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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보니 모두들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입니다. 하지만 호텔 앞에 정차해 있는 고급 외제 승용차들을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백화점들에 넘쳐나는 고급 외제품들은 그 가격이 놀랍습니다. 네살짜리 어린아이의 바바리 코트가 65만원 달러로 약 500달러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누가 그런 비싼 외제품을 사는지 물었더니 요새는 어린이용 명품이 더 잘 팔린다는 게 직원의 설명입니다.
범죄는 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더군요. 환율 탓에 일본 돈이 1700대 1로 더 비싸지면서 서울에는 별안간 일본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이들을 겨냥하는 소매치기도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일은 한나라당의 전여옥 국회의원이 대낮에 그것도 국회 안에서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대표라는 사람에게 폭행 당한 사실입니다. 이 사람은 전 의원에게 전치 3주가 넘는 각막 훼손 부상을 입혔다고 합니다.
도대체 우리 한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국회의원의 법안에 불만을 품고 국회 본관 안에서 여성 의원을 폭행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 힘듭니다.
더 웃기는 일은 전여옥 의원이 폭행을 당하고 입원한 바로 다음 날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차명진 의원이 야당인 민주당의 당직자에게 목을 졸리는 폭행을 당한 것입니다.
이 당직자는 본회의장 앞에서 몸싸움에 밀려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진 차 의원의 목을 뒤에서 심하게 졸랐고 차 의원은 목 부상으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미국 의사당에서 이런 폭행 사건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목청만 높여도 잘못하면 퇴장 당하는 성스러운 국회 전당에서 이게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국회의원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폭행을 한단 말입니까.
그 뿐이 아닙니다. 현재 MBC를 시작으로 언론들이 합세해 방송법 반대 데모가 한창입니다. MBC는 5개 국어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다시 독재정권이 부활했다면서 언론탄압에 항의하는 방송을 전세계에 내보냈다고 합니다. 가령 중국어로는 “13억 중국인들이여 언론탄압법 반대에 동참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국제 망신입니다. 국회가 추진하는 법안이 자기들의 이익과 상반된다 해도 국내에서 해결할 일이지 이처럼 다른 나라까지 끌어들이면서 국제 망신을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 뿐입니다.
솔직히 한국을 언론탄압국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입니다. 한국이 정부에서 방송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는 세상입니까. 제가 보기엔 한국의 언론의 자유는 미국 못지않게 보장되어 있다고 봅니다.
요새 같이 한국이 어수선했던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퇴역 장성은 내게 지난 10년 간 성장한 좌파세력이 이제 본격적으로 그 위세를 떨치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공언하면서 당장이라도 대한민국을 겨냥한 무력 행세를 할 듯 위협하고 있는 이 때 그리고 경제 위기 속에 모든 국민이 합심해야 할 시기에 도대체 이게 무슨 일들인지 정말 답답합니다.
더욱 더 이상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점입니다. 오히려 일본과 미국이 더욱 걱정하면서 강경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는데도 우리 국민들은 설마 동족을 치겠는가 하는 생각에 안보 불감증에 젖었는지 걱정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미국이 막아줘야 한다’ ‘미국의 책임이다’ 라고 말하더군요. 한국에 머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인간이 어떻게 연방의원까지 했는지, 참으로 요지경인 미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