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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어제 서울시청에 12시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가시는 길 노제에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가신 분의 발자취라도 마음에 한번 더 새겨보고자 하였습니다.모인 시민은 크게 세 부류더군요.
서울시청 잔디밭: 가족단위로 나오신 분들, 퇴근후 모인분들, 저마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자유발언대를 설치해서 차례로 한 마디씩 하십니다. 현 정권을 비판하고… 노대통령님을 추모하는 말씀들을 해 주십니다. 잔디에 모인 시민들은 박수도 치고 격려도 해주고 같이 애도의 뜻을 공유합니다. 고대 아테네 식 민주주의의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광화문 방향: 과거 독재정권 때 모습의 재현입니다. 버스로 겹겹이 가로막고 있고, 얇은 여름옷을 입고 촛불만 하나씩 들고(포괄적 방화죄라죠..) 있는 시민과는 대조적으로 전경은 방패와 철모, 진압봉, 살수차를 대동하고 두꺼운 방호복을 착용하며 위압감을 조성하였습니다. 다만, 노동계 측으로 보이는 몇 분이 앞에 서 계신 분들께 전경의 방어진을 뚫고 광화문까지 전진하자고 독려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쉽게 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개개인의 분노에 찬 심정이 폭력으로 이어지기에는 과거 독재정권의 벽은 너무나 높고 두터워보였습니다. 시민은 화염병대신 촛불을 들고만 있는데… MB는 촛불이 화염병 처럼 보이나 봅니다.
대한문 방향:악기를 들고 나와 기타반주에 상록수, 광야에서 등을 따라부르는 시민들.. 각자의 마음을 담아서 숨죽여 고인을 추모하며 슬픔을 달래봅니다. 대한문에서는 여전히 분향하는 시민들이 줄을 잇습니다. 분양소의 추모행렬은 12시가 되어도 이어졌습니다.
과거 10여년간의 민주정부의 지속으로.. 물론 여전히 고위공무원의 부정부패와 이익집단간의 이전투구… 정경유착/정교유착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폭력을 동원한 시위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민정계열, 5-6공시절의 인사들로 정권획득 후다시 과거의 악습을 답습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이것생각들에 대해서 이념에 대한 논쟁.. 또는 색깔론으로 덮으려고 하시는 분들은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세상을 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2호선을 탔습니다… 시청지하철역은 비교적 한산합니다. 신촌역에서 많은 대학생들이 지하철에 승차해 있더군요. 오히려 30-40대가 주도하는 추모집회를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명한 수능 인터넷 강의 하시는 “사회탐구”영역의 강사가 이런말씀을 하시더군요…
대한민국 사회는 정말 썩었다… 어디까지 썩었는지 단적인 예를 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젊은 청년은 더 이상 정의를 얘기하지 않는다. 철저한 자신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의 병폐가 젊은이들을 이미 갉아먹을대로 갉아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고인을 모셨던 분향소가 강제철거되었다는 뉴스를 인터넷 귀퉁이에서만 겨우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이 정녕 그렇게 무서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