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미네르바 무죄 석방

  • #101517
    Gimsy 96.***.113.187 2368

    어제 잠들기 전에 MBA씨가 쓴 글을 보고 하도 황당해서 답글을 달았다가 지워버렸습니다. 답글을 달고 생각해보니 제가 전혀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하는것 같아서요.

    무언가 논리가 있고 생각이 있는 글도 아니고 그냥 이랬다 저랬다 우왕좌왕 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들을 사실 이라고 우기는 글에 답글을 단다는게 웃기잔아요.

    근데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그냥 재미삼아 달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해서요. 어떤 유명한 분이 짠하고 또 나타나서 명쾌한 결론을 내시고 짠 하고 사라지시는 걸 다시 한번 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일단 사실이 아닌 부분부터 집고 넘어가죠. 저번에도 사실이 아닌 것들을 사실이라고 계속 우기시더니 여전하시네요.

    일단 미네르바가 “정부공문을 위조” 했다고 하시는데 이건 어디서 주어들으신 말인가요? 아님 지어내신 말인가요? 사실 아닙니다. 어디서 주어들으신 말이라면 죄가 아닙니다만, 지어내신 말이라면 죄가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지어낸 말이어도 너무 경미한 사안이어서 잡혀간다고 해도 훈방입니다. 무죄가아니라 훈방이죠. 아마 안잡아갈겁니다.

    “경찰서 앞에서 열흘동안 계속 노래시끄럽게 불러보세요. 불법아니지만 경찰들이 일단 잡아갈겁니다” 라고 하신건 어느 나라의 얘기죠? 사실 아닙니다. 법을 어기거나 법을 어겼다고 충분히 의심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못잡아갑니다. 경범죄도 죄고 훈방도 일종의 처벌입니다. 죄가 없다고 풀려나는게 아니라 경미한 사안이라 훈방으로 풀려나는거죠. 죄가 없는데 잡아가는 것은 불법입니다.

    여전히 횡설수설을 하셔서 대체 이사람이 뭘 말하는건가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말도 안되는 여러 부분 중에서 재밌을 만한 몇 부분만 말해보죠. 재미로.

    “미네르바건은 판사가 잘 판결했고 죄가 아닌것은 확실합니다”라고 하셨죠. 그런데 “구속까지 했어야 했는가는 또 별개문제죠. 저는 구속할 필요없었다고 보지만”라고 하시네요. 뭔가 이상하죠. 이 부분에서 이상함을 못느끼면 비정상입니다. 죄가 아닌 것이 확실한 경우엔 수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당신이 정말 “미네르바건은 판사가 잘 판결했고 죄가 아닌것은 확실합니다”라고 생각한다면 수사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셔야 정상이죠.

    검찰이 그를 잡아간 이유에 대해선 당신도 확실히 죄가 아니라고하셨으니 그부분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는 없겠죠. 근데 의외입니다. 검찰이 죄라고한 부분은 죄가 아니라고 하시니.

    이런저런 다른 이유들을 주저리 주저리 많이 쓰시긴 했는데 정작 법을 어기어서 죄가 되는 부분은 없네요. 한마디로 “오해의 여지가 많고 정부정책에도 필요이상으로 공격적”이라서 잡혀갈만 했다는거죠. 그건 죄가 아니죠. 다시말하지만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 잡아가는 것은 불법입니다.

    독재자들도 형식적으로라도 새로 법을 만들어서 잡아갑니다. 그냥 잡아갈만하다고 잡아가서 재판해서 무죄면 풀어주고 아니면 안풀어주고 이러지 않습니다.

    “왜 유죄가 아닌데 잡혀가야 하냐고요?… 현행범을 제외하고 잡혀갈 당시 유죄가 확실한 사람이 있나요? 다 조사받고 재판받아야 유무죄가 가려지는 것이죠. 잡혀간 사람들이 진짜 다 죄인이고 유죄판결 받는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죠…”

    이 부분은 정말 압권입니다. 당신 바보죠?

    검사가 당신 처럼 이번 사건이 “죄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생각했다면 절대 잡아갈 수 없죠. 검사가 피의자를 구금하는 경우는 범죄를 확신할 때 입니다. 유죄라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만 그리고 그러한 확신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이번에도 검찰은 당신 생각과는 다르게 그가 법을 어기고 죄를 저질렀다고 확신을 해서 구금한거죠.

    죄인지 아닌지를 재판에서 가려보자고 피의자를 구금 하는 나라는 세상 천지에 없습니다. 독재자들도 그렇게는 안합니다.

    검사가 피의자를 구금한 후 재판을 했는데 무죄가 선고됐다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가는 그 사람에게 보상을 해줍니다. 잘못된 구금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못하실까봐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잡아가서는 안되는 사람을 잡아가는 실수를 국가가 저질렀기 때문에 그 실수 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보상이란게 당사자가 당한 어마어마한 피해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정도죠.

    재판을 통해서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판결이 있지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될 수있다는 사실을 죄가 없는 사람들을 잡아갈 수 있다는 근거로 들이대신다니… 음…뭐랄까…xxx입니다.

    바쁘셔서 답글을 다실 시간은 없으시겠지만 혹시라도 시간나시면 달아보세요. 재미로.

    • GOMP (ㅇㅇ) 208.***.90.198

      저는 MBA님의 공문서 위조라고 한 부분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고 답글을 달지 못했는데 Gimsy님은 친절하시게도 짚어 주시는군요..

      MBA출신들중에 유독 미네르바를 속칭 까려는 사람들을 조금 접해봤습니다. 아마 밥그릇싸움이라고 생각을 하는건지 아니면 시기/질투인건지 모르겠지만 얘기가 무슨 말꼬리 잡기 싸움처럼 미네르바를 까다가 끝나더군요….논리나 견해에 관한 비판은 거의 없었고 말이죠…MBA님의 비판 (저는 억측을 바탕으로 한 비난 같게 보이지만)역시 같은 맥락인듯 보입니다.

    • online 65.***.88.202

      온라인 상에 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 예상치 않게 자신의 머리와 타이핑 치는 손이 따로 노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자기 의견이 다수에 의해 반박되면 그런 경향이 심해집니다.
      원래 자신의 글에 더욱 attach되어 버리죠.

      MBA님도 그런 경우라고 여깁시다.

    • 그러게 70.***.225.233

      이 분은 job 섹션에서도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더군요. 대부분 주관에 입각한 글을 마치 객관적인 양, 강한 확신과 함께요. 솔직히 온라인에서 하는 말 70% 이상 과장과 구라인 것은 알지만 이 양반이 하는 말은 거부감이 확 들더라고요.

    • MBA까 68.***.68.31

      좀 놀랐습니다. 비즈니스 배우면서 학부 때 법은 안 배웠나 봐요.
      참고로 burden of proof의 정도를 따질 때,
      civil trial 에서는 “balance of probabilities”에 기반하는 데에 반해
      criminal trial 에서는 Gimsy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 것 처럼
      “beyond reasonable doubt,” 즉, 범행에 대한 충분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이 사람이 범인일 수 밖에 없다는 매우 높은 확신이 있는 경우에 제한되기 때문에, 일단 확실친 않지만 잡아 놓고 족쳐서 먼치 털어보자는 식은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나 가능한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