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흔들리는 부시 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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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6월 16일(월) 4:59 [노컷뉴스]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미국의 대표적 신문인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한국의 6.10 대규모 촛불시위 사진을 똑같이 1면 톱으로 올렸다.

    ‘분노의 촛불 타오르다'(The fire of anger burns in Seoul)라는 제하의 1면 헤드라인 기사는 한국의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가 사실상 국제적 사건(an international incident)이 됐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한미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한국내 분위기에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미국 언론들이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방향을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WP와 NYT의 1면 기사 이후 부시 행정부를 질타하는 쇠고기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나친 욕심과 오판(誤判)을 지적하는 내용에서부터 부실한 검역체계의 문제점, 한국인의 민족적 자존심을 간과한 밀어붙이기식 협상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결국 그동안 ‘재협상은 없다’며 고자세를 보여온 부시 행정부가 우리 정부의 말을 빌자면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을 위해 우리 정부 대표단과 테이블을 마주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최대쟁점인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수출 금지’ 방안에 대해 미국 정부가 사실상 수용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즉 한국의 촛불민심에 미국 언론이 부시 행정부를 질타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촛불이 미국을 흔들어 놓은 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날 ‘서울의 쇠고기 불만'(Seoul’s Beef Beef)라는 사설에서 ‘부시 행정부는 한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한 결정을 재처방(reformulate)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재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중국산 장난감과 칠레산 포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처럼 한국인들도 건강상 위험요소에 패닉상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SA투데이도 12일(현지시간) ‘사람이 무엇을 먹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인격적인 문제’라면서 한국민들의 불만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특히 농업전문매체인 <애그웹>은 14일(현지시간)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의 지나친 ‘쇠고기 욕심’이 화(禍)를 불렀다며 1년전 민간업체가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우선 수출하겠다는 제안조차 미국 정부가 일축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thing)의 부시 행정부 접근법이 결과적으로 한국의 대규모 촛불시위까지 불러오게 만든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광우병을 우려하는 한국민의 정서를 감안하지 않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예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은 세가지 이유’를 들면서 광우병 검사대상 표본수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과 농무부가 식품안전 검사권한을 갖고 있는 데 따른 폐해, 그리고 육가공업체와 농무부의 커넥션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타임스는 또 지난 12일 ‘쇠고기 차원을 넘어선 한국의 분노'(An Anger in Korea Over More Than Beef)라는 제하의 자세한 분석기사를 통해 ‘한국인들의 민족적 자존심이 촛불시위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언론들이 한국의 6.10 대규모 촛불시위 이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민의 우려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미국 정부를 압박함에 따라 행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릴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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