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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댓글로 여러 번 글을 썼는데, 일단 더 긴 내용이 있어서 답글로 답니다. 원글 님을 비롯하여 다른 초짜 창조론자들 및 일반 기독교인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지적설계론에는 근처에도 가시지 말라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온 기적을 믿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성경에 나온 문장 전부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영국에는 여전히 ‘Flat Earth Society’라는 것도 있다고 하죠. 일부 기독교 종파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lat_Earth_Society어떤 경전에 ‘하늘의 네 기둥’이란 표현이 나온다고 해서 그게 네 개의 기둥이 하늘을 받치고 있다는 뜻인지 네 방위를 따라 별자리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인지 어떻게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고대의 언어들은 현재의 언어와 너무 달라서 1:1로 해석이 되지 않기에 모든 것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밑에 재미있는 소설을 첨부합니다. SF 소설로 유명한 아시모프의 단편 중 하나지요. 이분은 천지창조에 대해 매우 위트가 넘치는 소설을 여럿 썼습니다. 문자적인 경전의 해석이 얼마나 어리석은지에 대한 감을 잡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번역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은.. 영어본이 나오는 링크로..
http://www.sumware.com/creation.html
원래는…(How It Happened) (1979년작)
Isaac Asimov 저이것은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나의 다른 꽁트들처럼 말장난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는 사실 꽤 웃기고 또 웃음을 자아낼 목적으로 쓰여졌지만, 순전히 웃기는 이야기로만 쓰여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사용할 수 있는 기록매체가 파피루스 뿐이고 인쇄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책은 오늘날에 비해 상당히 제약될 수 밖에 없다. 즉 당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당신이 쓰려는 글이 무엇이든간에 파피루스를 많이 쓸 수 없다는 사실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동생은 할 수있는 가장 엄숙한 목소리로 구술을 시작했고 여러 부족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기대하기 시작했다.
”태초에,” 하고 그는 말을 시작했다. “정확히 152억년전 빅뱅이 있었고 우주가……”
그러나 나는 받아쓰기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150억년 전이라고?” 내 목소리는 불신에 가득차 있었다.
”물론이지, 난 계시를 받았어.” 하고 그는 대답했다.
”네가 받는 계시를 믿지 않는 것은 아냐,” 하고 나는 말했다. (물론 믿어야만 했다. 내 동생은 나보다 세살이 어리지만 그가 받는 계시에 의문을 품어본 적은 한번도 없다. 또 지옥에 떨어질 각오가 된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의심을 품을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설마 150억년에 걸친 창조의 역사를 구술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지?””해야만 해,” 하고 내 동생은 말했다. “그게 우주가 창조된 역사니까. 모든 우주의 역사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바로 이곳에 다 기록되어 있다구,” 그는 자신의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나는 철필을 내려 놓으며 투덜댔다. “너 요즘 파피루스 값이 얼마나 하는지 알기나 하니?”
”뭐라고?” (그는 신성한 계시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때때로 그러한 계시가 파피루스의 가격같은 추잡한 세상사는 고려하지 않음을 느끼곤 한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네가 파피루스 한 두루마기마다 백만년에 걸친 역사를 구술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려면 우리에겐 파피루스 두루마기가 만오천개나 필요하겠지. 파피루스 만오천개를 쓸 정도로 말을 많이 하려면 얼마 안가서 네 목은 완전히 쉬어버리고 말게다. 그리고 그 많은 양을 받아쓰고나면 내 손가락은 떨어져 나가버리겠지. 좋아. 우리가 그 많은 파피루스를 구입할 능력이 있고 또 네 목은 쉬지도 않고 내 손가락도 멀쩡하다고 생각해보자구. 도대체 어떤 미친 녀석이 그 많은 양을 다시 베끼려고 들겠니? 우리가 책을 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사본이 적어도 100개는 있어야 할텐데 사본을 못만들면 인세는 어떻게 받니?”
동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양을 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고 그가 물었다.
”물론이지,” 하고 나는 대답했다. “사람들에게 읽히려면 그 수 밖에 없어.”
”백년 정도로 줄이면 어떨까?” 하고 그가 제의했다.
”엿새면 어때?” 하고 내가 말했다.
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창조의 역사를 겨우 엿새에 구겨넣을 수는 없어.”
”내가 가진 파피루스는 그 정도가 다야. 어떻게 할래?”
”좋아,”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한 그는 다시 구술을 시작했다.
”태초에- 창조에는 엿새가 걸렸다 이거지, 아론?”
나는 엄숙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지, 엿새였단다. 모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