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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여기 저기서 욕먹을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이 주제로 한국에서도 논의가 많아서 답답한 마음에 답글 남깁니다. 참고로 전 여자고요.
남자들이 군대에서 고생하는 동안 대체 복무라도 하라고 하면 저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동생이 군대가서 고생하는 거 보면서 마음도 많이 아팠고요.근데 꼭 이 주제로 논의가 되면 서로 편가르기 하고 감정상하게 하는 자극적인 답글들을 (남여 모두 포함) 많이 보게 되서 씁쓸하네요.
유교적인 사고관이 지배적인 한국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인 것 같네요.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전 한국의 여성들이 좀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으로 변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기도 합니다. 여자 대 남자가 아니라, 세계의 여성대 한국의 여성으로서요. 대학 동기들 중에도 교육 잘받고 나서도 시집가고 나니 커리어 그냥 포기하고 주저앉는 것도 많이 봤고, 여자라 약해서란 변명아닌 변명 많이 다는거 달갑지 않긴 합니다. 저는 차라리 남자들이 넌 여자니까..라고 하면 화라도 날 것 같은데, 여자들이 난 여자니까라고 하면서 뒤로 물러서는 것 보면 좀 뭐라 할 말도 없고 어처구니 없는 때가 있기도 합니다. 내가 너무 나대고 되바라졌나 하는 자책감도 들고요.
여기가 좀 살기 각박하긴 하지만, 미국여자 분들도 애들 낳고 회사에서 입지 좁아질까봐 빨리 못나와서 난리 치는 여성분들도 많고 또 산후조리니 뭐니 한국만큼 유달리 까탈스럽지도 않고 용감한 여성분들 보고 많이 배우기도 하고요. 개개인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한국 여성분들이 너무 감성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남성분들에게 의존적이지 않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 때가 있네요. 제 남동생 장가갈 땐 좀 독립적이고 멋진 여자분을 만났으면 싶기도 하고요. 이런 생각은요.. 양성평등을 위해서도 아니고, 아들/딸 이전에 자기 자신을 위해서 울타리 밖을 좀 벗어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커리어 가지고 발전해 나가는 여성들하고 네트워킹하고 서로 도우면서 살고 싶거든요. 남편 잘만나서 누군 어떻고 그런 것 보다도요. 미국에도 글래스실링이 있지요. 한국에서 회사 생활 근 6년했고 여기서도 회사생활 하고 있지요. 여자라서 남성분들이 주류인 사회생활 불편할 때 있지요. 하지만 제가 운이 좋았던지 제가 몸 담은 회사에선 서로의 차이점을 잘 존중해주고 배려해 줬던 것 같네요.
그리고 임신/육아 저는 겪지 않았서 할 말이 없습니다만, 한달에 한번 겪는 생리통은 아마 남자분들이 이해하기 힘드실 거예요. 홀몬 변화때문에 주변사람들 괜히 이유없이 밉고 운전할 때도 제정신 아닌것 같고.. 전에 남자친구 있을 땐 한달에 한번 정말 대박나게 싸웠고, 지나고 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생각이 들면서 퍼뜩 내가 정신병자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하기도 많이 미안했던 때도 있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동생이 아마도 저한테 너도 생리통 그 따위 핑계대지 말고 군대가서 똑같이 해봐라라고 하진 않을 것 같아요. 서로 니가 내가 하지 말고, 한발짝만 물러서면 그리 큰 문제 아닌 것 같습니다. 남동생을 위해서라면 제가 대신 군대가도 좋아요. 니가 내가 이렇게 손가락질하면 감정상해서 서로 상채기만 내는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한국 여성/남성 함께 고민해서 어떻게 하면 서로 아껴주고 존중하면서 살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있었으면 합니다. 남자는 돈버는 기계/ 여자는 애낳는 기계.. 서로 싸우면 별로 남는 것도 없겠지요.
결론이 딱히 없지만, 나중에 가정 이뤘을 때 내가 존경하는 남편님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아내님이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합시다!! 싸우지 말고요.
>왜 남자만 군대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