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철학자들 사이의 대화

  • #100911
    신론 220.***.172.39 2840

    • 무신론자: 신은 존재하는가? 당신은 어떻게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가? 만약 당신이 신의 존재를 증명한다면 나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겠다. 먼저 당신이 알고 있는 신의 개념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자.

    • 유신론자: 그렇다. 신의 존재에 대하여 논의하기 전에 신에 대한 여러 가지 유형 의 유신론들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유신론은 넓은 의미에서 신이 존 재한다고 믿거나 신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을 의미한다. 유신론은 다시 범신론,다신론,일신론으로 분류될 수 있다.

    • 무신론자: 그러면 그 입장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 유신론자: 자연이 곧 신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를 범신론(Pantheism)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견해는 자연,우주,세계와 신을 동일시 한다. 그러나 범신론적 신은 인간의 속성을 전혀 가지지 않은 비인격적인 신이다. 한편 다신론(Polytheism)은 다수의 인간적인 속성을 가진 신들이 존재하며 이 신들이 여러 가지 인간사를 지배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그리고 일신론(Monotheism)은 하나의 신만이 존재한다고 보는 입장이며 대표적인 일신론적 신이 바로 유대-이슬람-기독교의 신이다.

    • 무신론자: 그러면 그러한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 유신론자: 신학은 대개 기독교의 신 존재을 입증하고 변증하기 위해서 발달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논의하려는 신존재의 증명도 바로 기독교의 신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에 나타난 신의 속성을 설명하여야만 한다. 성경에 나타난 신의 속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신은 자존자이다. 2) 신은 무한자이다. 3) 신은 전지전능하다. 4) 신은 창조주이다. 5) 신은 인격적이다. 6) 신은 지극히 선하다. 7) 신은 성스럽다. 8) 신은 유일하다. 9) 신은 완전하다. 10) 신은 영원하다. 11) 신은 아가페이다.

    • 무신론자: 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성경에 그렇게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왜 성경이 진리인가? 그것은 신이 우리에게 성경을 주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러한 논증을 하려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순환 논증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이다. 성경이 진리라는 것을 성경을 통하여 입증한다면 그것이 바로 순환 논증의 오류인 것이다. 성경의 메시지가 진리라는 것은 성경이 아닌 다른 실재를 통하여 증명되어야만 한다.

    • 유신론자: 우리가 신을 믿게되는 것은 계시의 빛을 통해서이다. 그러나 계시를 체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신의 존재를 입증하려 하는 것이 바로 중세 철학자들의 신존재 증명이다. 물론 이 증명 방법이 학문적으로 타당한 증명으로 완전히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다시 검토하여 보자. 중세의 신 존재 증명은 세가지 부류가 있다. 우주론적 증명, 존재론적 증명, 목적론적 증명이 그것이다.

    • 무신론자: 그 중에 하나만 설명을 하자. 우리는 이 논의에서 무신론의 입장도 충분히 설명해야만 한다.

    • 유신론자: 그러면 목적론적 증명만 설명하기로 하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질서가 있다. 그리고 조화가 있다. 따라서 저절로 이 세계가 이루어졌다고는 볼 수가 없다. 즉 어떤 설계자가 있어서 우주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보라. 칩들이 저절로 결합되어 컴퓨터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도 컴퓨터 보다 정교하다. 그것이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설계자가 있으며 설계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 설계자가 바로 신 이다. 그러므로 신은 존재한다.

    • 무신론자: 질서가 필연적 설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적으로 형성되었는지 알 수 없다. 에피큐로스의 가설에 의하면 불안정한 입자들이 안정을 찾아서 스스로 질서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에는 질서와 조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질서와 부조화도 존재한다. 또한 선한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악한 것도 존재한다. 만약 신이 선하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는 선만 존재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세계에는 악한 현실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유일신인 선한 하나님의 존재가 입증되지는 않는 것이다.

    • 유신론자: 당신의 그러한 반론에 대하여 변론하는 것이 바로 신학적인 신정론(神 正論 Teodicy)의 주제이다. 즉 신은 정의롭다는 입장에서 악의 존재를 해명하는 이론이다. 신정론 역시 형이상학적 신정론과 도덕적 신정론 그리고 자연적 신정론이 있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도덕적 신정론만 설명하자면 신은 우리에게 자유 의지를 부여하였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선을 택할 수도 악을 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악은 신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이다. 그리고 신은 타락한 인간을 자신의 사랑으로 구원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신은 언제나 선하다.

