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차라리 조류독감 닭고기 먹자”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는 높은 분들만 드시라”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한미 쇠고기 위생 조건 안’에 대해 “국회가 폐기하거나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총장은 4월 29일 오후 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 묵은 숙박 값을 톡톡히 치른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 총장은 “미국도 캐나다가 30개월 넘은 쇠고기를 팔았다고 난리법석을 피운 적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은 광우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영국에서 6개월 이상 살다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헌혈도 금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김 총장은 “광우병원체 프리온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부위는 하필이면 우리 민족이 가장 즐겨 먹는 요리의 원료로 사용되는 부위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우리가 즐겨 먹는 갈비구이, 설렁탕, 곰탕, 갈비탕 등의 주원료인 소머리와 척수, 내장, 천엽, 곱창과 간, 척추와 사골, 갈비뼈, 꼬리뼈, 소의 피 등에서 광우병의 병원체인 변형 단백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지구상에서 인간 광우병원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부위를 제일 많이 먹는 민족이 바로 우리 한민족”이라고 우려했다.
김 총장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입장을 이어받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무현 정부는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일본과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중국 등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30개월 미만 쇠고기’, ‘위험 부위 제외’ 등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이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한미 쇠고기 위생 조건 안’에 대한 국회의 폐기 혹은 수정 보완 ▲쇠고기 유통 과정의 투명화 ▲정부와 언론의 솔직한 실상 공개 등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현 상지대 총장)은 “광우병 병원체가 하필이면 우리 민족이 가장 즐겨 먹는 부위에서 많이 검출된다”며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검역 약화를 비판했다. (사진 제공 이주빈)
“세계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
–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로 파장이 크다.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은 엄밀히 말해 ‘한미 쇠고기 위생 조건’에 관한 협상이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 원칙이다. 일방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었기 때문에 이번 협상은 양보도 아닌 갖다 바치는 꼴이 되고 말았다. 19일(한국 시각) 한미 정상회담의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타결했는데,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 묵은 숙박 값을 톡톡히 치른 것이다.”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일본은 (나이가) 2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을 하는데, 사골과 척추는 빼고 하고, 그것도 모자라 식용으로 쓰는 모든 쇠고기에 대해 검역을 실시한다. 하다못해 중국과 대만 등 15개국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한다. 미국도 캐나다가 30개월 넘은 쇠고기를 팔았다고 난리법석을 피운 적 있고, 영국에서 6개월 이상 살다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헌혈도 금지하고 있다. 바로 광우병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세계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 광우병은 어떤 병이기에 각국이 이토록 긴장하는가.
“발생 초기 6개월까지는 기억력 감퇴와 우울증이 심해지거나 성격이 포악해진다. 그러다 평형 감각이 둔화돼 비틀대고 치매 증세가 발생하여 끝내는 말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병이 바로 ‘인간 광우병’이다. 의학적 명칭은 ‘변종 크로이츠 제이콥병'(nv. CJD)이라고 한다.
광우병의 병원체는 변형 단백질인 프리온(prion)이다. 이것은 동물의 뼈, 고기, 내장, 뇌, 척수 등 칼슘과 단백질 부산물이 소 사료에 첨가됨으로써 발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프라이온은 일반 병원체인 바이러스(virus)도 아니고 바이리노(virino)도 아닌 변형 단백질이다. 소독해도 죽지 않고, 섭씨 600도까지 가열해도 활동을 멈추지 않으며, 현미경으로도 찾아내기 어렵다. 오직 부검하여 검사하기 전까지는 그 실체를 알 수가 없어서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최대의 공포 질병이라고 유럽 등 선진국들은 초비상이다.”
– 광우병으로 실제 사망에 이른 사례도 있나.
“공식적으로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지금까지 광우병으로 사망한 이는 모두 180여 명에 이른다. 사망자들의 연령대는 20~65세였다. 그런데 광우병 전염인자인 프리온이 사람의 몸에서 보통 10년, 최장 40년간 잠복해 있다가 외관상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와 같은 증세로 나타나기 때문에, 뇌를 열어 부검하지 않는 한 인간 광우병에 걸렸는지 치매로 죽었는지 알 길이 없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치매로 죽은 사람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 2002년엔 무려 약 6만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예일대와 피츠버그대의 의학팀이 치매로 죽은 환자의 뇌를 부검해보니까 5~13%가 인간 광우병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밝혀진 광우병 사망자 180여 명 외에도 많은 수가 치매 환자로 은폐되어 왔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광우병 위험에 노출돼 있나.
