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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동아일보 기사를 보니 방송에서 날카로운 비판을 많이 하던 한 교수의 자살에 대한 의견이 참으로 패륜적이고 위선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사진)가 2004년 한 인터뷰에서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에 대해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다”고 한 말에 대해 최근 사과했다.
진 교수는 지난달 28일 진보신당 홈페이지의 당원 게시판에 ‘변명의 여지가 없지요’라는 글을 올려 “그분들의 죽음을 부당한 정치적 탄압의 결과인 양 묘사하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태도가 역겨워서 독설을 퍼붓다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린 것 같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고 아프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 글은 ‘코디’라는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이 같은 게시판에 쓴 글에 답글 형식으로 올린 것이다. ‘코디’는 “상대가 여권인사든, 재벌이든, 거지든 죽음을 그렇게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시체 치우기도 아깝다는 글을 그 사람의 아들이 봤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라고 물었다. ‘코디’는 또 “진 선생님이 그 아들이었다면 명예훼손 고발은 물론 사과 받을 때까지 싸우셨을 것 같다”고 적었다. ‘코디’가 지적한 것은 2004년 5월 19일 친노(친노무현) 사이트 서프라이즈에 실린 인터뷰에서 진 교수가 한 말이다.
진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 “정몽헌 회장의 자살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수사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자살할 짓 하지 않으면 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정권의 책임인 양 얘기를 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거고, 앞으로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다. 시체 치우는 것 짜증나지 않느냐”라며 “자살하는 경우 자기 명예가 부당하게 구겨졌거나 이럴 때 하는 건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일을 안 한다”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같은 해 3월 ‘진보누리’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자살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치도 없는 죽음”이라고 썼다. 그는 “부당한 방법으로 출세를 하려다 발각이 난 것이고, 그게 쪽팔려서 자살을 했다는 얘긴데…그렇게 쪽팔린 일을 대체 왜 하냐”며 “검찰에서 더 캐물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넘들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청산가리를 준비해 놓고, 원하는 넘은 얼마든지 셀프 서비스하라고 해라”고 썼다.
진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는 경향신문 특별기고(5월 26일자)에서 “고향에서조차 유배생활을 해야 했던 그분은 몸을 날려 정치 없는 세상으로 날아가셨다. 이것을 ‘서거’가 아니라 ‘자살’이라 불러야 한단다. 그래, 더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 불러야 한다”라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인 5월 23일 진보신당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는 “쿠데타로 헌정 파괴하고 수천억 검은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다”고 썼다.
진 교수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 전 회장이나 남 전 사장의 자살을 둘러싸고 갖은 막말과 비난을 서슴지 않던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의 경우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말을 한다며 이는 편가르기에 매몰된 전형적인 말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5년 전 발언을 반성한다면 게시판에 몇 자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