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 #101441
    ignoramus 71.***.248.220 2330

    도종환씨의 시입니다.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진다는 표현이 참 절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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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마음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 md 165.***.161.152

      전에 이분의 ‘옥수수밭에 당신을 묻고’ 를 우연히 읽었는데 다른 시들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 시도 그렇고 그리운 감정이 물씬 생기는 것 같아요. 아…근데 옥수수밭이 아닐 수도 있음…아뭏든 무슨 밭에 당신을 묻고 였는데… 기억력 감퇴ㅎㅎ

    • ignoramus 71.***.234.46

      md/님. 찾아보니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라는 시가 있네요. 이분 시가 그런가 봅니다.

      봄이 되니 어릴적 친구들과 들에서 놀던 생각이 나는데, 여기서는 우리 애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자랄까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겐 먼지묻은 일상일 수 있지만 애들에겐 평생 삶의 그리움으로 남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