우 지난 상황이다. 또한 팹리스 업체들에 절대적인 요소인 파운드리 부문에 있어 대만의 TSMC 및 UMC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팹리스 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내 우수한 반도체 설계인력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ㆍ영업 부문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파운드리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할 것이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체제를 갖춰, 공동 개발과 공동 마케팅 등 상생 채널을 형성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만의 미디어텍, 선플러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팹리스 업체와, TSMC 및 UMC에 버금가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등장할 그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