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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신작 개구리 왕자가 개봉되었습니다.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신선함 때문에 놀라운데요.
다름이 아니라 바로 공주님의 피부색이 흑인이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대부분(아니 100% 던가요?) 애니메이션의 왕자님과 공주님은 늘씬한 외모의 ‘백인’이었습니다.
실사 영화에서도 귀족, 왕족은 무조건 백인이었죠.
애니메이션 속의 배경이 되는 중세 유럽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흑인 공주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임은 맞습니다.
어쨌든 디즈니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의 통념을 깨는군요.
개인적으로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전래동화 책의 삽화 속 등장인물들의 외모 역시 지극히 서구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콩쥐 팥쥐 그림책을 봤는데 그림책 속의 콩쥐는 눈이 얼굴 반만한, 늘씬한 서구적 체형의 미인으로 그려졌더군요.
책방에 가셔서 요즘 그림책을 감상하시면, 비단 우리나라 전래동화 뿐 아니라 대부분의 그림책 속의 인물들은, 그게 서양인이든 동양인이든 모두 서구적인 마스크와 체형으로 그려져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 티비에 등장하는 ‘주류’ 연예인들 외모 역시 머리카락 색깔만 검은색일 뿐 만약 빨간머리, 또는 금발로 염색을 한다면 백인과 하등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갈수록 서양적인 가치에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소멸되고 잠식되는 씁쓸한 현상입니다.
약 10년 전 쯤, 카투사 복무 시절 미군들을 인솔해서 민속촌에 관광을 갔습니다,
거기서 마침 소풍을 온 듯한 유치원생 또래의 아이들과 마주쳤는데 꼬맹이들은 미군들을 무슨 할리우드 스타인 양 착각을 하고 줄을 서서 싸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라 제지하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에, 반면 미군들은 자기들에게 달려들어 싸인을 요구하는 꼬맹이들에 신났는지 싸인을 해 주느라 바빴습니다.
요즘은 외국인 구경하는 게 옛날만큼 새롭진 않지만, 아직도 외국인, 특히 백인은 우리에게는 잠재적인 의식 속에서 우월한 인종으로 인지되는 게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 식의 백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백인의 외모가 미의 기준으로 자리잡아가는 현실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