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공돌이가 사는 길.

  • #101491
    한국인 71.***.200.116 2356

    공생전을 읽고 과연 공돌이 가치가 떨어진게 무슨 이유일까 생각해 보았다.

    청자/백자를 만들던 시절에는 비방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면서 몸값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자료가 컴퓨터로 관리되어, 도면, 코드, 혼합비 등등 비밀로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먹고 살자고 신기술 개발을 하여 경쟁회사 물리치고 나면 옮길 수 있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참으로 열심히 일할 수록 힘들어 지는게 공돌이의 삶이 아닌가 합니다.

    그럼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삶이 좋아질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공돌이 관리 시스템은 그것을 허용치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돌이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서 우리의 몸값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우리들이 일하는 곳을 둘러 보시면, 스스로 능력있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멍청한 동료를 비난하면서 저런 사람이 왜 안짤리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저도 한동안 이런 생각에 동조하기도 했지만, 어느날 부터인가 나도 적당히 멍청해 져야하고 적당히 멍청한 사람들은 서로 먹여 살려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소리인고 하면,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를 아주 잘 만들어서 처음에 장사가 잘 되었다고 합시다. 어느 정도 시장이 포화되고 나면 업그레이드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잘 만들어 놓으면 문제가 없어 불만이 없고 따라서 업그레이드 하는 사람들이 없고 매출이 떨어지니까 너무 잘만들어 망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수준의 문제는 고객도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그레이드 하면서 새로운 문제도 받아가고…

    사실 우리는 병원다니면서 병원균을 얻어 오는 경우와, 자동차 정비소를 다니면서 고치지 않아도 될 것을 고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봅니다.
    또한 멍청한 의사를 덕분에 실력있는 의사들이 존경받는 경우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적당한 수준의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과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간의 균형이 맞으면 서로 몸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적당한 수준의 문제를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 하는 것인데, 이것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용감하게 스스로 총대를 매면 쉬울 텐데, 만일 잘못이 들통나면 바로 짤리니까 동료중에 그일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으면 그처럼 좋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그를 북돋고 계속 문제를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가 요청한 리뷰는 심각한 문제가 아닌 이상 적당히 넘어갈 줄 아는 관용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동차, 기계,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없이는 돌아갈 수 없는 세상은 적당한 문제를 안고 돌아가고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을 아주 귀하게 여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하는 소리가 이상한 소리로 들리실 지 모르겠지만, 실상 이것은 하나님도 하고 계시는 일입니다.
    성경을 보면, 날때 부터 앉은 뱅이가 누구의 죄인지를 묻는 구절이 있는데 예수님은 그에게서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려 하심이라고 알려주십니다.

    세상이 아주 불합리 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런 불합리 때문에 세상이 돌아갑니다.

    • 그거시 76.***.165.126

      일부러 문제 안만들어도 충분히 많은듯 합니다. 문제가 안생기도록 각종 프로세스를 만들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프로세스 과다만큼 생산성과 독창성에 치명적인 병도 드물지요. 그런데, 회사가 커지고 테크니컬한 부분이 모자른 메니지먼트가 늘어나면, 프로세스를 들고 나오는게 정해진 수순입니다. 그런데, 얼마 정도가 적당한 수준인지 모르기에 보통 과도하게 하지요. 땅파거나 돌캐는 일도 아닌데, 단순 count와 stat으로 돌리려니 망할 수 밖에요. 회사들마다 이런 싸이클을 봅니다. 그러다가 한참 헤매거나 망하는 곳도 있고, 정신차리고 구조조정 후 살아나는 곳도 있고, 구조조정 한답시고 MBA만 놔두고 수족을 자르는 곳도 있고.

      결론은, 너무 잘해서 할 일이 없어질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앉은뱅이 이야기는, 세상의 어려움이 죄의 댓가인가라는 질문에, 어려움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말로 (가장 낮고 작은 자를 들어 쓴다는 이야기와 통함), “상관없다”라는 대답과 함께 “포커스가 틀렸다”라는 대답을 동시에 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 한국인 71.***.200.116

      그거시님은 세상과 성경을 보는 눈이 저보다 수가 높으시군요.
      역시 공학하시는 분이라 똑똑하시고 누가 멍청한지 잘 알고 계십니다.

