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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게시판에 부쩍 이슈가 된 회계법인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직 시험을 다 통과하지도 못했으니 회계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제 직업이 대단하다고 전혀 생각지도 않습니다. 오늘 여기에 들어와서 여러글들을 읽어보니 어떤분들이 회계가 최고라하고 어떤분은 아니라 하고.. 논란(?)이 많군요. 어쩜 이 직장이 저에게도 첫직장이었다면 우쭐한 자부심에 사로잡혀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었고 한국에서의 경력도 있으니 뭐 그럴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가 감히 누구에게 이 직장이 더 좋고 나쁘고를 논할수 있을까 하는겁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직업은 생계를 위한것이지만 또 그러면서 즐길수도 있으면 더 좋은거겠지요. 이 직업이 저 직업보다 훌륭하다 못하다라는거는 남이 할수 있는 이야긴 아닌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나름대로 좋은학교, 좋은 직장 다니다 여기서 대학원나오고 회계법인 다니는 사람 바로 접니다만 그런대로 일이 마음에 들고 좋아질것 같습니다. 그건 상대하는 회사가 커서도 아니고 내 회사가 커서도 아니고 월급이 많아서도 아니고 (사실 적은 편이지요.. 과거의 경력에 비하면-그래서 아깝다는 말도 나오는것일터이고..) 일이 적성에 맞기 때문입니다. 저는 숫자를 좋아하고 논리를 좋아하지만 별로 창조적인 성격은 아니기때문에 회계일이 적성에 맞는것 같습니다. 같은 노력에 간호사가 될 수 있었다고 해도 아픈사람을 매일 대할자신이 없고 희생정신도 없고.. 그저 평범한 저는 아마 돈을 두배를 준다고 해도 간호사를 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 후에 어떠한 다양한 진로가 놓여있다고 한들..소위 똑똑한 사람들이 모두 변호사나 의사가 되어야 하는건 아닌것처럼 회계사로 회계법인에 근무하는것이 뭐 그리 아까울것까지야 있을까요..
미국회계법인을 다녀보면 이미 다 아는것처럼 그리 똑똑한 인재들이 들어오는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communication skill이 부족해보이기때문에 능력을 드러내기 어려운 점도 사실이지만 또 반대로 열심히 일하면 천재들이 모여있는곳보다는 서서히 두각을 드러낼수도 있고 또 점차 미국비지니스 사회를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미래를 알수는 없지만 몇년 근무후에 한국으로 들어간다든지 할 경우 수많은 동료들과 클라이언트를 상대했던 경험으로 (회계법인의 일은 다 팀웍이고 일 특성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있으니까요) 유연한 비지니스매너를 키울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겠네요. 하지만 창조적인 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하고 지겨운 일이 될수도 있구요. 물론 올라갈수록 수많은 decision making이 필요한직업이지만 어디까지나 ‘룰’ 안에서 움직이는 직업니지 번떡거리는 아이디어가 필요한건 아니니까요.
횡설수설입니다만, 저도 단순히 회계법인에 들어가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것 반대합니다. 기회비용이 너무 큽니다. 하지만 숫자를 싫어하지 않고 사람만나는걸 즐거워하고 또 스스로가 아이디어싸움보다는 논리싸움을 더 좋아하다면 적어도 몇년간은 해볼만한 직장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운 한국사람들이 왜 그렇게 22살짜리들과 똑 같은 엔트리레벨로 들어가는가에 대해서.. 글쎄요..어쩌면 10년을 넘게 배운 우리의 영어가 네살박이 미국어린이 영어보다도 못한걸 인정할수 밖에 없는것처럼 처음은 좀 그렇게 아깝게 시작하더라도 본인이 얻고 싶은걸 얻을수 있다면 그게 좋은 직업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