“광우병원체 프리온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부위는 하필이면 우리 민족이 가장 즐겨 먹는 요리의 원료로 사용되는 부위들이다. 이를테면 갈비구이, 설렁탕, 곰탕, 갈비탕, 냉면 스프, 라면 스프, 쇠고기 조미료, 해장국, 고기와 뼈를 갈아 만든 햄버거의 원료가 무엇인가. 소머리와 척수는 물론 소의 뇌, 내장, 천엽, 곱창과 간, 척추와 사골, 갈비뼈, 꼬리뼈, 소의 피, 도가니 근육, 살코기들이다. 바로 이 부위에서 광우병의 병원체인 변형 단백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다. 이 지구상에서 인간 광우병원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부위를 제일 많이 먹는 민족이 바로 우리 한민족이다.”
– 생후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
“물론 광우병원체가 21개월짜리 소에서 나온 경우가 있고, 27개월 된 소에서 나온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본은 아예 20개월 미만 소만 수입을 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30개월 미만인 소에서는 발생한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엄격하게 30개월 미만에 한해서 수입을 허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를 무시해버린 것이다. 정말 무지한 것인지 알고도 국민을 기만하는 것인지….”
“학교 급식과 군대 급식은 광우병 위험에 무방비”
– 이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한 것을 이어받았다고 말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나마 노무현 정부는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일본과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중국 등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30개월 미만 쇠고기, 위험 부위 제외’ 등을 미국에 제안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30개월 이상도 허용해버리고 위험 부위도 허용해버렸다. 국민의 건강과 위생은 생각도 하지 않고 검역 주권을 포기해버리고 미국의 부시와 보커스(상원의이자 축산업자), 축산 농가를 즐겁게 해주는 일을 했다.”
–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론자들이 국민을 불안하게 선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불안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검역은 국방과 똑같다. 이번 협상은 검역을 포기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포기한 것이다.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위험 부위가 들어와 곰탕, 사골, 곱창 등으로 우리 민족의 먹을거리가 된다. 당장 6월부터 들어오는 쇠고기의 (광우병원체) 잠복 기간이 문제다. 잠복 기간을 고려하면 수입 이후 3년에서 5년 동안엔 틀림없이 프리온이 잠복되어 있는 소가 나올 것이고, 이를 먹은 사람에게선 또 10년 잠복을 하기 때문에 이것은 문제다. 이것은 국민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고 사실이다.
한 장관이 미국 다녀와서 ‘미국산 쇠고기 맛있고 안전하더라’고 얘기하는 걸 봤다. 당연한 것이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쇠고기의 95%는 20개월 미만 쇠고기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원산지 표시를 100㎡(제곱미터) 식당까지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래봤자 그런 규모의 식당은 전체 식당의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정육점과 식당에서 유통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학교 급식과 군대 급식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단체 급식을 하는 업자들은 당연히 싼 재료인 미국산 쇠고기를 쓸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군인들이 광우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나라 지키는 군인을,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광우병 위험으로 내모는 정부가 우리나라 정부 맞나.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것은 정부다.”
– 대책은 무엇인가.
“가장 좋은 해결책은 ‘한미 쇠고기 위생 조건 안’을 국회가 아예 폐기하는 것이다. 아니면 수정·보완해야 한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절대 들어와서는 안 된다. 골과 척수, 뼈 등 광우병 위험 부위는 30개월 미만도 절대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는 쇠고기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식품위생법을 개정해서 먹을거리로 장난질치는 행위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세 번째로 정부와 언론은 국민들에게 정확한 실상을 알려야 한다. 왜 유럽에선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먹는지, 왜 그들은 식용 쇠고기에 대해서만큼은 전수조사를 하는지, 미국은 왜 자기들은 20개월 미만 쇠고기를 먹는지, 왜 미국은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의 2%만 조사하는지….”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발 부탁건대 이 대통령을 비롯한 이 나라의 높은 양반들은 수입되는 미국산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꼭 드시라. 선택권이 별로 없는 가난한 국민들은 저랑 같이 차라리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고기 끓여먹자. 100도만 가열하면 아무 이상이 없다. 명색이 지성의 상아탑인 한 대학의 총장인 내가, 한 국가의 전임 장관이었던 내가 이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단히 서글프다.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10년 이후 혹시 국민에게 닥쳐올 대재앙에 대해서 각서를 써라. 그리고 일부 언론들, 권력과 야합해서 제발 부화뇌동하지 마라. 그대들이 선동하지 말고 과학과 사실을 말하라. 왜 과학과 사실을 ‘좌파들의 선동’이라고 몰아붙이나.”
* 이 글은 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