    • 흠… 24.***.40.106

      오래전에 한국서 병원 약국에 약 받으러 갔더니 창구 앞에 “약사’님’ 이라고 불러주세요” 라고 써놨더라구요.. 아마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약사는 별 대단하게 안 보고 그냥 아가씨 약좀 줘요.. 이랬나 봅니다.

      오래전에는 간호원을 그냥 간호원으로 불렀는대 요즘은 간호사라고 안 부르면 무지 기분 나빠 하죠.

      의사들은 지들끼리 누구 누구 선생님 하고 호칭을 씁니다. 나이에 경력에 상관없이 의사고시만 붙으면 다 선생님으로 통하죠.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도 의사를 부를때는 항상 선생님이라고 하게되죠.

      검사들은 영감님. 대학 교수들은 교수님. 구케의원들은 의원님.

      과연 우리 공돌이들은 서로 뭐라 불러야 할까요????

    • grizzley 98.***.199.90

      >>과연 우리 공돌이들은 서로 뭐라 불러야 할까요????

      “노예님”

    • 한국인 71.***.200.116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술자를 기사님이라고 부르고, 국가에서는 기술자의 최고봉을 기술사로 부르며 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사를 가장 저급한 단계의 기술자라고 봅니다.
      미국 제품 광고를 보면 가끔 state of the art 단계에 올랐다고 하는 것을 봅니다. 이정도 단계에 오르면 예술의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높은 단계가 있습니다. 도술이라고.

      기술을 연마해 예술의 단계로 올라가고 기술과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단계에 이르면 도술이라 볼 수 있고 도술을 부리는 사람들은 도사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사/석사/박사의 레벨이 아닌, 도사의 레벨이 되어 우리 서로 도사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니다.

    • 백일몽 70.***.3.176

      한국인님,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 공돌이에 대한 자부심 또는 각오가 느껴집니다.
      저는 오늘날 공돌이의 생활에 큰 회의가 느껴집니다. 너무 전문화되어 ‘세상기계’의 한 부품에 지나지 않는건 아닌지 이런 생각이 자주 듭니다. 이 부품이 마모되고 낡게 되면 새 부품으로 교체되고, 낡아빠진 부품은 더이상 새롭게 될수도 없고(오늘날 새로운 전문적인 지식의 생산속도는 장난이 아니죠), 다른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전환되지도 못하고. 그냥 폐기처분되기 십상이죠.

      그래서 단순하지만, 전인적인 인간이 필요한 그런 세상을 꿈꿉니다. 너무 고도로 발달한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세상말고, 물질적으로는 많이 부족하지만, 어느누구도 굶주리지 않는 정도의, 그러나 영적으로는 풍요로운 그런 공동체. 공장이라는 대량생산체제가 별로 필요없는 세상, 공돌이가 별로 많이 필요없는 세상. 구체적으로는 잘모르겠습니다. 그냥 ‘반문명 공동체’? ‘신 공산주의 (구 공산주의 한계를 극복하는)’, 엔트로피(쓰레기) 증가를 최소화하는 공동체?

      이런 말도안되는 상상을 할때면, 항상 제게 떠오르는 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바로 스타워즈 1편에, 루크가 작은아버지어머니와 살던 그 사막의 촌동네. 원시적 의식주 시스템 그러나 첨단 의료수단 교통수단(우주선이나 날아가는 오토바이)이 공존하는 공동체.

    • 한국인 71.***.200.116

      백일몽님 말씀대로 공돌이가 이용만 당하고 폐기처분되는 부품이라는 생각이 들때는 우울했습니다. 이게 공돌이가 노예라면 당연히 그래야 되지만 공돌이와 지배자가 대등한 친구의 관계라면 그럴리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종은 주인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너희는 이제 부터 나와 친구다라고 가르쳐 주셨나 봅니다. 게다가 값없이 생명수를 주겠다는 말을 수차례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구의 모든 동식물은 자연이 값없이 준 자원을 이용하며서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대도 우리는 모든 행위에 대해 값을 치루며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값을 치루며 살게 된 것은 아마도 지배자가 에너지와 식량을 독점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답이 나옵니다. 우리 공돌이가 에너지와 식량을 공짜로 만들면 됩니다. 과학자,기술자 구분할 것 없이 모든 공돌이가 자연이 우리에게 공짜로 주고 있는 풍력,전자기력,태양력,조력등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공짜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짜에너지를 이용하여 식량을 공짜로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그냥 백일몽에 지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까짓거 예수님 기다리느나 이천년도 기다렸는데 모든 인류가 편하게 산다는데 또 다른 이천년은 못 기다리겠습니까.