    • 무신론자: 당신의 말은 모순이 있다. 인간이 스스로 타락하였다면 인간은 스스로 구원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자력 타락과 타력 구원을 이야기한다. 만약 인간이 어쩔 수 없이 타락했다면 인간에게는 자유가 없는 것이다. 누가 스스로 타락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당신은 낙원을 버리고 지옥을 택하겠는가? 따라서 자유 의지에 의한 타락은 허위인 것이다. 그리고 또한 당신은 모든 존재가 이미 어떠한 섭리에 의해 그리고 계획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화론에 의하면 대부분의 생명체는 장구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기능을 가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설계대로 창조되었다는 이론은 허구이다. 인간은 오히려 아메바에서 진화되어 나온 고등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진화는 바로 환경과 생명체의 상호작용의 결과이지 신의 섭리도 아니다. 따라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 유신론자: 생명체가 진화하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진화론이 반드시 창조론과 대립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인간이 아메바에서 진화되었다는 것은 가설에 불과하다. 인간은 인간에서 진화된 것이지 원숭이에서 진화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 인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원숭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진화론의 부분적 입장을 수용한다고 해도 창조가 부정되지 않으며 또한 인간과 세계의 창조에 두신 하나님의 자비로운 계획이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 무신론자: 현대 심리학에 따르면 종교는 인간의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연의 위협과 공포에 대한 정신적 방어가 바로 종교라는 것이다. 인간은 유한하다. 그리고 자연의 위력 앞에 무력하다. 따라서 자신을 지켜줄 신 이라는 존재가 필요하며 따라서 신은 보호자로서 아버지의 관념이 변형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대 유물론의 입장도 이와 유사하다. 유물론자들은 신이란 인간의 자기의식의 투사 즉 투영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 속에는 유한한 시간을 극복하려는 무한자에 대한 동경이 존재한다. 그러한 동경이 신이라는 이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신학은 본질적으로 인간학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모든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종교는 아편처럼 현실 도피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현실을 극복하고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교가 없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 유신론자: 사람들이 인간의 조상은 아메바이고 인간의 본질은 성욕이며 인간의 현실은 경제적인 것이라는 그러한 의견들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하자. 그렇다고 해 서 인간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인생의 목적이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견해를 받아들일수록 인간은 허무주의와 회의주의에 빠지게 된다. 당신은 분명히 스스로 난 자가 아니다. 당신의 부모가 당신을 낳아준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이 당신 인생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피조물의 자리를 인정하고 창조자를 인정할 때만 당신은 인생의 목적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동물에 대하여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하여 사람인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이 당신에게 둔 목적을 발견할 때만 당신은 참으로 행복해질 수가 있는 것이다.

    • 무신론자: 내가 행복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신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대화의 주제였다. 물론 어떤 종교적 신념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자유이다. 그러나 지금 논의하는 것은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의 문제이다. 정말 신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이다. 물론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고 해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막연한 신념만으로 신의 존재를 추측하여 인간을 세뇌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 종교는 인간에게 많은 기여를 하였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종교 때문에 희생을 당한 것인가? 종교가 신의 이름으로 죽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예수 조차도 신에 대한 불경죄로 죽지 않았던가? 당신이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자유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그것을 전할 때 당신은 어떤 사실적 증거를 가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증거가 과 학적인 근거가 아니라 신비적인 증거라면 당신은 여전히 무신론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 유신론자: 신의 존재에 대하여 인간의 지성으로 논할 수 없다는 것이 불가지론의 견해이다. 그리고 세계에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신 역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유한신론의 견해이다. 또한 신의 존재를 사실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고 신비적 체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견해가 바로 신비주의자이다. 신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한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우리가 신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비적으로 체험한다고 해서 신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러나 만약 신의 경험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그것은 그의 삶이 되어야만 한다. 만약 유신론자의 삶이 무신론자의 삶 보다 더욱 더 희망적인 삶이라면 그것이 유신론을 입증하는 마지막 길이 될 것이다. 하나님이 있는 사람은 아버지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근원이 있으며 뿌리가 있으며 고향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유신론자를 자처하면서도 비관적인 삶을 살거나 근원을 인정하지 않는 삶을 산다면 오히려 무신론자의 자유로운 삶 보다 더 쓸모없는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 n 71.***.54.223

      상당히 좋은 글인데요. 출처를 좀 밝혀주심이 어떨까요?

    • 철학 24.***.42.75

      좋은 글이네요. 대학교 다닐 적에 철학 좋아했었는데…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 난 누구? 76.***.196.213

      신의 존재는 둘째치고 내 자신이 누구인지나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