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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은 의사의 고백” 이라는 신종괴담을 보셨을 줄 안다. 보다보다 이렇게 불쾌한 낚시는 처음이다. 저런 데 낚이는 사람들도 정말 딱하다. 게다가 거기에 떡 붙어있는 pdf 파일에 나온 이야기하고, 본문에 나온 이야기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저 글에 나온 내용은, 저 글에 붙어있는 댓글에 나오는대로 Prion diseases: infectious and lethal doses following oral challenge, Journal of General Virology (2003), 84, 1927–1929 인데 이 논문의 나온 숫자를 저런 식으로 왜곡할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저 논문은 스크래피병에 걸린 양의 뇌를 햄스터에게 여러가지 농도로 먹여서 발병을 유도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농도가 낮을수록 감염률이 줄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변형 프리온에 감염된 쥐의 뇌조각를 먹였더니 햄스터가 발병하더라 이렇게 쓰다니 놀랍지 않냐? 발병안하면 논문을 쓸 수 없다니까, 저 경우에는.
저 연구가 보고자 했던 것은 감염은 됐는데 발병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 예측해보자 라는 것으로, 결론만 말하자면 감염이 되면 대개 발병하고 죽어버렸으므로 “the number of clinical cases will not be vastly exceeded by the number of subclinical carriers of the disease.” 즉 쉽게 설명하자면 요즘 한국사람들이 ㄷㄷㄷ 하는 것처럼 지금은 멀쩡하지만 언제 갑자기 발병해서 뇌송송 구멍탁할지 모른다 하고 ㄷㄷㄷ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한번만 먹어도 죽는다.” 는 식으로 바꿀 수 있다니 진짜 이거 쓴 사람은 Genius 가 아니냐.
게다가 그 글에 저 연구의 원문이랍시고 pdf 파일이 붙어있는데 전혀 다른 연구를 근거랍시고 붙여놓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그 pdf 파일은 Journal of General Virology (2007), 88, 1379–1383 인데 거기 나온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광우병 증상이 없는 소에게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를 100 그램 먹여 광우병에 걸리도록 유도했다 (소는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를 먹으면 쉽게 광우병에 걸린다. 같은 종끼리는 무척 쉽다.). 이렇게 광우병에 걸리도록 유도한 소의 각 부분을 쥐의 (햄스터가 아니다) 오른쪽 두정엽에다가 찔렀는데 (먹인 게 아니다.), 이 쥐는 보통 쥐에 비해 소의 프리온에 8배정도 민감하도록 유전조작된 쥐로서, 광우병에 무척 민감하도록 만들어진 쥐였다. 그래서 결론은
“In conclusion, our results confirm that BSE infectivity in asymptomatic cattle is essentially restricted to the nervous system, as reported previously for terminally BSE-diseased cattle (Buschmann & Groschup, 2005), and is consistent with the idea that BSE infectivity, after oral uptake, propagates only poorly in some intestinal lymphatic tissues (mainly Peyer’s patches) and from there spreads centripetally to the CNS, probably by intraneural spread via the peripheral nervous system.”
예전 결과와 마찬가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고기를 먹어가지고는 광우병에 잘 걸리지 않고 특정부위는 피하도록 하자, 이런 이야기다.