      저는 조금하게 기다리지 않으렵니다. 차근 차근 내가 못이루면 내자식이 자식이 없으면 친척이나 친구 자식에게라도 전해주고 언젠가는 자연이 우리게게 공짜로 준 자원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을 기다리렵니다.

    • 백일몽 70.***.3.176

      사실, 이런 토론 저에게는 참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또 댓글을 달게 되네요.

      “우리 공돌이가 에너지와 식량을 공짜로 만들면 됩니다”.란 말씀.

      근본적으로 에너지와 식량이 공짜로 생산된다 할지라도, 지배세력(인간의 조직적 본성)은 또 값을 치르게 만들것입니다. 통제하기 위함이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걸요. 원죄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르지요. 아담의 자녀인 큰 아들 아벨인가요? 그때부터 자신의 소유를 성을 세워서 지키기 시작했쟎아요.

      원래, 공짜로 얻은 생명, 공짜로 얻은 태양(물리적 생명 에너지의 원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유일한 생명에너지의 원천이 되겠지요. 인간의 교만이 이 사실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공짜로 얻은 자연을 인간들은 자신의 것인양 소유하고 지키려 안달이쟎아요.

      공돌이에게 답이 있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공돌이들이 다 손을 놓고 (바벨탑을 절대로 쌓지 않고, 에굽의 벽돌쟁이가 되지 않고), 인간들이 다 손을 놓고 소유하지 않는데 답이 있는지 모릅니다.

      인간들에게는 답이 없습니다. 인간들은 그저 원래 공짜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창조의 생기’를 동력 삼아, 자신들이 자신들도 모른체, 자기들이 창조주인양 살아갈 뿐입니다. 그래서 아마 예수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러 다시 오신다고 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배고픔도 없고 목마름도 없고, 생명수와 생명나무가 충만한, 오직 천국이라는 낙원에서만, 구원이라는 답을 통해서 이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질적 세상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 한국인 71.***.200.116

      물질적 세상에서는 답이 없으니 모두 손 놓고 살자…
      좋은 말씀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모두 살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지요.

      그러면서 신공산주의 같은 물질적 세상에서나 가능한 것을 꿈꾸고 계시는 군요.
      물직적 세상에서 답이 없다고 하면서 물질적 세상에서 허무하게 살면서 뭔가 답을 기대 하면서 살고 계시는 군요.

      찬송가의 한 구절 처럼 “이땅 고쳐주소서…” 하시는 그대의 기도 덕분에 제가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 백일몽 70.***.3.176

      생각이 허무주의로 빠지는 것도 쉽지만, 대화가 씨니컬해지기도 참 쉽군요.

    • 한국인 71.***.200.116

      제말이 시니컬하게 들리신 모양입니다.

      혹시 회개하고 거듭나신 분들이 손을 놓고 세상 고쳐지길 바라니까 하나님이 저같은 사람을 써서 세상을 고치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신적은 없는지요.

      물론 거듭나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저는 토사구팽이겠지만 저는 하나님의 쓰임을 받은 것 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래서 “이땅 고쳐주소서…”하시는 분들 덕에 제가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백일몽 70.***.3.176

      영화 “미션”을 생각나게 하는 말씀이네요. 전에는 제레미 아이언즈의 역할이 너무 답답했는데…

      저는 잘 모릅니다. 사람마다 믿음의 모양이 다 다르고 하나님이 만나주시는 방법도 다 다르고 콜링도 다 다르고…그러나 기본적으로 믿는사람은 예수님만이 길이고 소망이고 진리이고 부활하신 구원자이심을 믿으니, 그 안에서 성령님이 인도하시겠지요? 저도 별로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니고 그냥 믿음갇기를 바라고 기도의 힘을 믿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땅 고쳐주소서…”하고 기도도 하구요. 그러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인 ‘행함’도 이끌어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