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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지적장애를 가진 10대 소녀를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친할아버지 등 ‘패륜 일가족’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연합뉴스 20일 보도)에 대해 판사의 ‘탄핵’을 요구하는 등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청주지법 형사11부는 지난 20일 수년간 지적장애 소녀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피해자의 친할아버지(87), 큰아버지(57), 작은아버지(42) 등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의 또 다른 작은아버지(39)에 대해서는 범행 가담 정도가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비교적 가볍다는 점을 들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족 관계에 있는 나이 어린 피해자를 성적 욕구 해소의 수단으로 삼아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것은 패륜적 범행”이라면서도 “피고인들이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워왔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에 비춰 앞으로도 가족인 피고인들의 지속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일부 피고인들이 고령과 지병 등으로 수형 생활을 감내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피고인들이 저지른 패륜적 범행에 비춰 판결이 지나치게 관대하게 내려졌다며 재판부와 피고인들에 동시에 분노의 화살을 던졌다.
‘까칠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지속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들을 풀어준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다시 어린 아이를 상대로 같은 범행을 하라는 소린가. 이번 판결에 치가 떨리고 화가 난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아이디가 ‘팅커벨’인 누리꾼은 “너무나 충격적인 판결이다. 일반인보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상대로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더 가중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판사에, 아니 우리나라 법에 대해 절망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corea16sl’은 “이들처럼 패륜적 인간에게 무슨 배려가 필요한가. 고령과 지병을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은 (면죄부를 주기 위한) 구차한 변명이자 잘못된 판단”이라고 비난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게시판에 글을 띄운 ‘인연의 그늘’은 “우리나라 진짜 좋은 나라..나이와 질병 때문에 수형생활이 힘들 수 있다고 집행유예를 내려주는 친절함..동방예의지국에다 범죄자의 건강까지 생각해 주는 법치국가 아닌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은 포털 다음 아고라에 ‘7년 성폭행에 집행유예라니, 탄핵 000 판사’라는 제목의 청원 카페를 만들어 누리꾼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고 법원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더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시했다.
특히 판결이 있었던 지난 20일 만들어진 청원 카페에서는 불과 사흘 만에 4천3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댓글만도 하루에 1천여 개 이상 올라오는 등 누리꾼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의 한인 사회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자주 드나드는 한 미주지역 교민 홈페이지를 통해 판결 내용을 알게 됐다”며 “기사를 읽은 많은 교민이 흥분하다 못해 ‘절망 한국’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