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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침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먼 거리를 달렸습니다.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학와서 졸업하고 직장잡고 생활이 정착될무렵 세운 계획하나.
“3년내에 마라톤 함 뛴다..아자…”사실 어릴때부터 항상 반에서 일등하던게 있었습니다.
당근 공부는 아니고, 바로 달리기였드랬습니다.
하지만 대학가서는 소주에 찌들어 살았고
한국에서 회사 다닐때도 맨날 회식에다 술이었지요
미국와서는 공부한답시고 앉아서 기름진 음식만 먹다보니
배도 심각하게 나오는것 같고 몸도 예전의 민첩함(?)이 없어지고 게을러지더군요.
‘3년내에 마라톤 뛴다’라는 계획은 어느센가 제 마음속 한쪽 귀퉁이에 맨날굴러다니는 부담스러운 자책이 되어버린지 오래됬습니다.지난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몰고 마라톤 도착지점으로 갔습니다.
주최측에서 셔틀을 이용해서 모든 참가자를 출발지점으로 옮겨주게 되어있엇거든요.
제가 도착했을때는 셔틀 타는 줄이 100m 넘게 길게 늘어서 있더군요.
그때가 출발시간 1시간 반 전이었습니다.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혹시나 못 뛰면 어쩌나 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1시간 넘어 가다린 결과
주최측에서 announce를 했습니다
셔틀 이동 속도가 느려서 race를 delay 시키겠다고요.
휴~ 다행이다.
그러나 약 1분후 다시 방송을 했습니다.
차량 통제 문제로 셔틀을 중단하고 15분후 race 시작한 답니다.
줄서있던 200~300 명들은 완전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환불이 문제가 아니가 지금까지 준비한게 아까워서 포기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차를 몰고 출발 지점으로 무작정 달렸습니다.
출발지점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선두가 출발한지 20분 후 였습니다만
다행히 차량통제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여서 자초지정을 설명했더니
참가를 허락해주더군요.Half 와 full 마라톤 참가자 5000명중 꼴등으로 시작했습니다만
후미에 뛰는 사람들을 지그제그로 추월해가며 열심히 따라붙었습니다.
목표가 4시간 10분이었으니 전반은 2시간 약간 넘게 달리고
후반전에 조금 선방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였습니다.
실제로 half point를 통과할때 시간은 2시간 4분…Yes~문제는 그때 부터였습니다.
그날 엄청나게 더울거라는 예보가 있었지요
시에틀에 구름한점없는 90도라니 사실 너무나도 익숙하지 않은 조건입니다.
금요일까지만해도 낯기온이 70도 정도 였는데 말이지요.
서서히 기온이 올라가고 몸도 지쳐갈무렵 18mile 지점을 통과
마의 구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가파른 언덕이 2mile 연속으로 있는지점입니다.
언덕이 시작되자마자 땅만보고 뛰었습니다
언덕을 쳐다모면 기겁할것 같아서이지요.
숨이 차 오르고 다리가 끊어질것같았습니다.
이를 악물고 기어오르다
이제 정말 죽을거 같다 싶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이제 거의 다 올라왔을거다’ 생각되더군요.
그래서 얼마나 왔나 앞을 쳐다본순간
그냥 걸음을 멈춰 버렸습니다.
반 도 못 올라왔더군요.
그냥 뜨거운 열기에 또 앞으로 저만큼이나 더 올라가야한다는 생각에
그만 나도 모르게 거기서 기겁을 해버렸습니다.
거기서부터는 언덕위까지 걸어 올라 갔습니다.
내리막이 시작되자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만
한 번 쉬어버린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것 같더군요
휘청휘청거리는게 잘못하면 쓰러지겠구나 싶더군요.
22mile지점까지 그렇게 달렸습니다만
다시 나온 언덕 중간에서 다시 굴복.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조금만 더 가자’ ‘나는 할수있다’ 마음으로 되내이다
다시 걷고있는 저 자신에 깜짝놀라 다시 뛰고를 반복했습니다.
25mile지점에 나타는 마지막 언덕
거기서는 아예 처음부터 걸어 올라갔습니다.
1.2mile만 더 가면되는데 사실 평소에 10분이면 뛰는 거리인데
정말로 다리가 떨어지지 않더군요.
그 언덕을 넘고나니 26mile sign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6이라는 숫자가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정말 sign에 뽀뽀라더 해주고싶더군요
Finish line도 보이기 시작하고 음악소리도 들리고
사람들도 박수쳐주고
가장 중요한건 finish line에 사진사들이 행사 사진을 찍기때문에
가장 멋있는 모습으로 골인 해야하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이 안나는군요
몇일있다가 사진 올라오면 확인해봐야겠습니다.골인하고 발목에 차고있던 chip을 풀어주고
바나나 하나랑 물병하나 잡고 터벅터벅 걸어 가는데
가슴이 벅차올라 훌쩍거리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수고했다고 등도 토닥거려주고
모르는 사람들이랑 hug도 3~4번 한것 같습니다아내가 도착지점에 나온다고 했지만
날씨도 더울것 같고 아이들이 너무 기다릴까봐
아무도 나오지 말라고 했지요
다행히 우는 모습을 제 가족들에게 보이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다른 분들은 또 다르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요)6년전 세운 계획을 3년 늦게 달성했지만
아직도 젊기에 또다른 도전의 계획을 세울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3학년 8반 Quality의 첫 마라톤 경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